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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검찰, 외압에 수사권 내줬다

등록 2009-06-07 19:08수정 2009-06-07 22:20

박종철씨 고문치사 사건 일지
박종철씨 고문치사 사건 일지
[22년 베일 벗은 박종철 사건]
각 기관들 사건 조작·은폐 가담
진실·화해위 “검찰도 사과를”
전두환 개입 여부 등 아직 미궁




‘박종철씨 고문치사 사건’은 한국 현대사에서 하나의 분수령으로 꼽힌다. 1987년 당시 서울대(언어학과 3년)를 다니던 23살 청년의 죽음은 6월항쟁의 출발점이 됐고, 결국 ‘6·29 민주화 선언’이라는 군사독재 정권의 ‘항복’을 불러왔다.

하지만 역사적 의미와 달리, 지난 20여년 동안 축소·은폐·조작 의혹이 꾸준히 제기됐음에도 그 실체는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가 7일 내놓은 조사 결과는 청와대·국가안전기획부·검찰·경찰 등의 조직적인 축소·조작 사실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진전으로 받아들여진다.

진실화해위의 조사 내용을 보면, 정부의 각 기관들은 적극적으로 이 사건의 은폐·축소에 나선 것으로 확인된다. 우선 물고문으로 인한 박씨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치안본부(지금의 경찰청)는 박씨가 숨진 1월14일 당일, 검찰에 ‘박씨의 주검을 화장 처리하겠다’는 내용의 지휘 요청을 한다. 이에 대해 최환 당시 서울지검 공안부장은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다 갑자기 아들이 숨졌는데 부모가 쉽게 화장에 동의했다는 게 이상하다. 부검을 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경찰은 다음날인 1월15일까지 주검을 내놓지 않다가 마지못해 부검을 했으며, 부검에서 질식사가 확인됐는데도 16일 “심장 쇼크사”라고 발표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주요 공안 관련 기관장들이 참석하는 ‘관계기관 대책회의’가 적어도 두 차례 열렸다.

진실화해위 관계자는 “두 차례의 대책회의 뒤 수사 주체가 검찰에서 치안본부로 넘어가고, 사망 원인을 왜곡한 경찰의 수사 결과가 발표된다”며 “대책회의가 축소·은폐의 결정적인 구실을 했다”고 말했다.

그해 5월18일 천주교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이 “고문에 개입한 경찰관이 3명 더 있다”고 폭로하기 전 정부 고위 당국자들이 이런 내용을 알고 있었던 사실도 확인됐다. 장세동 당시 안기부장은 진실화해위 조사에서 “사제단의 폭로 전 법무부 장관에게서 전화로 추가 공범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밝혔으며, 정호용 당시 내무장관도 “사제단 폭로 전 첩보보고 형식으로 알고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검찰이 수사권을 포기하는 등 직무를 유기한 사실이 밝혀진 대목도 주목할 만하다. 검찰은 자신의 지휘를 받는 치안본부에 수사 권한을 넘겼으며, 고문의 공범이 더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진실’을 규명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고 진실화해위는 밝혔다.


이런 이유로 진실화해위는 박씨 사건의 축소·조작에 대한 정부의 사과와 별도로, 검찰의 사과도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진실화해위는 “검찰은 헌법에 독립성을 보장받고 있었음에도 권력층의 압력에 굴복하여 헌법과 법률로 부여된 수사권을 올바르게 행사하지 못하고 진실 왜곡을 방조한 점에 대해 유족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이번 진실화해위 조사는 관계기관 대책회의의 구체적 내용과 당시 청와대의 개입 정도 등을 분명하게 밝혀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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