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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죽음의 링, 이종격투기 선수 호흡곤란 숨져

등록 2005-05-13 19:33



‘김미파이브’ 출전자 대부분 ‘아마’

최근 국내에서 폭발적 인기를 모으고 있는 이종격투기 시합에서 선수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때리고 차고 찍고 꺾는’ 전방위 공격이 가능한 탓에 이종격투기의 위험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러나 선수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는 허술했다.

12일 밤 9시35분께 서울 삼성동에 있는 식당식 이종격투기 경기장 ‘김미파이브(G5)’ 선수탈의실에서 이아무개(34)씨가 갑자기 호흡곤란 증세를 일으켜 병원으로 옮겼지만 숨졌다. 이씨는 이날 밤 9시20분에 시작된 이종격투기 경기에서 1라운드 1분께 상대 선수인 임아무개(32)씨의 주먹을 맞고 왼쪽 눈 위가 2㎝ 정도 찢어졌다. 이씨는 의사의 시합중단 지시로 링에서 40m 떨어진 탈의실로 간 뒤 의사와 대화를 나누다 쓰러졌다.

김미파이브 관계자는 “이씨의 눈 부위에서 피가 나 의사가 경기를 중지시켰다”며 “혼자 대기실까지 걸어간 뒤 갑자기 쓰러져 응급조처를 취한 뒤 병원으로 옮겼다”고 말했다. ㅇ대 유도학과 출신으로 유도 6단인 이씨는 지난해 7월 첫 경기에서 승리를 한 뒤 이번이 두번째 출전이었다.

이번 사고에 대해 연령 등 참가선수 자격제한과 함께 선수를 보호할 수 있는 각종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세계적인 이종격투기 시합인 케이원(K-1)과는 달리 김미파이브에 출전하는 선수들 대부분이 따로 직업을 가진 ‘아마추어’임에도 경기 규정과 진행이 너무 느슨했다는 것이다. 대전료는 이겼을 때 40만원, 졌을 때는 10만원을 받기 때문에 ‘전업’으로 선수생활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당시 경기장에는 의사 1명과 응급요원 1명, 앰뷸런스 1대가 대기하고 있었지만 선수에 대한 건강진단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경기 대행사인 네오파이트 관계자는 “선수 등록을 할 때는 체력과 경기능력 테스트를 거친 뒤 실력에 따라 대진표를 짠다”며 “하지만 경기시작 직전에는 의사가 아닌 경기진행 요원이 외관상 이상이 없는지만을 점검한다”고 말했다. 생명보험 가입 역시 의무조항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2003년 12월 국내 최초의 이종격투기 경기장으로 문을 연 김미파이브는 지난해 2월 27일 첫 경기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하루 2~3경기씩 1000여 경기를 치렀다. 네오파이트에 등록된 선수는 700여명으로 20대 초반에서 30대 후반의 ‘고령’까지 다양하다.

1994년 대학을 졸업한 뒤 회사원과 의류도매업을 하다 2001년부터 강원도 원주의 정육도매점에서 일해온 이씨는 평소에도 꾸준히 체육관에 다니며 운동을 해 왔다. 28일 둘째 딸의 돌을 앞둔 이씨는 ‘파이터의 꿈’을 잊지 못해 가족들 몰래 이종격투기 시합에 참여했다 변을 당했다. 유족들은 “키 183㎝에 몸무게 105㎏인 건장한 체격의 이씨가 갑자기 숨진 것이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주최 쪽의 미흡한 응급조처가 화를 불렀다”고 주장했다.

시합 녹화테이프를 검토한 경찰은 “상대 선수보다 체격이 월등한 이씨가 시합 초반 밀어 붙이다 뇌출혈을 일으킨 것 같다”며 정확한 사인을 확인하기 위해 부검을 하기로 했다.

김남일 이호을 기자 namfic@hani.co.kr


“터질일 터졌다”…안전소홀 도마에

격투기계에서는 이번 사건을 두고 “우려했던 일이 터지고야 말았다”고 반응했다. 또 이로 인해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격투기 바람이 당분간 주춤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1990년대 초반 일본을 중심으로 생긴 종합격투기는 케이블·위성 채널의 중계방송 바람을 타고 국내에도 급격히 세를 넓히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의 케이원(K-1)과 프라이드가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자, 국내 업체 4∼5곳에서 앞다퉈 자체 대회를 만들었다.

하지만 국내 선수층이 기본적으로 얇은데다, 열악한 자본력 때문에 스타성과 기량이 있는 선수들을 확보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준비가 안 된 선수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경기를 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이번 사건도 경기를 주관하는 ㄴ사가 경기 전 이아무개 선수의 건강점검을 철저히 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사고가 난 레스토랑은 매일 같이 경기를 치르다보니 선수 건강점검 및 보험 가입 등 안전대책 마련에 소홀함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비교적 규모 있게 대회를 치른다는 스피릿엠시의 경우는 일년에 두세 차례 여는 대회 때마다 경기 전에 의사에 의한 철저한 건강점검을 실시한다. 또 2명의 의사와 2명의 간호사, 응급차 2대를 대기시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한 격투기 전문가는 “보험사에서 격투기 선수에게 경찰이나 소방관보다 위험한 등급을 책정하는 만큼, 선수나 주최 쪽은 경기 전에 안전 문제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는 “이번 일이 일반인에게 격투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더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 같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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