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이사람] 평양 정상회담, 그는 가장 고독했다

등록 2008-11-10 18:13수정 2008-11-10 22:28

1980년대 미국 망명 시절 잡지 <피플>에 실렸던 사진. 이희호(왼쪽)씨와 김대중(오른쪽) 전 대통령이 부엌에서 함께 설거지를 하고 있다.  웅진지식하우스 제공
1980년대 미국 망명 시절 잡지 <피플>에 실렸던 사진. 이희호(왼쪽)씨와 김대중(오른쪽) 전 대통령이 부엌에서 함께 설거지를 하고 있다. 웅진지식하우스 제공
자서전 ‘동행’ 펴낸 이희호씨
고난·영광의 86년 세월 돌아봐
김 전 대통령 정계복귀 반대도
계훈제·전두환·힐러리 등 언급

“‘민주회복을 위해 많은 사람, 특히 젊은이들이 이곳(남산 중앙정보부 조사실)을 거쳐 가는데 나도 동참할 수 있게 되어 대단히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태연하고 결연하게 말했다. 유신 초기의 공포에 떨던 내가 아니었다. 나는 식사를 거부하고 금식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씨가 ‘고난과 영광’의 86년 삶을 되돌아본 자서전 <동행>(웅진지식하우스)을 펴냈다. 4년 동안의 정리·집필 끝에 나온 이 자서전은 자전적 수필집 <나의 사랑·나의 조국>(1992)과 80년대 감옥에 있는 김 전 대통령에게 보낸 300여통의 편지를 묶은 서간집 <이희호의 내일을 위한 기도>(1998)에 이은 세 번째 책이다.

400쪽에 이르는 책에는 1922년 서울에서 태어나 한국 여성운동 개척자의 길을 걷다가 야당 유력 정치인의 아내가 돼 겪은 핍박의 세월과 대통령 부인으로서 보낸 삶이 빼곡히 담겼다. 특히, 76년 ‘3·1 민주구국선언’ 사건으로 남산 중앙정보부에 끌려갔던 일을 비롯해 ‘71년 대통령 선거’, ‘김대중 납치 사건’, ‘80년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등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직접 겪은 사람의 목소리로 들려준다.

“그의 복귀설이 점점 고조되고 있었다. 나는 반대했다. 그의 아쉬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나도 아쉬웠지만 국민과의 약속은 지켜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당신이 반대할 줄 알았어요. (…) 변명은 하지 않겠소.’”

김 전 대통령의 가장 가까운 사람이자 정치적 동지였던 그가 95년 남편의 정계 복귀에 반대하는 비판자의 모습을 보여주었음도 이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대통령 당선 뒤 가장 큰 사건이었던 2000년 남북 정상회담 때의 일도 자세히 쓰여 있다. “강행군을 마치고 5시쯤 숙소로 돌아오니 대통령은 아직 정상회담 중이라고 했다. (…) 잠시 휴식차 온 그는 많이 지쳐 보였다. 무거운 걸음을 떼는 그의 뒷모습이 무척 고독하고 힘겨워 보였다. (…) 그날의 그가 결혼 생활 중 만난 가장 고독한 모습이었다.”


이 책에는 계훈제·김활란·육영수·전두환·김정일·힐러리 클린턴 등 이희호씨가 만나고 알았던 사람들에 대한 개인적 감회도 가감없이 들어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스스럼없는 태도를 특징으로 꼽았다. “사형을 시키려 했던 ‘수괴’의 안사람을 상대로 동네 복덕방 아저씨가 아주머니 대하듯 일상적으로 대했다. 때로는 바지 자락을 올리고 다리를 긁적거리면서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독특한 분이었다.”

또 서울대 재학 시절 만난 젊은 계훈제에 대해 “나는 그가 추구하는 꿈에 끌렸다. (…) 남녀간의 사랑이 아니더라도 동지적 결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고백한 대목은 눈길을 끈다. 이 책의 부제 ‘고난과 영광의 회전무대’는 김 전 대통령이 직접 지어주었다고 한다. 11일 오후 6시 63빌딩 2층 국제회의장에서 출판기념회가 열린다.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