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학자 낸시 에이블만(50) 일리노이대 교수
미 인류학자 에이블만, 20년 연구대상 한국서 안식년
“우리 아이들이 제일 싫어하는 말이 ‘인류학’ 하고 ‘경험’이에요. 하하.”
갈색 눈을 가진 미국인 여성 인류학자 낸시 에이블만(50·사진) 일리노이대 교수는 안식년을 맞아 올해 초 남편과 두 딸, 아들을 모두 데리고 한국으로 왔다. 13살 쌍둥이 두 딸을 대안학교인 성미산 학교에 보낸 그는 “한국어를 전혀 못하는 애들에게 미안하기도 했지만, 좋은 경험이 되겠다 싶었다”고 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때’라는 말을 너무 많이 써요”라고 꼬집었다. ‘공부해야 할 때’, ‘결혼해야 할 때’ 등 뭘 해야 할 때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한국에는 (인생의) 길이 하나밖에 없어요. 그래도 미국에서는 길도 여러개이고 두번째 기회라는 게 있죠.”
그는 한국의 취약한 사회보장제도와 학벌 사회를 보면 한국의 부모들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는 것도 이해한다고 했다. “대안학교에 아이를 보내는 부모들은 정말 용기 있는 사람들이다.”
20년 동안 한국을 연구한 에이블만 교수는 한국의 교육 문제가 점점 심각해졌다고 했다. “예전에는 공부만 열심히 하면 좋은 대학을 갈 수 있었지만, 이제는 사교육과 조기 유학 등 돈 있는 가정의 아이들만 혜택을 받는 것 같다.” 그는 여성들이 30대에 육아문제 등으로 일자리를 잃는 것도 한 이유로 들었다. “교육 수준이 높은 여성들이 직장 대신 집에 있게 되면서, 애들 교육 문제에만 열중하게 된 거죠.”
에이블만 교수가 한국을 처음 찾은 건 1984년, 원래 일본을 전공하다 83년에 캘리포니아 버클리대에서 한국 유학생들을 만난 인연으로 관심을 돌렸다. 그는 “한국 사회의 변동이 급격해서 연구자로서는 너무 재미있었고, 행운이었다”고 말했다. 88년엔 한국 농민운동을 주제로 박사학위도 받았다. 당시 전북 고창에 머물며 한국어를 배운 그는 “주민들이랑 친하게 지내다 보니 당시 가톨릭농민회에서 농담 삼아 당신 때문에 반미 의식을 심을 수 없다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며 웃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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