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시즘 담론이 확산되고 있다. ‘우리 안의 파시즘’ 같은 미시적 문화담론이 아니다.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우리 밖의 파시즘’이다. ‘체제로서의 파시즘’이 논란이 되기는 1993년 문민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다.
시작은 지난 5월 민교협 토론회였다. 참가자들은 “‘경향으로서의 파시즘’은 이미 존재하고 있다”(손호철 서강대 교수), “경제위기에 따른 삶의 불안이 정치 불신과 만나 네오파시즘을 부를 수 있다”(임운택 계명대 교수)는 우려를 쏟아냈다. 6월 중순 발간된 계간 <문화과학>은 책 전체를 ‘파시즘 특집’으로 꾸몄다. 같은달 26일 ‘맑스 코뮤날레’ 토론회에서도 ‘한국형 파시즘’의 출현 가능성을 두고 열띤 논전이 벌어졌고, 닷새 뒤 인권연대 10주년 강연회에선 리영희 한양대 명예교수가 “파시즘 초기 단계에 들어섰다”는 발언으로 파문을 던졌다.
학계의 반응은 엇갈린다. “구체성을 결여한 단순하고 거친 진단”(김진석 인하대 교수)이란 비판이 있는 반면 ‘잠재된 위험에 대한 예방적 비판’이란 차원에서 담론의 유용성을 수긍하는 견해도 적지 않다. 논쟁은 비정규직법·언론관련법 등 민감한 현안이 산적한 하반기에 한층 달아오를 전망이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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