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김종배 시사평론가
[‘노무현 시대’ 심포지엄] ‘서거정국’ 이후 민심은 어디로
‘변화 동력’ ‘자유주의 세대’…기대-회의 엇갈려
‘변화 동력’ ‘자유주의 세대’…기대-회의 엇갈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한국 현대사는 죽음을 헛되이 보내지 않은 역사다. ‘개천에서 난 용’ 노무현의 죽음은 수천만 부엉이의 비상으로 이어질 것이다.” 김종배 시사평론가|“민심은 언제 바뀔지 모른다. 노무현 추모가 민주세력 지지로, 반이명박 정서가 한나라당 심판으로 이어질 것이란 보장은 없다.” ‘한국 사회의 시대정신’으로서 ‘노무현 정신’의 의미를 조명한 한홍구 교수와 김종배씨는 그의 죽음이 한국의 정치 지형을 뒤흔들고 있다는 사실엔 동의하면서도, 그것이 의미있는 정치사회적 변화로 이어질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망을 달리했다. 한 교수가 역사를 통해 드러난 대중들의 저력에 기대를 건다면, 김씨는 민심의 향배를 좌우하는 부동층의 이중성에 주목했다. 한 교수가 보는 대중은 “바람보다 먼저 눕지만,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는 들풀 같은 존재”다. 그들은 비판세력을 절멸시킨 한국전쟁 7년 뒤 4·19봉기로 이승만 정권을 몰락시켰고, 광주의 죽음을 딛고 일어나 1987년 전두환 독재에 종말을 가져왔다. 3당합당을 통해 등장한 거대보수 정권을 선거를 통해 물러나게 만든 것도 대중이었다. 중요한 사실은 이런 격동기마다 ‘죽음’(김주열·광주·박종철의 죽음)이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다는 점이다. 한 교수는 “노무현의 죽음이 현대사에 끼칠 영향은 구체적으로 점칠 수는 없지만, 대중들이 ‘광주의 아들’이자 ‘개천에서 난 우리들의 용’의 죽음을 헛되이 흘려보내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역사상 최초로 집단적 죄책감을 주고 간 인물”인 만큼 “다시 시작될 ‘살아남은 자의 슬픔’은 80년 광주에서 느낀 슬픔보다 훨씬 큰” 변화의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란 얘기다. 김종배씨가 주목하는 것은 ‘흔들리는 풀’ 같은 민심의 유동성이다. 그가 볼 때 노무현을 추모하는 대중은 용산의 비극에 촛불을 켜지 않고, 이명박을 반대하지만 탄핵 카드를 꺼내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검은 리본을 달고 이명박을 비판하는 댓글을 달 뿐, 민주당이나 진보정당에도 기대지 않는다. 이런 대중의 이중성은 그들이 내면화한 ‘자유’라는 가치에서 비롯한다는 게 김씨의 분석이다. 극심한 경쟁체제에 순응하며 능력을 키우려 하고, 그럴 역량이 있다고 확신하는 존재들이기에, 국가는 자유로운 의사표현과 자유로운 이익 추구의 여건만 만들면 족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에겐 ‘반대하는 민주’가 아닌 ‘제시하는 민주’, ‘구호로서의 진보’가 아니라 ‘생활상의 진보’를 내놓아야 한다는 게 그의 처방이다. 토론자들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다차원적인 평가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인간 노무현’과 ‘정치인 노무현’, ‘대통령 노무현’을 구별하며, 버릴 것과 계승할 것을 엄격히 준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안수찬 <한겨레21> 사회팀장은 “사법 권력의 민주화와 법치주의로 위장한 준법주의 이데올로기의 극복”을 ‘노무현 이후’ 진보개혁 세력이 붙잡아야 할 화두로 제시했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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