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창간 30년-디지털 아카이브]
2005년 5월 16일 한겨레신문 76면
이름이 한겨레인 사람들
한겨레신문 창간 17돌을 맞아 성은 ‘한’, 이름은 ‘겨레’인 사람 3명을 신문사로 초청했다. 같은 이름을 가진 인연으로 이들은 지난 8일 오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 모여 자신들의 이름에 얽힌 이야기와 한겨레신문에 대한 생각을 서로 나눴다.
◇ 한겨레씨, 한겨레양, 한겨레군 = 인천에서 온 한겨레(27)씨는 1978년 인천에서 태어난 인천 토박이다. 지금은 한국청소년인천연맹에서 청소년 교육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일을 하고 있다. 지난해 6월 결혼한 그는 5달 뒤면 아빠가 될 예정이다.
대전에서 온 한겨레(18)양은 가수 지망생이다. 대전 호수돈여고 3학년인 겨레양은 가수 지망생이다. 지난해 ‘대한민국 청소년가요제’에서 대상을 받았고, 회원이 400명이 넘는 팬클럽도 가지고 있다. 음대 진학을 준비하고 있다.
경기 하남시에서 온 한겨레(16)군은 요즘 한창 대학 입시안 때문에 걱정이 많은 고등학교 1학년생이다. 하남고교에 다니고 있는 그는 얼마 전 중간시험을 치르고 잠시 머리를 식히고 있다. 소설가가 되는 것이 꿈이다. 한 자리에 모인 ‘한겨레’들은 자신과 같은 이름의 사람이 세상에 또 있다는 데에 놀라워했다. 게다가 전국에 ‘한겨레’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모두 193명이나 된다는 사실에 더욱 놀라는 모습이었다. 이름이 같다 보니까 서로 어떻게 불러야할지 난감해하는 가운데 한겨레씨가 “우리 별명을 하나씩 지어서 서로 부르기로 하죠”라고 제안했다. 한겨레씨는 ‘새신랑’, 한겨레양은 ‘공주’, 한겨레군은 ‘막내’라는 별명을 선택했다. ◇ 이름에 얽힌 사연 = 새신랑은 “문학에 관심이 많으신 아버지께서 3남매 이름을 모두 한글로 지으셨다”며 “나는 나라를 위해 큰 일을 하라는 뜻으로 ‘겨레’라고 지어주셨다”고 말했다. 새신랑의 형 이름은 ‘하늘’, 누나 이름은 ‘나라’다. 막내도 자기 이름에 ‘사회와 하나가 되는 사람이 되라’는 뜻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막내의 남동생 이름은 ‘가람’이다. 공주는 “어렸을 때에는 이름이 특이해서 놀림도 많이 받았지만, 지금은 어감과 뜻이 모두 마음에 든다”며 웃었다. 이름 때문에 이들이 겪은 설움(?)도 서로 비슷하다. 막내는 “인터넷에서 물건을 주문하면 택배아저씨가 꼭 신문사 지국이나 사무실이 아닌지 되묻는다”고 불평했다. 공주는 “출석부에서 내 이름이 워낙 눈에 띄니까 새학기가 되면 선생님들이 꼭 나한테 발표나 소개를 먼저 시킨다”고 거들었다. 이런 불편은 대학에 가서도 계속 이어진다. 새신랑은 “대학생들이 서로 대리출석을 종종 하는데 나는 이름이 특이하니까 교수님들이 꼭 직접 얼굴을 확인하기 때문에 한 번도 대리출석의 혜택을 누려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름이 취직을 하거나 학교 임원이 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새신랑은 “지금 다니는 직장에 취직하려는데 면접관들이 ‘이름이 우리 연맹하고 잘 어울리네’라며 뽑아줬다”며 “전통문화와 통일 문제 등에 관심이 많은 청소년연맹이라서 한겨레신문과 같은 이름이 유리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막내도 “보통 한글 이름 보다도 ‘한겨레’는 느낌이 더 센 것 같다”며 “전학온지 얼마 안 됐는데도 선생님께서 이름만 보고 반 서기를 시켜주셨다”고 자랑했다.
