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고추의 유래에 대한 그동안의 통설을 뒤집는 새로운 학설이 제기됐다. 지금까지 고추는 임진왜란이 일어났던 1592년에 일본에서 들여왔다는 것이 통설이었다.
하지만 한국식품연구원 권대영 박사 연구팀은 고문헌 등을 수집·분석한 결과 임진왜란 이전 수백년전부터 고추가 존재했다는 근거를 발견했다고 18일 밝혔다.
권 박사는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100여년 전인 1487년에 발간된 ‘구급간이방’에 고추의 어원인 ‘고쵸’가 한글로 선명하게 나와 있고, 1527년 문헌인 ‘훈몽자회’에도 고추가 딸기, 머루 등과 함께 ‘고쵸초’(椒)라고 명시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고추장 역시 길게는 임진왜란 발발 750년전 발간된 ‘식의심감’부터 조선 세종(1433년)때 문헌인 ‘향약집성방’ 등에 ‘고추장’(椒醬)이라는 표현이 기록돼 있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고추는 콜럼부스가 중앙아메리카에서 ‘아히(aji)’라는 작물을 유럽으로 가져간 뒤, 일본을 통해 우리나라에 들여와 다시 중국, 인도 등으로 전파된 것으로 알려져 왔다. 반면 일본 문헌에는 거꾸로 고추가 임진왜란 때 우리나라에서 일본으로 전해졌다는 기록이 나오기도 해, 고추의 일본 전래설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권 박사는 “아히는 모양이나 맛 등 유전형에서 우리나라 고유 고추가 될 수 없음이 생물학적으로 분명하다”며 “우리나라 고추의 유래를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유럽, 중남미, 태국 등의 고추와 유전적으로 어느 쪽에 가까운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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