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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두발·복장규정 스스로 자율만큼 자긍심 ‘뿌듯’

등록 2005-05-13 19:53수정 2005-05-13 19:53


■서울미술고 학생들의 실험

‘남학생 옆머리는 귀의 반 정도 길이까지, 뒷머리는 옷깃 끝부분까지. 심하지만 않으면 파마도 오케이(OK).’

머리가 좀 길다 싶으면 교사들이 달려들어 ‘고속도로 공사’를 해대는 대부분의 학교 학생들에게는 꿈같은 얘기다. 그러나 서울미술고에서는 이런 일이 곧 현실이 된다. 이 학교에서는 최근 ‘100% 학생표’ 생활규정 개정안을 학생들 스스로 만들었다.

학생들이 손수 만든 생활규정답게, 이 개정안에는 진일보한 내용들도 많이 담겨 있다. 여학생의 경우 기초화장이나 반투명 매니큐어, 작은 귀고리 착용 등을 허용하기로 했다. ‘머리끝은 반드시 일자로 자르고 머리 길이가 어깨선을 넘으면 반드시 묶어야 한다’는 규정도 없앴다. 교복 치마 길이도 ‘무릎선 밑까지 내려와야 한다’에서 ‘무릎선 위 5㎝까지’로 규제를 완화했다. 신발도 ‘지나친 원색이나 고광택 신발 및 에나멜 구두는 금한다’는 규제 조항을 없앴다. 남학생도 ‘귀는 꼭 노출시켜야 하며, 목을 덮는 머리는 반드시 자른다’라고 돼 있던 규정을 대폭 완화했다.

생활규정 개정은 새학기 들어 지난해보다 머리 단속을 훨씬 강화한 것이 계기가 됐다. 당시 학생들의 불만이 학교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쏟아지자 학생회와 학교 쪽이 만났다. 학교 쪽은 “너희들이 소위원회를 만들어 생활규정 개정안을 만들면 수용하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이인규 교감은 “규정을 만드는 일은 학생들이 맡고, 학교쪽은 법제처 기능만 하겠다”고 공언했다.


새학기초 단속강화에 반발
학교 “너희가 만들어봐라”
학급회의등 한달여 논란
“과정 자체가 소중한 경험”

학생들은 1~3학년 32명으로 소위원회를 꾸려 한달여 토의를 통해 ‘민주 생활규정’을 완성했다. 소위는 개정안을 만들기 위해 각 반에서 학급회의를 열어 모든 학생의 의견을 수렴했다. 그리고 다섯 차례 전체회의를 열었다. 교사들은 이 과정에 전혀 간섭하지 않았다. 소위 위원장인 김기훈(18·3학년)군은 “‘완전 자유화’를 주장하는 쪽과 ‘규제 완화’를 주장하는 쪽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서 조율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그러나 합의안을 만들어나가는 과정 자체가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뿌듯해했다.

이 교감은 “다소 파격적인 내용도 일부 포함돼 있지만 학생들에게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킬 것”이라며 “바뀐 규정에 문제가 있다고 느끼면 학생들 스스로 다시 고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서울시 교육청은 머리 단속에 대해 학생들이 “인권침해”라며 집단 반발할 조짐을 보이자, 11일 규정을 정할 때 학생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라는 지침을 부랴부랴 보냈다. 이에 대해 학생들은 “5년 전 중·고교생의 머리 제한이 문제가 됐을 때 교육당국이 비슷한 지침을 보냈지만 현장에서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학생들은 지침보다는 서울미술고에서와 같은, 학생들에 의한 자율적 실천을 원하고 있다.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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