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촛불 연행자 모임’ 카페 회원들이 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검찰이 촛불집회 참가자 일부에게 ‘법률 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하면 기소유예하겠다’고 제안했다가, 이를 거부한 사람에게 일반 교통방해 혐의로 벌금 100만원을 물렸다”며 검찰의 행태를 비판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준법 프로그램 참가할래? 벌금 낼래?
조건부 기소유예 논란
검찰이 일부 촛불집회 연행자에게 ‘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제안한 데 대해, 관련 단체들이 “양심의 자유와 기본권 침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촛불연행자모임은 2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아무개(29)씨 등 촛불집회 때 연행됐던 회원들 가운데 7명이 검찰로부터 ‘법률 체험 프로그램을 이수하면 기소유예 처분을 해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고 밝혔다. 법무부가 올해 초부터 운영 중인 ‘법률 체험 프로그램’은 준법 집회 등에 대한 내용을 교육하는 프로그램이다.
서씨는 이날 회견에서 “당시 검찰 수사관이 법률 체험을 이수하라는 제안을 하면서 ‘아무나 해주는 건 아니고 반성하는 기미가 있는 사람한테만 해주는 것이니 이수를 하라’고 했다”며 “양심의 가책 때문에 제안을 거절했다”고 말했다. 서씨는 결국 100만원 벌금형에 약식기소됐다. 서씨는 지난 6월 촛불집회에 참가했다 도로에서 호송차의 진행을 막은 혐의(일반도로교통방해)로 경찰에 연행됐다.
촛불연행자모임은 “검찰이 기소유예 처분을 내세워 회유한 것은 법원의 판단도 받기 전에 유죄를 인정하라는 것과 같은 셈”이라며 “반성문과 비슷한 프로그램을 내세워 양심의 자유와 재판 받을 권리 등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모임은 “법원은 조건부 기소유예를 거절한 서씨에 대한 벌금형 선고를 당장 취소하라”고 덧붙였다. 전체 회원 수가 740여명인 이 모임은 현재 50여명의 회원이 벌금형으로 약식기소된 상태라고 밝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설창일 변호사는 “검찰이 특정 피의자를 골라 기소유예 처분을 제안한 것은 형평성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인권운동사랑방의 명숙 활동가는 “법률 체험 프로그램이 과거 운용되던 준법서약제도처럼 집회 참가자들에게 반성을 강요하고 굴욕감을 주는 도구로 악용될 소지가 높다”고 지적했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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