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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삼성비자금 사건’ 삼성증권도 ‘솜방망이 처벌’

등록 2009-06-03 23:29

금감원, ‘기관 경고’ 그쳐…3개 금융기관엔 ‘기관 주의’
10곳 임직원 256명 징계요구…1년 넘게 끌다 늑장 결정
2007년 김용철 변호사의 의혹제기로 시작됐던 ‘삼성그룹 비자금 의혹 사건’과 관련해 금융실명법을 위반한 삼성증권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기관경고 조처를 하고, 삼성증권을 비롯한 10개 금융기관의 임직원 256명에 대해선 정직 등의 처벌을 내렸다. 하지만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금융실명제 위반이라는 혐의의 중대성에 비추어봤을 때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처벌 시점 또한 지난달 29일 ‘삼성에버랜드 사건’ 대법원 판결 직후라는 점에서 ‘눈치보기 늦장 처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3일 “삼성 비자금 의혹 관련 특별검사로부터 삼성증권 등에 개설된 1200여개 계좌의 금융실명법 위반 여부에 대한 검사를 요청받아 10개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검사를 실시한 결과, 10개 금융회사 256명의 직원들은 1993~2007년 기간 중 계좌 개설 과정에서 금융실명법을 위반했으며, 이 중 일부는 자금세탁 등 혐의거래 사실을 금융정보분석원장에게 보고하지 않아 특정금융거래보고법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삼성증권에 기관경고를, 굿모닝신한증권·한국투자증권·우리은행 등 3개사에 기관주의 조처를 내렸다. 또 증권사 7개사와 은행 3개사 등 10개 금융기관의 소속 임직원 256명에 대해 정직(53명), 감봉(18명), 견책 등(185명)의 징계를 요구하기로 했다. 임직원 징계 요구를 받은 금융회사는 삼성증권, 굿모닝신한증권, 한국투자증권, 우리은행을 비롯해 대우증권, 한양증권, 한화증권, 하이투자증권, 하나은행, 신한은행 등이다. 이 중 삼성증권 임직원이 179명으로 가장 많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제10차 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의 조처안을 의결했다.

김용철 변호사의 법률 대리인을 맡았던 김영희 변호사는 “광범위한 차명계좌를 개설해 장기적으로 관리한 중대한 범죄였는데 너무나 가벼운 처벌을 내렸다”며 “최소한 영업정지는 돼야 하는데 너무 낮은 수준의 징계에 대해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금감원이 감독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않은 데 대해 법적인 대응을 강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감원이 금융회사의 위법행위에 대해 내리는 제재는 기관주의, 기관경고, 영업정지, 인허가 취소 등이 있다. 기관경고 이상을 받으면 향후 3년간 금융회사를 인수·합병할 수 없게 된다. 기관주의에는 특별한 제약이 따르지 않는다. 삼성증권은 삼성그룹의 계열사이고 우리은행은 삼성그룹의 주채권은행으로, 삼성그룹의 비자금 조성과 조세포탈, 경영권 승계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금감원의 조처가 나온 시점도 미묘하다. 이번 검사 결과는 지난해 4월 삼성 특검이 금감원 쪽에 검사를 요청한 지 1년이 넘은 시점에 나온 것이다. 이번 발표 직전인 지난달 29일 대법원에서는 삼성의 불법 경영권 승계 혐의에 대해 무죄 확정 판결을 내렸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금융실명제 위반이라는 단순하고 명백한 혐의에 대해 1년이 넘도록 시간을 끌다가 재판 결과가 나오자마자 발표를 한 것은, 재판 결과에 따라 처벌수위를 조절하려는 전형적인 눈치보기”라며 “감독당국 스스로 공정성과 권위를 포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워낙 계좌가 많고 방대했기 때문에 검사에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말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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