◇ 나와 한겨레신문 = 막내는 “학교에서 신문 스크랩하는 숙제를 내주면 나도 모르게 한겨레신문을 고르게 된다”며 “길을 가다가 신문가판대에서 한겨레신문을 보기만 해도 괜히 반갑고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공주는 “잘은 모르지만 한겨레신문은 모든 일의 양면을 다 비판할 줄 아는 신문인 것 같다”며 “이름이 같다 보니까 한겨레신문의 이런 장점이 내 가치관 성립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가수 지망생인 공주는 “나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평생 기억에 남는 노래를 부르고 싶다”며 “한겨레신문도 마음을 움직이는 좋은 기사를 많이 쓰기 바란다”고 말했다. 새신랑은 “한겨레신문이 예전부터 자기만의 분명한 논조를 지키는 점은 좋지만 독자층이 한정된 것 같다”며 “‘신문’하면 제일 먼저 ‘한겨레’가 떠오르려면 더 많은 사람들한테 편안하게 다가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경기 하남시에서 온 한겨레(16)군은 요즘 한창 대학 입시안 때문에 걱정이 많은 고등학교 1학년생이다. 하남고교에 다니고 있는 그는 얼마 전 중간시험을 치르고 잠시 머리를 식히고 있다. 소설가가 되는 것이 꿈이다. 한 자리에 모인 ‘한겨레’들은 자신과 같은 이름의 사람이 세상에 또 있다는 데에 놀라워했다. 게다가 전국에 ‘한겨레’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모두 193명이나 된다는 사실에 더욱 놀라는 모습이었다. 이름이 같다 보니까 서로 어떻게 불러야할지 난감해하는 가운데 한겨레씨가 “우리 별명을 하나씩 지어서 서로 부르기로 하죠”라고 제안했다. 한겨레씨는 ‘새신랑’, 한겨레양은 ‘공주’, 한겨레군은 ‘막내’라는 별명을 선택했다. ◇ 이름에 얽힌 사연 = 새신랑은 “문학에 관심이 많으신 아버지께서 3남매 이름을 모두 한글로 지으셨다”며 “나는 나라를 위해 큰 일을 하라는 뜻으로 ‘겨레’라고 지어주셨다”고 말했다. 새신랑의 형 이름은 ‘하늘’, 누나 이름은 ‘나라’다. 막내도 자기 이름에 ‘사회와 하나가 되는 사람이 되라’는 뜻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막내의 남동생 이름은 ‘가람’이다. 공주는 “어렸을 때에는 이름이 특이해서 놀림도 많이 받았지만, 지금은 어감과 뜻이 모두 마음에 든다”며 웃었다. 이름 때문에 이들이 겪은 설움(?)도 서로 비슷하다. 막내는 “인터넷에서 물건을 주문하면 택배아저씨가 꼭 신문사 지국이나 사무실이 아닌지 되묻는다”고 불평했다. 공주는 “출석부에서 내 이름이 워낙 눈에 띄니까 새학기가 되면 선생님들이 꼭 나한테 발표나 소개를 먼저 시킨다”고 거들었다. 이런 불편은 대학에 가서도 계속 이어진다. 새신랑은 “대학생들이 서로 대리출석을 종종 하는데 나는 이름이 특이하니까 교수님들이 꼭 직접 얼굴을 확인하기 때문에 한 번도 대리출석의 혜택을 누려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 ‘한겨레’ 이름 단 상점들 “우리 손님은 거의 다 한겨레 독자예요”
‘한겨레’라는 이름은 신문사만 쓰고 있지 않다. 전북 정읍시 수성동에 있는 ‘한겨레회관’은 삼겹살 전문점이다. 이곳 사장인 이갑상(46)씨는 11년째 한겨레신문 정읍지국장도 맡고 있다. 그는 ‘동학농민혁명계승사업회’ 등 지역 시민단체에서도 정열적으로 활동하고 있고, 최근에는 민주노동당 정읍지구당 부위원장도 맡았다. 자연스럽게 이씨의 식당은 정읍 지역 시민단체 회원들의 단골 모임장소가 됐다.
