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취임 바로 뒤인 지난 2003년 3월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에서 전국의 평검사 40명과 공개토론을 벌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미국, 정치 편향 등 막으려 4년마다 검사장 선출
공수처에 법원·검찰 수사권 줘 내부비리 감시
‘한국형 FBI 신설’ ‘대검 중수부 해체’ 등 방안도
공수처에 법원·검찰 수사권 줘 내부비리 감시
‘한국형 FBI 신설’ ‘대검 중수부 해체’ 등 방안도
검찰개혁 어떻게
독립성 보장 제도 요구 검찰 수사를 받던 전직 대통령이 목숨을 끊는 비극적 사건을 계기로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 확보를 위한 제도 개선 요구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공직부패수사처 설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 △피의사실 공표죄 제도 개선 등 검찰개혁 3대 과제를 정하고, 국회에 ‘검찰제도개혁 특별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한나라당에서도 권력형 비리 관련 수사 기구에 대한 재검토 주장이 나오는 등 정치권의 논의가 활발하다. ■ 검찰권력 쪼개기 우리 검찰은 ‘무소불위의 권력 성채’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5·16 군사쿠데타 이후 5차 개헌을 통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등 수사는 물론 기소와 공소유지, 형 집행권 등 재판권을 제외한 모든 권한을 배타적, 독점적으로 보유·행사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다른 선진국 검찰이 주로 기소와 공소유지 업무를 수행하며, 예외적으로 직접 수사 업무를 담당하는 경우에도 특정 분야에 국한돼 경찰과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문제는 이러한 막강한 권한을 쥔 검찰이 정치권력의 손아귀에 있다는 점이다. 조국 서울대 교수는 “우리나라 검찰은 내부 논쟁이 불가능한 막강한 단일 권력체가 됐다”며 “청와대-법무장관-검찰총장으로 이어지는 라인만 장악하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를 통해 뭐든지 물어뜯을 수 있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이런 문제제기에 따라 비대해진 검찰 권력을 쪼갤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우선 제기되고 있다.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공수처)를 신설하자는 주장도 이 중 하나다. 김정진 변호사는 지난 9일 진보신당이 주최한 검찰 개혁 토론회에서 “공수처가 검찰의 권한을 분산시키는 효과가 있으며, 법원·검찰에 대한 수사권을 가짐으로써 이들 기관의 내부 비리를 해결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참여정부 시절 법무부 장관을 지낸 천정배 민주당 의원은 ‘한국형 에프비아이(FBI)’에 해당하는 독립적 수사기관을 신설해 검찰로부터 수사권을 분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재 사회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문제도 이런 논의 선상에 있다. 하지만 박근용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팀장은 “수사권 조정의 문제는 비대해진 권력에 대해 수사 인력을 줄이고, 수사 범위를 줄이는 방식으로 검찰에 집중된 권력을 나누는 방식인데, 지금 상황에선 경찰 조직에 대한 신뢰를 갖기엔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경찰 조직을 쪼갠 뒤에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검찰총장의 직할부대’로 불리는 대검 중수부를 해체시키는 방안에 대해서는 비교적 공감대가 넓다. 일선 지검에 특수부가 존재하는데 중수부를 존치시키는 것은 정책수립과 집행을 담당하는 대검의 기능과도 맞지 않을뿐더러, 특별 수사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검찰 수뇌부의 영향력에서 멀리 두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 출신인 박주선 민주당 최고위원은 “중수부 수사는 처음부터 목표를 정해놓고 ‘기획수사’를 하는 만큼 정치적 고려가 개입될 가능성이 높다”며 중수부 폐지를 주장했다.
이와 더불어 검사의 법무부 근무를 최소화해 법무부의 검찰 감독·감찰 기능을 강화하고, 검사의 청와대 파견을 금지해 외압의 소지를 차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하고 있다. ■ 시민 참여로 검찰 견제 검찰 권력의 약화보다는 결국 인사제도가 핵심이라는 전제 아래 획기적 발상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아무리 권한을 약화시키더라도 기소권을 가지는 한 임명권자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폐단을 막기 위해선 아예 인사과정에 시민을 참여시켜 ‘민주적 운영’을 담보해야 한다는 혁신적 주장이 나오고 있다. 최근 민주당 의원 연찬회에서 검찰 개선 방안을 발제한 김선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부회장은 “식민지와 군사 독재정권하에 ‘하수인’ 역할을 하며 비정상적, 기형적으로 확대된 검찰 권력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시민 참여를 확대하는 것은 사회 민주화를 위해서도 필요한 과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통령이라는 인사권자에게 검찰이 예속되는 현상을 타파하기 위해 “지방 18곳의 검사장을 주민 직선으로 뽑는 한편, 검찰총장과 고등검찰청의 검사장도 추천회의 등의 기구를 통해 선출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실시하고 있는 검찰 ‘공선제’(국민의 직접투표로 공직자를 선출하는 제도)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미국은 정치적 편향성과 공소권 남용을 제어하기 위해 4년마다 각 주의 검사장과 지방검사를 주민 선거로 뽑고 있다. 견제와 균형을 위해 유권자들이 주지사와 정당 성향이 다른 검사장을 선출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김 부회장은 “검사장 선거가 인기에 영합하는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대통령 한 사람보다는 주민들 의사에 종속되는 게 덜 위험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정치적 사건의 경우, 기소 여부에 대해 국민이 참여하는 ‘대배심제’나 지역주민들로 구성된 ‘검찰심사회’를 통해 검찰의 공소권 남용을 막는 방법도 검토해 볼 수 있지 않겠느냐”는 제안도 나온다. 하태훈 고려대 교수는 이 방안을 제시하며 “지금은 시민이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 완전히 차단돼 있는 만큼 권력에 대해 시민의 감시가 들어갈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박주민 변호사는 “(법조 일원화에 따라) 법원은 2012년부터 전체 법관 임용자의 50%를 법조 경력자 가운데 뽑겠다고 하지만 검찰은 소극적이지 않으냐”며 “검찰 운영에 외부인 참여를 확대하는 길이 트인다면 단일 조직으로서의 검찰이 조금 달라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정애 노현웅 송경화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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