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강(44)
데이비드 강 남가주대 한국학연구소 신임소장
버락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가장 주목받는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 가운데 한 사람이 데이비드 강(44·사진·한국 이름 강찬웅) 남가주대(USC) 교수(국제정치)다. 그는 조지 부시 행정부 후반기 백악관에 입성해 한반도 문제를 맡았던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와 ‘맞수’다. 부시가 대북 강경파의 대표 격인 빅터 차를 발탁했다면, 오바마는 대북 대화론의 선두에 선 그를 필요로 할 가능성이 높다. 둘은 성향이 정반대이지만, 현실적 접근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중견 학자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관·학계 넘나들기가 잦은 미국의 풍토나 한국계의 행정부 진출이 활발해지는 분위기에 비춰 대북 업무에 직접 투입되기에 적합한 요소다.
하지만 로스앤젤레스 남가주대의 한국학연구소(college.usc.edu/ksi/) 소장으로 지난달 1일 부임한 데이비드 강은 대학 연구소의 가능성에 더 큰 기대를 걸고 있다. 29일 오후 연구소장실에서 만난 그는 “북핵, 북-미 관계와 같은 중요한 이슈를 다루는 데선 무엇보다 당파성에서 벗어나는 게 필요하다”며 “이념에서 자유롭지 못한 정당이나 싱크탱크에 비해 대학이 가진 비교우위가 바로 그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북핵 문제의 핵심 당사자이지만, 일반 미국인들은 물론 웬만한 전문가들도 한반도 상황을 세밀하게 알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그러기에 철저하게 합리적 근거에 바탕한 정책 제언을 통해 이들의 바람직한 선택을 도와야 하는 게 자신과 같은 한국계 전문가에게 주어진 책임이라고 그는 믿는다. 이런 믿음은 2003년 빅터 차와 함께 <북핵퍼즐>을 펴내면서 더욱 굳건해졌다. 이 책은 1998년부터 전문 잡지와 <뉴욕타임스> 등을 통해 두 사람이 벌인 치열한 논쟁의 산물이다. 2002년 10월 북한의 우라늄농축을 둘러싸고 북핵 위기가 다시 고조되자, 빅터 차가 상반되는 서로의 주장을 교차 편집한 책을 펴내는 대담한 발상을 내놓았다. “누구도 그 책을 출판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는 데이비드 강의 비관적 전망과 달리,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책 발간 이후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등 12개 도시에서 두 사람이 함께 발표회를 열었는데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사람들은 양쪽의 얘기를 함께 듣기를 참으로 원하고 있었다.”
13년 동안 교수로 몸담았던 미국 동부 아이비리그의 명문 다트머스대를 그만두고 태평양을 향해 있는 남가주대로 선뜻 옮긴 것도 이런 인식에서다. 10여 군데에 이르는 다른 미국의 한국학연구소들처럼 이 연구소도 그동안 문화·역사·예술 등 인문 분야에 집중해온 만큼, 긴박한 정치·경제·국제관계 현안에도 힘을 쏟아 ‘2단계 도약’을 달성하겠다는 게 그의 포부다. 그는 부임 뒤 첫 작품으로, 5년 전부터 친분을 쌓아온 성 김 국무부 북핵 특사 초청 강연을 마련했다.
데이비드 강은 오바마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한층 진지한 대북 대화에 나설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북한 특사 등 요직 인선과 3~6개월의 정책 재검토 과정을 지켜봐야 한다며 향후 전망에 대해선 되도록 말을 아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가 극도로 악화되고 있지만, 이 대통령이 실용적인 편이라고 평가하면서, “미국 새 정부의 대북 정책이 구체화하면 그에 맞춰 접근 방식을 조정해나갈 것”이라는 기대를 보였다.
샌프란시스코 부근에서 태어나 스탠퍼드대와 캘리포니아주립대(버클리)에서 공부한 그는, 1955년 유학을 와 정착한 평북 정주 출신의 물리학자 아버지 덕택에 남북통일 등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다. 일찍부터 한반도와 미국의 간극을 좁히는 ‘지적 매개체’를 꿈꿔온 그는 이번에 “더없이 적절한 임무를 맡게 됐다”며 사람 좋은 웃음을 지었다.
로스앤젤레스/글·사진 박중언 기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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