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방문진 이사장·문화방송 사장등 ‘쓴소리’
“정권이 노골적으로 무리수를 두면 국민의 최종판단이 있을 겁니다. 우리 국민들이 얕은 수에 속지 않아요.”
<문화방송>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4기 서규석 이사장(1998~1999)은 ‘피디수첩’이라는 정부 비판 프로그램을 왜곡방송으로 낙인찍어 문화방송 경영진 퇴진 압박 등 정치적 압력을 행사하는 것은 정권의 자충수라는 견해를 밝혔다.
문화방송 사장과 방문진 이사장을 지낸 언론계 원로들은 28일 <한겨레>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정권의 문화방송 압박에 대해 대체로 짙은 우려를 나타냈다.
문화방송 기자 출신인 서 전 이사장은 피디수첩이 고위공직자의 명예를 훼손했는지 결론이 내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청와대가 예단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했다. “민주국가가 제대로 되려면 정부가 나서서 지나치게 간섭해선 안 된다. 정책비판에 명예훼손이 성립된다면 앞으로 언론이 정부 감시자역을 어떻게 하겠는가.” 그는 조중동의 ‘피디수첩 죽이기’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특정신문을 보면 보도라기보다는 자기이익을 선전하는 삐라(선전물) 같다. 다른 속셈이 보인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문화방송을 제압해 자신들이 원하는 신방겸영 확대를 관철시키기 위한 것이란 설명이다. 그는 현 방문진 이사들이 좀더 강하게 정권과 맞서야 한다고 했다. 서 전 이사장은 “방문진은 외부로부터는 간섭을 막아내는 바람막이 같은 존재”라면서 “권력의 부당한 압력에 대해 하다못해 성명서를 내든지 청와대 항의방문이라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중배 전 문화방송 사장(2001~2003)도 “정권의 행태가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방송과 권력과의 관계는 불편한 게 당연하다”는 그는 “상호비판관계에 있는 것이 바로 된 언론”이라며 권력의 노골적 방송순치 시도가 부당하다는 뜻을 분명하게 밝혔다.
김용운 방문진 제5기 이사장(2000~2003) 역시 “(문화방송이) 독립기관인데 서로 존중을 해야 한다. 정권이나 경영진이나 노조나 근본적으로 지킬 것은 지켜야 한다”면서 정권의 압박을 완곡하게 문제삼았다.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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