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 평화·인권 문제 분단과 떼 생각할 수 없다”
“남과 북은 통일에 앞서 ‘회복과 치유’를 준비해야 한다고 봅니다. 오랜 시간 다른 환경에서 살았던 사람들이 만나는 건, 똑같은 하나가 되려고 해서가 아니라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이해하며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것이니까요.”
국제 평화·인권 교육 전문가인 베티 리어던(74)은 한국 사회의 평화와 인권 문제를 남북 분단의 현실과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이렇게 강조했다.
미국 뉴욕에 있는 컬럼비아대학 평화교육센터 소장이자 명예교수인 리어던은 지난 17~18일 이틀 동안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 주최로 서울 명동 유네스코회관에서 열린 ‘평화교육 워크숍’에 참석하러 한국에 왔다. 대학생과 교사, 시민단체 간부 등과 모둠을 이뤄, 종교와 문화적 차이에 따른 갈등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교육방법을 토론하며 자신의 체험과 견해를 들려 줬다. 그는 “지난 40여 년 동안 세계 각국 사람들에게 평화·인권 교육을 했던 경험을 나누고, 한국에 대해 공부하고 싶은 욕심도 있어 참가했다”고 말했다.
그는 어린 시절 자기 또래 흑인 아이가 굶주림과 학대에 시달리는 모습에 충격을 받아 ‘인권’에 처음 눈을 떴다. 이어 일본의 진주만 폭격으로 미국이 2차대전에 뛰어들던 해에 십대를 맞이했다.
“예민한 사춘기를 전쟁의 기운 속에 보낸 셈이지만, 전쟁이 무엇이며 왜 일어나는지 고민하면서 평화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전쟁 뒤 미국 사회에 ‘인종차별 철폐와 여성 해방’이라는 사회변혁의 큰 흐름이 형성되면서 제 삶의 방향이 정해진 거죠.”
칠순의 문턱을 이미 넘어선 리어던이지만 여전히 세계 각국을 돌며 열정적으로 강연 활동을 펼치고 있다.
“미국 정부의 이라크 공격을 비판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지만, 저는 보통 미국인들이 무슬림에 대해 갖는 편견과 오해에 더 관심이 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언젠가는 같은 일이 또 벌어질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기사를 잘 팔기 위해 사람들 사이의 차이를 부풀리고 오해와 불신을 조장하는 미디어를 가장 경계합니다. 사실 평화·인권 교육은 미디어 종사자들에게 제일 먼저 해야 하는데, 그들은 이미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글 이미경 기자 friendlee@hani.co.kr 사진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글 이미경 기자 friendlee@hani.co.kr 사진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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