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안경환)는 4일 “‘사이버 모욕죄’ 도입은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지 않도록 신중하게 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인권위는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대한 검토 의견에서 “인터넷은 우리사회의 새로운 민주적 의사 형성 공간으로, 국가의 규제나 형사처벌 등 직접 개입은 최소화해야 한다”며 “(개정안에 신설된) 사이버 모욕 행위는 명시적 기준이 없어 인터넷상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이어 “개정안처럼 사이버 모욕 행위를 ‘반의사불벌죄’로 규정할 경우 실제로 피해자의 명예가 훼손됐는지와 관계없이 입건할 수 있게 돼, 수사기관의 자의적 판단과 부당한 수사가 이뤄질 수 있다”며 “도입하더라도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수사할 수 있는 ‘친고죄’ 형태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권위는 또 이철우(한나라당)·송영선(친박연대) 의원이 각각 발의한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국정원의 직무범위가 자의적으로 확대되는 일이 없도록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인권위는 “개정안은 국정원 직무범위를 ‘국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국가정책 수립에 필요한 정보에 관한 업무’ 등 추상적이고 불확실한 개념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직무범위의 자의적 확대와 국가에 의한 사생활 침해 등의 우려가 크므로, 보다 명확하고 구체적인 법 개념으로 수정·보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이런 검토 의견을 국회의장과 해당 법률안 소관 상임위원회에 전달했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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