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영상물 최고 전문가 김정애 엘지에드 팀장
김정애(40) 엘지애드 프로모션본부 영상사업팀장(국장)은 국내 홍보영상물 분야에서 가장 잘 나가는 프로 중 한 명이다. 기업이나 정부기관의 5~10분짜리 영상홍보물을 기획·제작하는 김 국장의 일은 광고업계에서도 험한 일로 통한다. 그는 또 딸 셋의 어머니다. 서른세 살 때 결혼해 지난해까지 6년 동안 애 셋을 낳았다. 얼핏 두 사실은 양립하기 힘들어 보인다.
“임신 6~7개월 때까지 임신사실을 안 밝혔어요. 야근, 출장도 똑같이 했죠.” 하지만 일단 알려야 할 때는 태도를 분명히 했다. “언제 들어갔다가 언제 올 겁니다. 제 일 그대로 놔두세요” 하고. “이렇게 확실하게 해놓지 않으면 주위에서 쓸데없는 시나리오를 씁니다. ‘쟤는 계속 일할까?’ ‘그만 두면 이 일은 누가 하지?’ 등등. 애 낳고도 일한다는 이미지를 확실하게 각인시켜야 합니다.” 실력이 없으면 이런 당당함은 힘든 법이다. 경성대 연극영화학과를 졸업하고 영화판에서 5년 동안 조감독 생활을 한 그는 제일기획을 거쳐 95년 엘지애드로 스카웃 됐다. 한국산업영상전, 프랑스 국제산업영상전, 미국 갤럭시어워드 등 국내외 대회에서 수차례 수상했고 엘지 계열사 중심이던 영상사업팀의 수주도 외부 비율을 60%까지 높여 놓았다. 2002년 월드컵 본선 조추첨행사 영상물도 그의 작품이다.
하지만 셋째가 생겼을 때는 천하의 김 국장도 고민에 빠졌다. ‘조직에서 나를 어떻게 볼까’하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수술도 심각하게 고려했다. 그러던 어느 날 결심했다. “아이 셋 낳고도 직장에서 잘 나갈 수 있다는 걸 보여주자. 여자 후배들에게 역할 모델이 될 수 있고, 우리 딸들한테도 도움이 될 거다.” 셋째를 낳고 왔을 때 동료들이 말했단다. “김정애는 넷도 낳을 여자다.”
아이들은 친정엄마가 돌봐준다. “아직까지 한국 사회에서 여자가 일하는 데는 가족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해요.” 평일 저녁에는 아이들 얼굴을 거의 못 본다. 대신 주말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아이들과 함께 보낸다. 만약 회사에 피치 못 할 일이 있으면 아이들을 데리고 나오기도 한다. “아이들도 엄마가 어떤 곳에서 일하는지 보는 게 도움이 되죠.”
김 국장은 실제로 셋째 출산 뒤 더 ‘잘 나가고’ 있다. 지난해 말 국장으로 승진했고 올해 3월부터는 회사 지원으로 대학원에 다니고 있다. 지난 19일에는 엘지전자 해외홍보물과 환경부 물 사랑 캠페인으로 국제 비지니스 관련 대회(IBA)에서 주는 상을 수상했다. “숫자(영업실적)로 보여주면 돼요. 회사 쪽에도 그렇게 말해요. 숫자로 평가해달라고. 뒤에서 욕하는 후배들한테도 말하죠. ‘실력으로 나를 눌러라.’”
김 국장의 첫 인상은 화려하고 여성스럽지만 성격이나 어법은 ‘화끈’했다. “비지니스는 ‘기 싸움’이예요. 진정한 프로는 광고주를 자기 페이스로 끌어오는 사람이죠. ‘전문가한테 맡겨달라. 제대로 안되면 책임지겠다’하고 치고 나가야 합니다.” 그런데 의외로 이런 모습도 있다. “남편보다 제가 더 잘 되는 것은 싫어요. 가장인 남편이 잘돼야죠.” 페미니스트들이 들으면 혀를 찰 말이지만 본인은 아무렇지 않다. “보수적인 경상도 집안에서 자란 게 어디 가겠어요?” 눈물도 많고 엄마 역할, 아내 역할에 대한 욕심도 많다.
“옛날에는 여자가 살아남으려면 두 배, 세 배 일해야 했어요. 하지만 요즘은 텃밭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여자이기 때문에 유리한 경우도 있고 비지니스 기회가 더 생기기도 하죠.” 어디까지나 노력하는 사람 이야기다. “한번도 ‘여자’라는 것을 내세워 밤샘이나 출장에서 빠져본 적이 없어요. 내일 그만두더라도 오늘까지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조직에서 내 빈 자리를 느낄 수 있도록 말이에요. 이번 프리젠테이션(광고주를 상대로 하는 아이디어 설명회)에서 떨어졌어도 다음에는 나를 찾게 만들어야 합니다.”
요즘 시쳇말로 ‘애 셋은 부의 상징’이다. 그럼 직장여성에게는? 김 국장을 만나보니 알겠다. 그건 ‘자신감과 실력의 상징’이었다. “애는 하나일 때보다 둘일 때 더 예쁘고, 둘일 때보다 셋일 때가 더 사랑스럽다”며 웃는 그가 당당해 보였다. 글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사진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요즘 시쳇말로 ‘애 셋은 부의 상징’이다. 그럼 직장여성에게는? 김 국장을 만나보니 알겠다. 그건 ‘자신감과 실력의 상징’이었다. “애는 하나일 때보다 둘일 때 더 예쁘고, 둘일 때보다 셋일 때가 더 사랑스럽다”며 웃는 그가 당당해 보였다. 글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사진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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