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참사’가 일어난 지 두달째인 20일 오전, ‘이명박정권 용산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가 서울 용산구 한강로 철거민 참사 현장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희생자 유족인 유영숙(왼쪽 두번째)씨가 경찰의 강제진압에 대한 진상규명과 강제철거 중단 등을 요구하고 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용산 범대위 “대통령 사과 전까진 장례 안치러”
“불에 몸이 타들어가고. 타들어간다 말도 못하고. 에헤려아이여.”
철거민 등 여섯명의 목숨을 앗아간 ‘용산 참사’가 일어난 지 두 달째인 20일 저녁. 참사 현장인 서울 한강로2가 남일당 건물 앞에서 숨진 지 60일이 되도록 장례도 못 치르고 있는 희생자들을 달래는 ‘차사영맞이’ 추모 행사가 열렸다. 차사영맞이는 저승사자(차사)가 망자의 영혼을 저승으로 곱게 데리고 가기를 기원하는 원혼굿이다. 마당춤꾼 전공채씨의 구슬픈 노랫가락이 낮은 북소리에 맞춰 도심에 울려 퍼지는 동안, 유가족들은 미동도 하지 않고 손에 든 촛불에 눈을 고정했다. 주변에 모인 철거민과 시민 80여명은 건물 앞의 제사상에 놓인 철거민 다섯 명의 영정 사진을 안타깝게 바라봤다.
오전엔 ‘용산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원회’(범대위) 회원 등 40여명이 같은 곳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철거민 5명과 경찰관 1명이 숨졌지만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공공개발과 순환식 재개발의 방법을 취하지 않고는 용산 참사는 되풀이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또 “숨진 희생자들이 아직도 차가운 영안실에 누워 있는 상황에서 이달 초부터 이 지역의 철거작업이 은근슬쩍 재개됐다”며 조합 쪽의 철거 강행을 비판했다.
참사로 숨진 고 윤용헌씨의 부인 유영숙씨는 “아이들이 장례식장에서 학교에 다니는 고통을 감수하고 있다”며 “진상규명을 통해 숨진 이들의 명예회복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굴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유족과 범대위는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처벌이 이뤄질 때까지 장례를 치르지 않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한편, 이날 저녁 범대위 김태연 상황실장이 불법 집회 주도 혐의로 체포돼 남대문경찰서에 연행됐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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