이씨는 “지국장이니까 삼겹살 집을 열면서 별 생각 없이 ‘한겨레회관’이라고 이름을 붙였는데 이름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며 “독자들이 우리 가게를 많이 찾아주기도 하고, 독자가 아닌 손님들한테는 식당에서 구독권유를 하니까 지국과 식당 매상이 같이 오른다”고 말했다.
삼겹살 전문점 운영하며 신문지국장도
한겨레 약국 "이름이 좋아 계속 씁니다"
"한겨레도 우리도 찾는이 많아졌으면…" 서울 영등포구 대림3동 ‘한겨레약국’은 체질개선 전문 약국으로 입소문이 많이 난 곳이다.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주인이 3차례 바뀌었지만 ‘한겨레’라는 간판을 한 번도 내린 적이 없다. 최은경(42) 약국장은 “보통 주인이 바뀌면 약국 이름도 바뀌는데 ‘한겨레’라는 이름이 너무 좋아 그대로 쓰고 있다”며 “우리 민족의 자부심 같은 것이 느껴져서 우리 약국과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한겨레약국은 처음에는 한겨레신문만 구독했지만, 그러다 보니까 다른 신문사 지국에서 불만이 쌓여 지금은 여러 신문을 돌아가며 본다고 한다. 최씨는 “약국이나 신문이나 ‘신뢰’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며 “창간정신 그대로 가장 공정한 신문이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 도봉구 쌍문4동에는 ‘한겨레학원’이 있다. 이곳은 벌써 13년째 초등학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치는 강의실 4개짜리 작은 학원이다. 송미영(41) 원장은 “학원 이름은 2글자보다 3글자가 기억에 남고, 또 한겨레신문은 애국하는 분들이 많이 보는 신문이라는 생각이 들어 느낌이 좋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한겨레부동산, 한겨레체육관, 한겨레주유소, 한겨레분식 등 수많은 업체들이 ‘한겨레’라는 이름을 걸고 사업을 하고 있다. “한겨레신문 독자가 많이 늘어나고 ‘한겨레’ 간판을 단 업체들 모두 장사 잘 됐으면 좋겠다”는 것이 이들 모두의 바람이다.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한겨레 약국 "이름이 좋아 계속 씁니다"
"한겨레도 우리도 찾는이 많아졌으면…" 서울 영등포구 대림3동 ‘한겨레약국’은 체질개선 전문 약국으로 입소문이 많이 난 곳이다.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주인이 3차례 바뀌었지만 ‘한겨레’라는 간판을 한 번도 내린 적이 없다. 최은경(42) 약국장은 “보통 주인이 바뀌면 약국 이름도 바뀌는데 ‘한겨레’라는 이름이 너무 좋아 그대로 쓰고 있다”며 “우리 민족의 자부심 같은 것이 느껴져서 우리 약국과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한겨레약국은 처음에는 한겨레신문만 구독했지만, 그러다 보니까 다른 신문사 지국에서 불만이 쌓여 지금은 여러 신문을 돌아가며 본다고 한다. 최씨는 “약국이나 신문이나 ‘신뢰’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며 “창간정신 그대로 가장 공정한 신문이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 도봉구 쌍문4동에는 ‘한겨레학원’이 있다. 이곳은 벌써 13년째 초등학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치는 강의실 4개짜리 작은 학원이다. 송미영(41) 원장은 “학원 이름은 2글자보다 3글자가 기억에 남고, 또 한겨레신문은 애국하는 분들이 많이 보는 신문이라는 생각이 들어 느낌이 좋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한겨레부동산, 한겨레체육관, 한겨레주유소, 한겨레분식 등 수많은 업체들이 ‘한겨레’라는 이름을 걸고 사업을 하고 있다. “한겨레신문 독자가 많이 늘어나고 ‘한겨레’ 간판을 단 업체들 모두 장사 잘 됐으면 좋겠다”는 것이 이들 모두의 바람이다.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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