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복판 세종로에 조성된 광화문광장을 구경하려는 시민들이 2일 오후 무더운 날씨 속에도 광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집회 막으려 각종 시설물…인파 차도로 밀려
서울시 “전시회 중심 운영”…조례 입법예고
서울시 “전시회 중심 운영”…조례 입법예고
2일 낮 정오께 서울 한복판 광화문광장은 가족들과 함께 휴일을 즐기러 온 시민들로 빼곡했다.
이순신 장군 동상 주위에 설치된 ‘12·23분수’가 시원스레 물줄기를 뿜어내자 아이들은 온몸에 물을 맞으며 즐거워했다. 일부 시민들은 광장 양옆으로 흐르는 ‘역사물길’에 발을 담그며 더위를 식히기도 했다. 서울시는 광화문광장을 개방한 8월1일 하루 동안 17만9천여명이 이곳을 찾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도로 한가운데 섬처럼 놓인 광화문광장의 입지는 벌써부터 여러 문제를 낳고 있다. 8월1~2일처럼 시민들이 많이 몰릴 때 광장에서 차도로 밀려나온 시민들은 바로 사고 위험에 노출됐다. 2일에도 차도 위에서 시민들과 차량이 아슬아슬하게 스치는 장면이 여러 차례 반복됐다. 가족들과 함께 온 우혜영(47)씨는 “광장과 차도의 바닥이 모두 화강석이어서 잘 구분이 되지 않고 광장의 턱도 너무 낮다”며 “아이들이 뛰어놀다가 차도에서 사고를 당하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집회나 시위를 막을 목적으로 각종 시설물을 많이 설치한 탓에 광장 자체가 협소해진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광화문과 가장 가까운 쪽에는 2771㎡ 규모의 플라워카펫이 설치돼 있어 시민들이 통행하기에 좁아 보인다. 플라워카펫 다음으로도 세종대왕 동상, 지하 해치마당, 이순신장군 동상, ‘12·23분수’가 차례로 들어서 있다. 이 때문에 1만9000㎡인 광장 전체에서 사람들이 모이거나 자유로운 활동을 할 수 있는 너른 장소는 세종문화회관 앞쪽에 있는 1751㎡ 크기의 중앙광장뿐이다.
서울시는 이미 집회·시위는 물론이고 많은 사람이 모이는 행사를 열지 않기로 방침을 세웠다. 이해우 서울시 도로행정담당관은 “현재 광화문광장은 공간이 좁아 한번에 2천여명밖에 모이지 못한다”며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공연이나 행사보다는 전시회를 중심으로 운영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서울시가 지난 30일 입법예고한 ‘광화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 시행규칙도 광장의 정치적·사회적 기능을 제한했다. 이 내용을 보면 △시민의 자유로운 통행을 방해하거나 혐오감을 주는 행위 금지 △허가된 범위 내에서의 음향 사용 △질서와 청결 유지 등을 명시하고 있다.
‘광장조례 개정 서울시민캠페인단’과 민주노동당 서울시당은 31일 각각 논평을 내어 “시민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광화문 광장 조례를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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