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위 조사, 80년대 초 5명 피해…1명은 비관자살
1980년대 초 신군부가 국가행정고등고시(행시) 응시자 가운데 시위 전력이 있는 이들을 면접에서 무더기로 탈락시켰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위원장 안병욱)는 10일 “‘1980~81년 ‘제 24·25회 행시 면접탈락 사건’을 조사한 결과, 당시 총무처가 면접 과정에서 시위 전력이 있는 응시생들을 고의로 불합격시킨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당시 총무처 고시1과장은 진실화해위 조사에서 “‘시위 전력자를 탈락시키라’는 장관 지시가 내려와 안기부에 신원조회를 요청해 명단을 작성했으며, 시위 전력이 있는 면접생 명단에 빨간줄을 그어놓았다”고 진술했다. 25회 행시 면접위원이었던 ㅇ아무개씨도 조사에서 “총무처 간부가 ‘합격자 중 데모를 했던 학생 명단이 내려왔으니 고려해 달라’고 요구했으며, 시위 전력자들은 정당한 평가없이 면접에서 탈락시켰다”고 밝혔다.
이 사건으로 피해를 본 응시생은 백종섭 대전대 교수, 윤종규 김앤장법률사무소 상임고문 등 5명이다. 특히 당시 경북대학교 학내 시위에 참가했다 훈방된 전력이 있었던 박문화씨는 24·25회 면접에서 잇따라 떨어지자 한달여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진실화해위는 “시위 전력자를 탈락시킨 총무처와 면접위원들의 행위는 직권남용 및 재량권 일탈에 해당되며, 진정인들의 직업선택 자유와 공무담임권을 침해했다”고 결정하고, 박씨 유족에 대한 사과와 생존 피해자들의 불합격 처분 취소 등을 국가에 권고했다.
법무부는 지난해 9월 ‘제 23·24회 사법시험 면접탈락 사건’에 대한 진실화해위의 진실규명 결정과 권고에 따라, 당시 면접시험에서 탈락한 6명에 대해 올 1월 면접을 다시 치러 합격 처분을 내린 바 있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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