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연 지 2주도 안 돼 비 피해를 이유로 임시 휴관에 들어간 서울 서초동 국립중앙도서관 디지털도서관 주변에서 17일 오전 누수로 인해 전기 배선 등을 점검하는 안전 검사가 진행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개관 2주 국립디지털도서관 “누수로 휴관”
“장마철 도서관이 물에 잠겼다니…코미디”
“장마철 도서관이 물에 잠겼다니…코미디”
대학원생 ㅇ(32)씨는 최근 서울 서초동 국립중앙도서관 안 디지털도서관 정문 앞에서 “폭우로 인한 누수로 임시휴관합니다”라는 간판을 봤다. 다른 시민·학생 5~6명은 “비 온다고 물이 샐 정도면 무슨 국가 도서관이냐”며 경비원에게 항의하고 있었다.
디지털 시대를 맞아 정부가 ‘차세대 도서관’이라며 야심차게 개관한 디지털도서관이 개관 2주 만에 비 피해 탓에 임시 폐관해 시민의 불만을 사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국립중앙도서관은 지난달 27일 8층 규모(연면적 3만8014㎡)인 디지털도서관을 열며 “우리나라 도서관 문화가 한 단계 발전하게 됐다”고 했다. 약 1억1600만건의 디지털 콘텐츠를 제공하며 디지털열람실, 영상제작 스튜디오, 복합상영관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춰 “규모나 정보 면에서 세계 최대”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지난 9일 쏟아진 폭우에 허점이 드러났다. 이날 오전 디지털도서관 2층 ‘노트북 이용실’에서 물이 새는 현상이 발견된 것이다. 도서관 쪽은 문을 닫은 채 누수 방지 작업에 나섰으나, 천장 마감재가 떨어져 작업자 4명이 다치기도 했다.
디지털도서관 쪽은 17일 “지하로 파내려가 지어진 디지털도서관은 친환경 설계로 지상 건물 윗부분에 잔디를 입혔는데, 갑자기 내린 폭우로 배수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시공사인 ㅎ건설 관계자는 “악천후를 고려해 설계했지만 예상외의 강우량에 배수 시스템이 오작동했다”고 말했다.
한 도서관 관계자는 “개관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런 문제가 생긴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종종 국립중앙도서관을 찾는 민속학자 주강현(53) 제주대 석좌교수는 “장마철의 수해로 도서관이 물에 잠겼다는 것은 코미디”라며 “국가 지식정보의 중추인 국립 도서관에서 이런 일이 생겼다는 점에서 더 심각하다”고 말했다.
디지털도서관 쪽은 안전 검사를 끝낸 뒤 다음주 말께 도서관을 다시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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