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올안 신용위험평가 기준·세부절차 마련
‘기업살리기’서 ‘부실정리’로 구조조정 방향 전환
‘기업살리기’서 ‘부실정리’로 구조조정 방향 전환
내년 초부터 부실 건설사와 중소 조선사에 대한 퇴출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금융당국은 앞으로 회생가능성이 불투명한 기업은 과감하게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은 23일 기자간담회에서 “금융불안과 실물경기 침체 영향을 가장 크게 받아 유동성 애로를 겪고 있는 건설업체와 중소 조선업체에 대해 우선적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함으로써 시장 불안심리와 불확실성을 해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를 위해 건설업과 조선업 각각에 대해 은행 담당 심사역, 회계법인, 신용평가사 등 7명 가량으로 ‘신용위험평가 태스크포스(TF)’ 기구를 만들고, 여기서 연말까지 신용위험평가 기준과 세부절차를 마련하겠다”며 “이 기준에 따라 연초부터 주채권은행이 신용위험평가를 실시해 업체별로 지원과 퇴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평가 결과에 따라 기업들은 정상(A), 일시적 유동성 부족(B), 부실징후(C), 부실(D)의 4단계로 분류되며 비등급은 지원, 시등급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디등급은 퇴출 수순을 밟게 된다. 1차 평가 대상은 금융권 부채(신용공여액 기준)가 500억원이 넘는 건설사와 수출선박을 건조하고 있는 26개 중소 조선사 가운데 유동성 애로를 겪고 있거나 경영악화가 예상되는 업체들이다. 현재 채권단 협의체인 ‘대주단’에 가입돼 있는 건설사 34개도 평가를 받을 수 있으며 디등급으로 판명 나면 대주단 협약에 따른 채무이행 만기연장 조처가 중단된다.
금융당국의 이런 방침에 따라 지금까지 기업 살리기에 중점을 뒀던 기업 구조조정 방향이 앞으로는 부실기업 정리 쪽으로 기울게 됐다. 김 원장은 “대주단 협약이나 중소기업 패스트트랙 프로그램은 주로 살려나가는 데 중점을 뒀다면 앞으로는 살릴 기업과 정리할 기업을 확실하게 구분할 것”이라며 “선택과 집중을 해서 살릴 수 있는 기업에만 신규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금감원 다른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은행들이 구조조정을 망설이고 있었는데, 오늘 발표가 구조조정을 확실하게 시작하라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반도체와 자동차 업종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큰 문제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며 “문제가 깊어진다면 개별 기업 중심으로 금융지원과 구조조정을 병행해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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