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치료·생계비 없이 쫓겨날 판”
정부가 중금속에 오염된 충남 서천 옛 장항제련소 주변 지역 주민들을 이주시키기로 31일 결정했다.
정부는 이날 한승수 국무총리 주재로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어, 오염 부지 매입과 주민 이주 등을 담은 ‘옛 장항제련소 주변 토양오염 개선 종합대책’을 확정했다.
대책을 보면, 정부는 중금속 오염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난 제련소 주변 반경 1.5㎞ 안의 토지(약 115만8000㎡)를 사들이고, 이곳에 살고 있는 주민 372가구 약 790여명을 모두 이주시킬 계획이다. 이 지역은 올해 2월까지 1년여 동안 토양 정밀조사를 한 결과, 지하 60㎝ 이상의 깊이까지 비소·니켈 등의 중금속에 오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정부는 이 지역 주민 985명을 대상으로 건강 영향 조사를 해보니, 65명이 몸속 중금속 기준을 초과해 신장 손상 등이 의심된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들에 대해 정밀 건강검진을 실시하고 있으며 검진 결과는 8월께 발표할 예정이다. 검진 결과에 따라서는 주기적인 검사 등 진료와 함께 피해 배상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맹독성 발암 물질인 다이옥신 오염도는 기준치를 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백운석 환경부 토양지하수과장은 “반경 1.5㎞ 안의 부지만 매입하는 것은 예산 등 여러 상황을 고려했기 때문”이라며 “이주비용 외의 보상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제련소에서 가까운 서천군 장항읍 장암리 방훈규(53) 이장은 “이 지역 땅의 30%는 공해를 유발한 회사가, 67%는 외지인들이 갖고 있다”며 “토지 매입은 이들의 배만 불리는 것이고, 주민들은 치료비나 생계비 지원 없이 쫓겨날 위험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흙에서 비소가 기준치 이상 확인된 제련소 반경 4㎞ 안에 있는 지역(약 223만9000㎡)은 매입 대신 토양 세척법 등 정화작업만 하기로 했다.
일제 강점기인 1936년에 건설된 장항제련소는 광복 뒤 정부가 운영하다가 71년 민간에 매각됐으며, 89년 제련시설이 폐쇄됐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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