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남 전국철거민연합(전철연) 의장(왼쪽 두번째)이 30일 오후 서울 한남동 순천향대병원에서 ‘용산 철거민 참사’와 관련한 입장을 밝힌 뒤 기자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망루조립 개입의혹도 부인
검찰이 ‘용산 참사’의 배후로 지목해 수배 중인 전국철거민연합(전철련) 남경남(55) 의장은 30일 전철련이 철거민 농성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또 숨진 이들의 장례가 치러질 때까지는 검찰에 출두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남 의장은 이날 서울 한남동 순천향대병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검찰이 밝힌 농성 자금 6천만원 가운데 받은 돈이 있느냐’는 질문에 “10원 한 푼도 받은 것이 없다”고 답했다. ‘용산 4구역 철거민 대책위원회’(철대위)가 이번 농성을 위해 마련한 자금을 두고는 “자세한 내역은 모르지만 몇 개월 농성을 예상하고 먹거리 등을 마련해 들어가는 데 6천만원도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참사 이후 남 의장이 공식적인 자리에 모습을 드러낸 건 처음이다. 그는 그동안 합동분향소에서 유족과 함께 지냈다고 밝혔다.
남 의장은 농성 건물 옥상에 망루를 짓는 과정에 전철련이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도 부인했다. 그는 “지난해 여름 용산 철대위에서 망루 건설에 대해 물어와, 용역의 폭력에 대처할 수 있지만 일단 망루를 지어 들어간 사람들은 모두 구속되기 때문에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나올 수 없다고 말해 줬을 뿐”이라고 말했다. 인천에서 망루 짓기 연습을 시켰다는 검찰 발표에 대해서도 “망루를 짓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며, (용산 철거민이 연습을 했다는) 인천 도화지구의 철거민들도 망루를 지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또 “그 지역에 고물상을 하는 철거민들이 많아서 이들이 용산 철대위 사람들이 지은 망루를 보고 조언한 정도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충연(37) 용산 철대위 위원장과 농성 전에 통화한 내용에 대해선 “용산 철대위는 전철련 산하 조직인데, 상식적으로 소통하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건물 점거에 대한 구체적인 지시 여부도 “용산에서 (점거 계획을 짠 뒤) 통보해 와 알았고, 농성 당일 용산에 가서 ‘이왕에 오늘 할 거면 각자 이런 역할을 맡아서 하는 게 좋다’고 한 정도”라고 말했다.
전철련의 강경투쟁 방식이 참사를 부른 한 원인이라는 지적에는 “주거권은 기본적인 생존권으로서 집에서 쫓겨나는 이들을 위한 최소한의 방어가 그렇게 비친 것”이라고 반박했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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