이진강 전 대한변호사협회장
영포빌딩에 변호사 사무실…고려대 후배…BBK특검법 위헌 주장
방통심의위 위원장에 뽑혀
방통심의위 위원장에 뽑혀
이명박 대통령의 대학 후배로 친분이 깊은 이진강(사진) 전 대한변호사협회장이 7일 제2대 방송통신심의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언론계 안팎에서는 정치적 독립성이 생명인 방통심의위 수장에 방송 비전문가인 대통령 주변 사람을 임명한 것은 방송 심의마저 정권이 좌지우지하겠다는 의도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날 심의위원 9명 만장일치로 선출된 이 위원장의 임기는 전 위원장의 잔여 임기인 2011년 5월까지다. 이 위원장은 이날 취임사에서 △(심의위를) 명실상부한 독립기관으로 자리매김하고 △합의제로 운영하며 △심의 내용을 신속하게 파악해 시의에 맞는 심의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 몫으로 추천된 이 위원장은 이 대통령의 고려대 1년 후배이자, 이 대통령 소유로 지난달 재단에 출연하기로 한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영포빌딩에 자신 이름의 법률사무소를 두고 있다. 변호사 사무실을 연 1994년부터 지금까지 이 대통령 소유 건물에 세를 들어 있는 것이다. 그는 또 변협회장 시절 인터뷰를 통해 ‘비비케이(BBK) 특검법’ 위헌론을 펼치는 등 ‘친엠비’ 행보를 보였다. 이와 관련해 이 위원장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 대통령이) 선거에 나설 때 돌봐드린 적이 없다. 후배니까 출퇴근길에 인사하고 (이 대통령이) 불러 차 마시고 한 정도”라며 “(영포빌딩 입주 때) 대통령 빌딩인지 알고 들어간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방송 프로그램과 인터넷 표현물 심의기관인 방통심의위는 지난 1년간 ‘6 대 3 위원회’ ‘자판기 심의위’라는 ‘정치 심의’ 오명을 달고 살았다. <문화방송>(MBC) ‘피디수첩’ 광우병 편과 방송법 보도, <와이티엔>(YTN) 블랙투쟁 등 여권에서 문제를 제기한 프로그램들은 어김없이 ‘시청자 사과’라는 최고 징계를 받았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마다 여권 추천 위원 6명은 정권의 편을 들었다. 심의위 안팎에서는 ‘이진강 위원장 체제’의 방통심의위에서 정파성이 더 강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이 위원장이 이날 강조한 ‘신속한 심의’에 주목했다. 전임 위원장은 상대적으로 절차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심의 완료까지 시간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와 관련해 여권에서는 ‘민원 처리가 신속히 이뤄지지 않는다’며 불만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윤 경남대 교수는 “비판 프로그램에 대한 ‘보수단체 민원 제기→심의위 징계→방통위 제재’라는 삼각 구도의 정치적 통제가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영호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는 “심의위가 사실상 사후 심의를 통한 준사법적 국가기구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번 인사는) 방송 심의를 통한 언론 장악의 일환”이라고 규정했다. 문종대 동의대 교수는 “합의제 위원장은 소수 의견을 존중하고 위원 각자의 ‘최선안’이 아닌 공동의 ‘차선안’을 이끌어내야 하는 균형적 인물이어야 한다”며 “위원장의 과도한 정치색은 조율자 역할에 걸맞지 않다”고 말했다.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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