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미국 망명 시절 잡지 <피플>에 실렸던 사진. 이희호(왼쪽)씨와 김대중(오른쪽) 전 대통령이 부엌에서 함께 설거지를 하고 있다. 웅진지식하우스 제공
자서전 ‘동행’ 펴낸 이희호씨
고난·영광의 86년 세월 돌아봐
김 전 대통령 정계복귀 반대도
계훈제·전두환·힐러리 등 언급 “‘민주회복을 위해 많은 사람, 특히 젊은이들이 이곳(남산 중앙정보부 조사실)을 거쳐 가는데 나도 동참할 수 있게 되어 대단히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태연하고 결연하게 말했다. 유신 초기의 공포에 떨던 내가 아니었다. 나는 식사를 거부하고 금식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씨가 ‘고난과 영광’의 86년 삶을 되돌아본 자서전 <동행>(웅진지식하우스)을 펴냈다. 4년 동안의 정리·집필 끝에 나온 이 자서전은 자전적 수필집 <나의 사랑·나의 조국>(1992)과 80년대 감옥에 있는 김 전 대통령에게 보낸 300여통의 편지를 묶은 서간집 <이희호의 내일을 위한 기도>(1998)에 이은 세 번째 책이다. 400쪽에 이르는 책에는 1922년 서울에서 태어나 한국 여성운동 개척자의 길을 걷다가 야당 유력 정치인의 아내가 돼 겪은 핍박의 세월과 대통령 부인으로서 보낸 삶이 빼곡히 담겼다. 특히, 76년 ‘3·1 민주구국선언’ 사건으로 남산 중앙정보부에 끌려갔던 일을 비롯해 ‘71년 대통령 선거’, ‘김대중 납치 사건’, ‘80년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등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직접 겪은 사람의 목소리로 들려준다. “그의 복귀설이 점점 고조되고 있었다. 나는 반대했다. 그의 아쉬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나도 아쉬웠지만 국민과의 약속은 지켜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당신이 반대할 줄 알았어요. (…) 변명은 하지 않겠소.’” 김 전 대통령의 가장 가까운 사람이자 정치적 동지였던 그가 95년 남편의 정계 복귀에 반대하는 비판자의 모습을 보여주었음도 이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대통령 당선 뒤 가장 큰 사건이었던 2000년 남북 정상회담 때의 일도 자세히 쓰여 있다. “강행군을 마치고 5시쯤 숙소로 돌아오니 대통령은 아직 정상회담 중이라고 했다. (…) 잠시 휴식차 온 그는 많이 지쳐 보였다. 무거운 걸음을 떼는 그의 뒷모습이 무척 고독하고 힘겨워 보였다. (…) 그날의 그가 결혼 생활 중 만난 가장 고독한 모습이었다.”
이 책에는 계훈제·김활란·육영수·전두환·김정일·힐러리 클린턴 등 이희호씨가 만나고 알았던 사람들에 대한 개인적 감회도 가감없이 들어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스스럼없는 태도를 특징으로 꼽았다. “사형을 시키려 했던 ‘수괴’의 안사람을 상대로 동네 복덕방 아저씨가 아주머니 대하듯 일상적으로 대했다. 때로는 바지 자락을 올리고 다리를 긁적거리면서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독특한 분이었다.” 또 서울대 재학 시절 만난 젊은 계훈제에 대해 “나는 그가 추구하는 꿈에 끌렸다. (…) 남녀간의 사랑이 아니더라도 동지적 결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고백한 대목은 눈길을 끈다. 이 책의 부제 ‘고난과 영광의 회전무대’는 김 전 대통령이 직접 지어주었다고 한다. 11일 오후 6시 63빌딩 2층 국제회의장에서 출판기념회가 열린다.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김 전 대통령 정계복귀 반대도
계훈제·전두환·힐러리 등 언급 “‘민주회복을 위해 많은 사람, 특히 젊은이들이 이곳(남산 중앙정보부 조사실)을 거쳐 가는데 나도 동참할 수 있게 되어 대단히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태연하고 결연하게 말했다. 유신 초기의 공포에 떨던 내가 아니었다. 나는 식사를 거부하고 금식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씨가 ‘고난과 영광’의 86년 삶을 되돌아본 자서전 <동행>(웅진지식하우스)을 펴냈다. 4년 동안의 정리·집필 끝에 나온 이 자서전은 자전적 수필집 <나의 사랑·나의 조국>(1992)과 80년대 감옥에 있는 김 전 대통령에게 보낸 300여통의 편지를 묶은 서간집 <이희호의 내일을 위한 기도>(1998)에 이은 세 번째 책이다. 400쪽에 이르는 책에는 1922년 서울에서 태어나 한국 여성운동 개척자의 길을 걷다가 야당 유력 정치인의 아내가 돼 겪은 핍박의 세월과 대통령 부인으로서 보낸 삶이 빼곡히 담겼다. 특히, 76년 ‘3·1 민주구국선언’ 사건으로 남산 중앙정보부에 끌려갔던 일을 비롯해 ‘71년 대통령 선거’, ‘김대중 납치 사건’, ‘80년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등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직접 겪은 사람의 목소리로 들려준다. “그의 복귀설이 점점 고조되고 있었다. 나는 반대했다. 그의 아쉬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나도 아쉬웠지만 국민과의 약속은 지켜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당신이 반대할 줄 알았어요. (…) 변명은 하지 않겠소.’” 김 전 대통령의 가장 가까운 사람이자 정치적 동지였던 그가 95년 남편의 정계 복귀에 반대하는 비판자의 모습을 보여주었음도 이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대통령 당선 뒤 가장 큰 사건이었던 2000년 남북 정상회담 때의 일도 자세히 쓰여 있다. “강행군을 마치고 5시쯤 숙소로 돌아오니 대통령은 아직 정상회담 중이라고 했다. (…) 잠시 휴식차 온 그는 많이 지쳐 보였다. 무거운 걸음을 떼는 그의 뒷모습이 무척 고독하고 힘겨워 보였다. (…) 그날의 그가 결혼 생활 중 만난 가장 고독한 모습이었다.”
이 책에는 계훈제·김활란·육영수·전두환·김정일·힐러리 클린턴 등 이희호씨가 만나고 알았던 사람들에 대한 개인적 감회도 가감없이 들어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스스럼없는 태도를 특징으로 꼽았다. “사형을 시키려 했던 ‘수괴’의 안사람을 상대로 동네 복덕방 아저씨가 아주머니 대하듯 일상적으로 대했다. 때로는 바지 자락을 올리고 다리를 긁적거리면서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독특한 분이었다.” 또 서울대 재학 시절 만난 젊은 계훈제에 대해 “나는 그가 추구하는 꿈에 끌렸다. (…) 남녀간의 사랑이 아니더라도 동지적 결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고백한 대목은 눈길을 끈다. 이 책의 부제 ‘고난과 영광의 회전무대’는 김 전 대통령이 직접 지어주었다고 한다. 11일 오후 6시 63빌딩 2층 국제회의장에서 출판기념회가 열린다.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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