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밤까지 23만명 조문
김수환 추기경 선종 3일째인 18일 밤늦게까지도 서울 명동성당에는 가신 이의 넋을 기리는 추모의 물결이 넘쳐났다. 명동성당에서부터 늘어선 조문 행렬은 명동 상가 골목을 두 차례 돌고 돌아 3㎞를 넘어섰다.
19일 오후 5시로 입관 시간이 발표되면서, 이날 저녁엔 김 추기경의 ‘마지막 모습’을 직접 보려는 직장인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밤 9시께 조문 행렬의 끝인 지하철 명동역에서 차례를 기다리던 권영하(63)씨는 “직장에 다녀 오늘 밤이 지나면 추기경님의 모습을 뵐 수 없을 것 같아 늦게 찾아왔다”고 말했다. 청주에서 올라왔다는 이종예(51)씨는 “조문을 위해 3시간 반 이상 기다렸다”며 “너무나 긴 줄에 걱정도 됐지만 추기경님의 온화한 모습을 뵙게 되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장례위원회는 18일 새벽6시부터 밤11시30분까지 14만 2천450명의 조문객이 방문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명동성당을 찾은 조문객은 23만 8천950명이다. 밤늦게까지 줄을 선 사람들 때문에 명동성당은 애초 마감시각이었던 자정을 넘긴 19일 새벽 1시께까지 조문을 허락했다.
이날 성당을 찾은 이강국 헌법재판소장은 “하늘나라에서 모든 짐을 내려놓으시고 영생을 누리시길 빈다”며 애도했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제가 이런 말 할 자격은 아니지만 좋은 일 많이 하셔서 좋은 데 가실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을 비롯한 삼성 사장단 11명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도 조문을 했다. 배우 안성기씨와 손숙씨를 비롯해 ‘네 손가락 피아니스트’ 이희아씨 등 문화예술인도 고인을 찾아 “큰 빛을 잃었다”며 슬퍼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이사장 함세웅)는 “1970~80년대 독재정권 시절 민주화운동의 상징이며, 정신적 지주였던 김 추기경님의 선종을 애도한다”며 이날 오후 본당 뒤편의 수녀원 교육관에서 김 추기경의 추도미사를 열었다.
조문은 19일 밤 12시까지 가능하나 김 추기경의 주검은 19일 오후 5시에 진행되는 입관 예절 때까지만 일반에 공개된 뒤 영면을 누릴 삼나무관에 안치된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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