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원 전원 6시간 넘는 ‘마라톤 논의’
“불법시위라도 공권력 사용 최소화” 지적
시민단체 “65점…환영하지만 부족하다”
“불법시위라도 공권력 사용 최소화” 지적
시민단체 “65점…환영하지만 부족하다”
“촛불집회 진압과정에서 경찰의 인권침해가 있었다”고 판단한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안경환)의 이번 결정은 국가기관이 경찰의 공권력 남용에 대해 분명하게 문제점을 지적했다는 점에 그 의미가 있다.
이와 함께 다소 판단 시기가 늦어지긴 했지만 ‘인권위마저 정부 눈치보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인권단체들의 의혹도 상당부분 해소됐다.
인권위 전원위원회는 27일 6시간이 넘는 논의 끝에 지난 6월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시위 과정에서 벌어진 경찰의 진압 작전이 “과도한 공격진압”이었으며 “인권침해”라는 사실을 명확히했다. 인권위는 이런 판단을 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경찰의 진압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과잉’ 진압을 했다는 점이 문제라는 점을 강조했다. 인권위는 “경찰이 신고되지 않은 집회를 해산하거나 폭력행위를 한 시민을 체포하는 것은 적법한 공권력 행사”라면서도 “그러나 불법집회라도 경찰이 이를 진압, 해산할 때는 ‘경찰관의 직권은 필요한 최소한도 내에서 행사돼야 하고 이를 남용해서는 안 된다’는 경찰관직무집행법 제1조 제2항을 지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방패로 시민을 찍거나 군화로 밟는 행위, 경찰에게 물리력을 행사하지 않은 시민을 폭행을 하는 것은 직무직행법에도 어긋나고, 적법한 공권력의 행사도 아니다”라는 게 인권위의 판단이다.
촛불 시위의 과잉진압에 구체적인 권고 내용을 내놓은 점도 눈에 띈다. 행정안전부장관·경찰청장에 대한 권고 내용과 함께 이번에 인권위가 내놓은 권고는 9개에 이른다. 권고 사항에는 시위 현장에서 시민의 통행권 보장과 살수차 사용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 등 촛불집회 당시 논란이 됐던 부분을 두루 다뤘다.
한편, 국제앰네스티가 지난 6일 공식 보고서를 통해 경찰의 인권침해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 데 이어 국가기관인 인권위의 이번 결정이 나옴에 따라 경찰의 향후 대응이 주목된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인권을 강조하는 기관이라 그런 결정을 내린 것 같은데, 권고 내용을 충분히 검토해본 뒤에 향후 대응 방침을 결정하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시민사회 단체에서는 “환영하지만 부족하다”는 반응도 있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임태훈 인권법률의료지원 팀장은 이번 결정에 대해 “점수로 말하자면 65점”이라며 “폭력사태의 최종 책임은 어청수 경찰청장이 져야 하는 것임에도 인권위가 고발 조처를 하지 않은 것은 아쉽다”고 지적했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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