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 철거민 참사 8일째인 27일 오후 서울 용산4구역 참사 현장에 차려진 분향소에서 한 수녀가 희생자들을 기리며 조문을 하고 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시민들 조문길 이어져 “시계가 거꾸로 가는듯”
‘용산 참사’로 숨진 철거민 5명의 유가족들은 깊은 슬픔에 잠겨 설을 보냈다.
이들이 모여 있는 서울 용산구 순천향병원 장례식장 4층 합동분향소는 설연휴 마지막 날인 27일 차분한 분위기였다. 분향소에는 유족들이 삼삼오오 앉아 자리를 지키고 있었으며 통곡이나 흐느끼는 소리도 들리지 않고 비교적 조용했다.
앞서 설 당일에는 전국철거민연합(전철연)을 포함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이명박정권 용산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원회’(용산대책위) 사람들과 유족들이 무거운 분위기 속에 떡국을 끓여 나눠 먹기도 했다. 류주형 대책위 대변인은 “명절인데 장례도 못 치르고 있어 유족들이 많이 힘들어 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족과 대책위는 철저한 진상 규명이 선행되기 전에는 주검을 인도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유족들은 언론에 대해 깊은 불신을 드러냈다. 전철연의 한 관계자는 “보도해 달라고 할 때는 오지도 않았던 기자들인데 …. 이거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모른 체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족들은 분향소 안에 기자 등 외부인의 접근을 제한하고 있다. 이는 분향소 안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전철연 남경남 의장에 대해 검찰이 검거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참사 현장인 한강로2가 남일당 건물 앞에는 설 연휴에도 시민들의 조문이 꾸준히 이어졌다. 경기도 일산에서 분식집을 운영한다는 양아무개(69)씨는 아들과 함께 조문을 마치고 “뉴타운 개발을 하다보면 지역에 뿌리내린 오갈 데 없는 사람들이 쫓겨난다”며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인·아들과 함께 조문을 하러 온 방지훈(54) 목사는 “소외된 자, 없는 자의 대변인이 되어야 할 정부가 소외된 사람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을 보고 찾게 됐다”고 말했다. 금아무개(37)씨는 “이번 일로 많이 놀랐다. 시계가 거꾸로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장을 찾은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은 “사인과 시신 발견 장소 등 숱한 의문을 해결하지 않은 채 검찰이 시간을 끌고 있는 것 같다”며 “대통령 사과나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 사퇴 등 수습책을 내놓지 않고 갈등만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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