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카에보육원 도쿄도 지바켄 이치가와시 기타코쿠분 하교길 아이들과 부모들 이종찬기자 rhee@hani.co.kr
[생활의발견] 6.‘출산을 앞두고’출산휴가서를 내다 사랑스런 내 아이(‘햇살’)가 세상구경을 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예정일로는 25일이지만, 지난 4일 정기검진을 마친 의사선생님께선 “예정일보다 빨리 나오겠는데요?”라며 놀란 눈치였다. 햇살이도 엄마만큼 급한 성격을 타고날 모양이다. 덕분에 하루하루가 긴장의 연속이다. 햇살이 나올 때까지 회사에서 버티려 했던 계획이 물거품됐고, 출산휴가도 일주일 정도 앞당겨 오는 17일부터 들어갈 예정이다. 분만때 겪게 될 고통을 생각하면, 겁도 나지만 햇살이가 어떤 모습으로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낼지를 상상하면 지금은 하루빨리 그 고통을 겪고 싶은 욕심도 생긴다. “더는 쓰고 싶지 않다” 여러 번 펜을 놓을까 고민 7회로 예정됐던 이번 시리즈도 이번 6회로 마지막이다. 1달여에 걸쳐 여섯 번의 ‘생활의 발견’ 시리즈를 쓰는 것이, 기사를 쓸 때보다 훨씬 힘들었다. 스트레스도 그만큼 컸다. 각종 자료와 취재원을 동원해 쓰는 기사와 달리, 개인적 경험과 생각들을 바탕으로 한 체험형 글이었고 그만큼 매회 많은 고민을 했다. 개인적인 주장에 그칠 수 있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의 경험을 최대한 많이 들으려 했고,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관련 자료들도 많이 찾아봤다. 덕분에 그동안 알지 못했던 많은 지식을, 직장여성의 임신과 출산·보육의 문제, 육아휴직과 모성보호법, 정부의 저출산 극복대책의 문제점 등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됐다. 뱃속의 ‘햇살’ 덕택이다. 하지만, 내 글이 누구의 말처럼 ‘자궁을 무기로 투정을 부리는 글’이었을 수도 있고, 마치 내가 ‘용가리 통뼈’라도 된 양 (임신부라는 이유로) 출산과 육아, 보육의 문제를 겁도 없이 끄집어 낸 것은 아닐까 후회하기도 했다. 내 글에 전적으로 공감하는 사람들은 후련하다고 느꼈을 테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내 글과 생각에 대해 비판했다. 그런 독자들 반응 앞에서 임신 말기의 예비엄마는 감정이 오락가락 했다. 이제 출산 휴가를 낸 만큼 [생활의발견] 기사도 마무리해야할 시점이다. 예정은 7회까지 쓰고자 했지만 아기가 어서 세상구경을 하겠다고 한 만큼, 기사도 1주 앞당겨 마무리해야 한다. 출산 휴가를 낸 이상 이제 진짜 ‘엄마 되기’ 모드로 들어간다. 출산이 다가와서인지, 햇살의 발길질이 다소 누그러졌다. 무게 중심이 아래로 내려간 탓인지, 걷는 것도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햇살아, 건강한 모습으로 빨리 만나자! 앞으로는 모든 사랑을 네게 쏟을게.”
“자궁의 무기화”, “김 기자는 용가리 통뼈?” 시리즈를 쓰는 동안 ‘반향’이 가장 컸던 때는 첫 회가 나갔을 때였다. 각 포털 사이트에 내 글이 올라가면서, 수백 건의 댓글이 달렸다. 기자가 아닌 여성의 한 사람으로서 하는 출산과 육아에 대한 고민이, 많은 사람들에게 ‘호응’이 아닌 ‘비난’을 받게 될 줄은 예상치 못했다. “엄마 될 자격이 없다”, “아이를 볼모로 생떼를 쓴다”, “자궁을 무기화하려는 의도다”, “네가 용가리 통뼈냐” 는 등의 비난이 빗발쳤다. 맞는 말이다. 맞벌이에다 회사 분위기상 임신이나 출산 관련해서 다른 회사보다 형편이 나은 편에 속해 있던 내가, 1회부터 5회까지 출산·육아·보육 관련 정책의 문제점을 제기하며 ‘투정 섞인’ 시리즈를 쓴 데는 그나마 내게 주어진 이러한 혜택들이 대부분의 여성에게 보편적인 현실이 됐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었다. 거창하게 말하면, 아직은 그렇지 못한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이랄까. 어쨌든 이번 시리즈가 ‘저출산 위기’라는 연못에 돌 하나 던진 셈이 됐으면 한다. 앞으로 저출산 극복대책을 세우는 과정에서 이 글이 하나의 표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280일의 임신부 경험은 황홀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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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태어날 내 아이의 태명은 ‘햇살’이다. 항상 밝고, 많은 이들에게 따스한 빛을 주라는 의미에서 이렇게 지었다. 임신 초기 햇살에게 미안한 짓(?)을 할까도 고민했던 것이 후회스러울 정도로 열 달 동안 여러모로 부족한 엄마의 뱃속에서 꿋꿋하게 잘 자라주었다. 농담 삼아 “뱃속에 있을 때부터 세상의 고통을 알아야 해!”라며, 은근히 압력을 넣은 탓일까. 