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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한겨레’ 독자들은? 구독 31%가 화이트칼라

등록 2005-05-13 15:37수정 2018-05-29 11:23

[한겨레 창간 30년-디지털 아카이브]
2005년 5월 16일 한겨레신문 65면

대졸 30대 비율 최고…블루칼라 노동자는 12%
대학생들은 구독 보다 돌려보기 선호?

“재미와 감동을 찾기 힘들다” “너무 딱딱하고 무겁다” “순수 컴플렉스에 빠져 있다”

<한겨레>는 창간 17돌을 앞두고 지난 2주 동안 10차례에 걸쳐 ‘야! 한겨레’를 실었다. 한겨레를 아끼는 각계의 뜻 있는 열 분은 대체로 이런 충고들을 많이 해주었다. 그렇다고 이 분들이 한겨레의 정체성이 ‘진보’에 있다는 것을 부정하거나 진보적 가치의 추구를 포기하라고 주문한 것은 아니다. 한겨레가 창간 이래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서 우리 사회의 민주화와 민족 화해에 크게 기여해 온 사실을 한결같이 높이 평가했다. 다만 보통 사람의 삶에 한발짝 더 다가서는 사람 냄새 나는 ‘따뜻한 진보’를 당부했다.

한겨레 구독을 권유하다보면,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하지만, 나까지 볼 필요는 없는 신문’이라는 반응을 자주 접하게 된다. 한겨레의 독자 분포에서도 이런 한계는 뚜렷히 드러난다.

한국리서치 등 여론조사 전문기관의 조사를 보면, 한겨레 독자 가운데는 전문직·관리직·사무직 등 화이트칼라가 31%로 가장 많다. 다른 종합일간지들의 평균과 견줘 10%포인트 가량 높은 것이다. 독자의 학력을 살펴보면, 이런 특징은 더 두드러진다. 한겨레 독자는 대졸 이상이 54%다. 다른 종합일간지들의 평균은 42%다. 나이는 30대가 32%로 가장 많고, 성별은 남녀가 7 대 3의 비율이다. 다시 말해 한겨레의 주된 독자층은 ‘대학을 졸업한 30대 남성 화이트칼라’이다. 한겨레가 우리 사회의 주요 의제를 설정하고 여론을 형성해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한겨레는 창간 이래 사회적 약자의 눈으로 세상을 보려고 노력해 왔다고 자부하고 있다. “한겨레는 노동자 편만 든다”는 기업 쪽의 불만도 자주 듣고 있다. 그러나 독자 분포를 보면, 다른 결과가 나온다. 한겨레 독자 가운데 생산직 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12%로, 다른 종합일간지들의 평균보다 오히려 2%포인트 가량 낮다. 한겨레는 또 호주제 폐지와 가족법 개정 등 여성의 권익 신장을 위해 앞장서 왔다. 하지만 주부 독자 비중은 8%로, 다른 종합일간지들의 평균인 14%와 견줘 크게 떨어진다. 한겨레로서는 매우 곤혹스런 대목이다.

또 ‘한겨레 독자는 대학생들이 많다’는 통념도 사실과 거리가 있다. 한겨레 독자 가운데 대학생 비중은 9%로, 다른 종합일간지들의 평균인 8%와 비슷하다. 이를 두고 한겨레 내부에선 ‘신문을 사서 보지 않고 돌려보는 대학생들이 많은 것 같다’고 얘기한다.

이처럼 한겨레가 ‘우군’으로 생각하는 계층에서 독자가 적다는 것은 일종의 ‘역설’이다. 그리고 그 책임은 분명 한겨레에 있다.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할 뿐 아니라, 내게도 꼭 필요한 신문’을 적어도 지금까지는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조준상 기자 sang21@hani.co.kr


■ 17년 ‘한겨레’ 모아온 최병용씨 “자식 돌보는 심정”

“자식을 돌보는 심정으로 꼬박 17년 동안 신문을 모아왔습니다. 이제는 품안의 자식을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돌려주려 합니다.”

<한겨레>를 창간호인 1988년 5월15일치부터 지금까지 모아 온 최병용(61·전북 무주군 설천면 소천리)씨. 그는 소중하게 모아온 이 신문들을 빈상자 30여개에 날짜별로 담아 자신이 사는 집 2층에 보관해 오고 있다.

창간 당시에는 신문이 8면이어서 얇았지만, 이제는 최고 40면까지 발행되는 바람에 부피가 커져 그는 보관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들어 아내가 ‘2층에 보관한 신문지 때문에 집이 무너지겠다’고 전에는 하지 않던 불평을 자주 늘어놓아요.”

70년대 초부터 야당 생활을 해온 그는 “한겨레가 군사정권에서 민주언론을 주창하며 첫걸음을 시작했을 당시, 시골에서 한겨레신문을 구독하는 것은 분명히 용기있는 행동이었다”고 회고했다. 또 당시 정기 독자 대부분이 전교조 소속 교사들이었다고 기억했다.

그는 한겨레와의 만남을 매일 아침 8시부터 시작한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신문이 배달되는 집 근처 버스 정류장으로 한겨레를 마중나가는 것이다. 배달 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시골이어서 정류장에 부려진 신문들을 직접 가져온다. 간혹 배달 사고가 나면 해당 지국에 전화해 다음날이라도 꼭 가져오라고 신신당부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68년 맹호부대에 소속돼 베트남에도 다녀온 그는 “그동안 정성들여 모아왔던 신문들을 버리려고 여러차례 시도했으나, 암울한 시대의 역사를 내팽개치는 것같아 망설이다가 지금까지 온 것”이라고 말했다. “보관된 창간호가 당시에는 하얀 종이였지만 이젠 노랗게 변한 것을 보면 세월이 많이 흐른 모양”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그는 “솔직히 거대 신문들이 한겨레보다 읽을 거리도 많고 상세하게 보도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한겨레도 이제 변화된 시대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전주/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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