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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군포 연쇄살인 취재에 유난히 친절했던 경찰

등록 2009-02-12 19:12수정 2009-02-13 16:07

피의자 마스크 벗겨주고 식사·기자실 편의제공도
안양사건과 태도 대비적…경찰 “언론사 요청 따른것”
‘경기 서남부 부녀자 연쇄살인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여느 때와 달리, 언론에 유난히 친절(?)했다.

경기지방경찰청은 연쇄살인 피의자 강아무개(39)씨를 검거한 지 하루 만인 지난달 25일 그를 기자들 앞에 세웠다. 강씨는 이때만 해도 군포 여대생을 살해한 혐의만 인정한 상태였다. 그러나 당시 수사본부장은 강씨의 마스크를 벗길 것을 지시해 ‘흉악범’의 얼굴을 사실상 공개했다. 경기 안양에서 초등학교 여자 어린이 두 명을 유괴·살해한 뒤 주검을 끔찍하게 훼손했다가 지난해 3월 붙잡힌 정아무개(40)씨 사건 때와는 사뭇 다른 태도였다. 당시 여러 언론들이 흉악범 얼굴 공개를 요구했으나, 경찰은 ‘피의자 인권’을 내세우며 꿈쩍도 하지 않았다. 경찰 스스로 채 1년도 안 돼 말을 뒤집은 것이다.

또 경찰은 지난 3일 “강씨가 자신이 저지른 범행을 책으로 내 아들이 인세라도 받게 하겠다는 특별한 진술을 했다”며 “자식에 대한 애정 표현으로 보인다”고 강씨의 심경까지 흘렸다. 수사 설명회 때 준비한 자료나 읽고 짧은 문답으로 끝내던 경찰의 평소 태도와는 대조적이었다. 이 때문에 취재기자들은 ‘군침’이 도는 내용이라면서도 뒷얘기를 풀어준 ‘호의’에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했다.

경찰은 강씨 조사를 위해 프로파일러(범죄심리 분석관)와 함께 피의자의 마음을 어르는 ‘케어(care)팀’도 동원한다고 언론에 밝혔다. 경찰은 그동안 각종 수사에서 이들의 존재를 굳이 드러내지 않았다. 특히 이번엔 각종 매체에 이들의 출연을 주선해, ‘흥미진진한’ 생활과 수사기법까지 알려지도록 했다.

게다가 사건 해결에 결정적 구실을 한 것은 형사들이 현장에서 찾아낸 증거물의 유전자 감식 결과와 강씨의 자백이었는데도, ‘프로파일러의 심리분석 결과’라는 말을 써가며 사건을 드라마틱하게 엮은 보도자료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 밖에 경찰은 현장 검증에 따라다니던 기자 100여명 등에게 점심 식사를 제공하는가 하면, 널찍한 회의실을 기자실로 내주는 ‘배려’도 아끼지 않았다. 이와 달리 안양 초등생 사건 때는 경찰이 취재에 협조하지 않아 기자들이 경찰서 현관에 쪼그리고 앉아 보름 가까이 기사를 써야만 했다.

이에 대해 경기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중대한 사건이어서 취재진에게 신속하게 자료 등을 제공했다”며 “프로파일러나 강씨 신문 형사 등을 공개하고 기자회견을 주선한 것은 언론사들의 잇단 요청에 따른 것이지 어떤 의도나 지시에 의한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수원/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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