또래의 태아에 비해 평균체중은 약간 작은 편이었지만 뱃속에서의 움직임은 힘찼고, 지금도 (엄마에 대한 반항인지, 사랑의 표현인지 모르겠지만) 열심히 발길질을 해댄다. 생명을 잉태하고 세상에 내보낼 수 있다는 내 자신이 너무 자랑스럽다. 돌이켜볼 때, 열 달 동안 햇살에게 좋은 엄마가 되지는 못했지만, 그나마 자랑할 만한 것은 하루도 빠짐없이 임신일기를 써왔다는 점이다. 하루하루 고민했던 것, 기뻤던 일과 슬펐던 일, 이런저런 고민들을 솔직하게 적었다. 이번 시리즈를 쓰는 이유와 내용, 글이 나간 후의 반응까지도 꼼꼼히 적었다. 내가 280일 동안 생활했던 일들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것이 햇살에게 해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고, 햇살 역시 이런 엄마를 이해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스트레스로 울기도 했고, 신경질도 냈지만 거의 매일 임신부 체조를 했고, 태교에 좋다는 음악도 많이 들으려고 노력했다. (클래식 음악을 틀어놓고 잠자리에 들고, 새벽에 눈을 뜨자마자 다시 음악을 틀었다.) 짬이 나는 주말엔 육아용품 매장에서 관련 상품을 구경하는 일이 무엇보다 재미있었고,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육아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을 떠나, 임신부로 겪는 280일간의 경험은 정말 황홀하다고 말할 수 있다. 많은 사람이 내게 “아이 키우는 것이 힘들어도, 웃음만 보면 힘이 절로 난다” “아이는 꼭 필요한 존재이고,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듯, (아직 경험하지는 못했지만) 출산 후 아이를 키우는 일은 내게 더 많은 경험과 기쁨을 줄 것이고, 나를 더욱 성숙한 인간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기대된다. 누구나 그렇듯, 나 역시 좋은 엄마가 되고 싶다. 이땅의 많은 엄마들처럼 말이다. 글쎄~ 좋은 엄마가 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는 아직은 잘 모르겠다. 내가 할 수 있는 여건에서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출산휴가가 끝난 뒤 업무에 복귀한다는 점에서 전적으로 양육을 책임지는 전업주부들에 비해 많은 사랑을 줄 수 없다는 점이 안타깝지만 말이다. 그런 점에서 이 땅의 전업주부들의 용기에 다시 한번 박수를 보내고 싶다. 또한 첫애를 낳고 힘들게 취직했다가, 둘째를 가져 회사를 그만둔 한 친구와, 조만간 퇴사를 앞둔 내 친구에게도. “그리고 말이다…육아휴직 쓰면 정말 자리 빠지더라.” 대학 동기인 한 친구는 내가 출산휴가를 낼 즈음 회사에 사직서를 냈다. 대학교 졸업과 동시에 꽤 이름있는 외국계 회사에서 일했던 그 친구가 퇴사를 결심하게 된 배경에는 육아문제도 있다. 출근할 때마다 “엄마, 돈 많이 벌어와!”라고 말하는 아이의 해맑은 웃음이 눈에 밟혔고, 이제는 슬슬 둘째도 고민할 때가 왔기 때문이다. 내 친구가 ‘퇴사’를 고민한다고 했을 때, 난 “그렇다고 회사를 왜 그만두려고 하냐? 조금만 더 고생해라.”, “한번 직장을 놓으면, 다시 취업하기가 쉽지 않다”고 뜯어말렸다. 하지만, 지금 난 “아이에게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친구의 말에 공감했고, 그의 용감한 선택을 존중한다. 이번 [생활의발견] 연재기사의 열성독자였던 그 친구는 얼마 전 내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일상적인 안부인사 외에 뜬금없는 글을 남겼다. “그리고 말이다…육아휴직 쓰면 정말 자리 빠지더라. 우리 회사 한 직원이 육아휴직 쓰는 동안 회사가 좀 어려워지니까, 집으로 전화해서 퇴사하라고 은근히 압력 넣더라. 무셔 무셔~” 법으로 명시된 육아휴직. 그것도 회사 처지에서 볼 때, 무급이어서 경제적 부담도 없는데다 정부로부터 지원금까지 받는, 전혀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님에도 ‘경제논리’ 앞에 유명무실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3개월의 출산휴가는 어느 정도 정착이 되었다지만, 출산 후 1년간 쓸 수 있는 육아휴직은 여전히 걸음마 단계다. 출산휴가를 사용한 여성의 1/5만이 육아휴직을 쓴 것으로 집계되고 있으며, 기혼 직장여성의 90%가 ‘육아휴직’을 사용한 적이 없고, 이 가운데 51.4%가 ‘회사에서 육아휴직제를 쓸 수 없다’는 조사결과가 나오고 있다. ‘육아휴직제’의 실질적 보장과 권유풍토가 가장 효과가 높을 저출산 극복대책의 하나라고 생각된다.
이제 저는 햇살이 엄마가 되어 돌아오겠습니다. 그동안 개인적 이야기와 임신부의 불만에 관심을 갖고 의견을 보내주신 분들과 독자들께 감사드립니다. ‘햇살’처럼 세상을 밝게 만드는 아이로 키우도록 애쓰겠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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