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미 마키(사진)
나오미 마키 카타르대사 부인
직접 만든 11곡 내고 공식데뷔
“한강의 유장함에서 깊은 영감
계속 한국인과 공감 나눌 터” “한많은 이 세상~야속한 님아~.” 외교관저가 몰려 있는 서울 속의 외인촌, 이태원 한복판에서 애절한 목소리로 우리 민요 ‘한오백년’을 부르는 여인이 있다. 이미 외교가에서 ‘팔방미인’으로 소문난 카타르 대사의 부인 나오미 알미다디는 ‘듣고 싶다’는 낯선 방문객의 한마디에 기꺼이 피아노 앞에 앉았다. 일본 출신인 그는 나오미 마키(사진)란 결혼 전 이름으로 최근 음반을 내고 정식 데뷔했다. 자신이 직접 만든 11곡을 담은 음반 ‘아름다운 순간에게’(디어 뷰티풀 모먼)를 이루마를 비롯한 정상급 음악가들의 연주음반을 전문으로 내는 기획사 스톰프뮤직에서 냈다. 5년 계약으로 본격 활동을 선언한 것이다. 그는 작사·작곡·피아노 연주·노래까지 모두 다 직접했다. 2004년 10월 남편 아하메드 세이프 알미다디를 따라 한국에 온 그는 “인천공항에 내린 순간 느낀 강한 땅의 기운과 서울로 들어오면서 처음 본 한강의 유장함이 내내 깊은 영감을 줬다”고 말했다. 추상화가로도 재능을 발휘해온 그는 그 영감으로 그린 ‘한강’(사진 아래쪽)으로 이번 음반 재킷을 장식했다. 실제로 11곡에는 그가 ‘한국 사람보다 더 한국을 사랑하게 된’ 지난 4년의 시간과 감동과 열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엘레지’(애가)는 애초 런던에서 작곡했으나 서울에서 해금과 대금 연주를 듣고 새로 만들었다. ‘프리 애즈 버드’는 한국 여성들이 자유롭게 더 넒은 세상으로 나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고, ‘율란’에서는 김상엽 전 국무총리 부인이 만들어준 전통과자 율란을 맛보며 느낀 한국의 소박한 아름다움을 표현했다. “지구촌 곳곳을 옮겨 다닐 때마다 항상 그 나라 고유 예술을 배우곤 했어요. 문화의 ‘원형’을 이해하는 가장 쉬운 길이니까요.” 그는 3년째 호남살풀이 이수자인 양성희 선생에게 살풀이와 태평무 등 한국춤을 배워 여러차례 자선 공연 무대에 서왔다. 장구 장단에 맞춰 우리 민요를 배우며 ‘한오백년’을 듣는 순간 “한국인 특유의 정과 한을 느꼈다”는 그는 즉석에서 피아노곡으로 편곡해내기도 했다. 2005년 11월 첫 서울 콘서트를 비롯 지금까지 크고 작은 공연에 20회 이상 참여했다. 예술인 부모의 끼를 물려받고 자라 일본 쇼비콘서바토리에서 작곡을 전공한 그가 남편을 만난 것도 성악가이자 화가인 아버지 마키 도루의 그림전 개막식장에서 였다. 테너 파바로티와 함께 아리고 폴라에게 사사를 한 아버지, 피아니스트였던 어머니(지난해 작고)와 함께 그는 28년 동안 해마다 크리스마스 때 도쿄 유명호텔에서 가족 콘서트를 해왔다. 1986년 비엠지(BMG)·빅터음반사에서 첫 시디를 냈던 그는 서울에 오기 전 7년을 머문 런던에서 전설적인 프로그레시브 록밴드 ‘킹 크림슨’의 전 멤버인 데이비드 크로스(전자 바이올리니스트)와 함께 음반을 내고 공연도 했었다. 처음 만났을 때 영어를 못했지만 한 눈에 ‘통했다’는 남편과의 결혼생활과 외교 활동, 10살부터 17살인 2남2녀를 키우는 엄마로서 일상, 거기에 예술가로서 열정적인 활동까지 ‘1인다역’을 해내는 그에게 ‘비결’을 물었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영적인 믿음이랄까요? 한국에 온 순간 실크로드의 냄새를 느꼈던 것처럼, 세상이 하나로 연결돼 있다는 공감이 힘인 것 같아요.” 12월 새 부임지인 모스크바로 옮겨갈 그는 “외교관 부인으로서 몸은 곧 떠나지만 음악가로서는 계속 한국인들과 공감을 나누게 될 것”이라며 굳이 작별 인사를 하지 않았다. 글·사진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한강의 유장함에서 깊은 영감
계속 한국인과 공감 나눌 터” “한많은 이 세상~야속한 님아~.” 외교관저가 몰려 있는 서울 속의 외인촌, 이태원 한복판에서 애절한 목소리로 우리 민요 ‘한오백년’을 부르는 여인이 있다. 이미 외교가에서 ‘팔방미인’으로 소문난 카타르 대사의 부인 나오미 알미다디는 ‘듣고 싶다’는 낯선 방문객의 한마디에 기꺼이 피아노 앞에 앉았다. 일본 출신인 그는 나오미 마키(사진)란 결혼 전 이름으로 최근 음반을 내고 정식 데뷔했다. 자신이 직접 만든 11곡을 담은 음반 ‘아름다운 순간에게’(디어 뷰티풀 모먼)를 이루마를 비롯한 정상급 음악가들의 연주음반을 전문으로 내는 기획사 스톰프뮤직에서 냈다. 5년 계약으로 본격 활동을 선언한 것이다. 그는 작사·작곡·피아노 연주·노래까지 모두 다 직접했다. 2004년 10월 남편 아하메드 세이프 알미다디를 따라 한국에 온 그는 “인천공항에 내린 순간 느낀 강한 땅의 기운과 서울로 들어오면서 처음 본 한강의 유장함이 내내 깊은 영감을 줬다”고 말했다. 추상화가로도 재능을 발휘해온 그는 그 영감으로 그린 ‘한강’(사진 아래쪽)으로 이번 음반 재킷을 장식했다. 실제로 11곡에는 그가 ‘한국 사람보다 더 한국을 사랑하게 된’ 지난 4년의 시간과 감동과 열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엘레지’(애가)는 애초 런던에서 작곡했으나 서울에서 해금과 대금 연주를 듣고 새로 만들었다. ‘프리 애즈 버드’는 한국 여성들이 자유롭게 더 넒은 세상으로 나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고, ‘율란’에서는 김상엽 전 국무총리 부인이 만들어준 전통과자 율란을 맛보며 느낀 한국의 소박한 아름다움을 표현했다. “지구촌 곳곳을 옮겨 다닐 때마다 항상 그 나라 고유 예술을 배우곤 했어요. 문화의 ‘원형’을 이해하는 가장 쉬운 길이니까요.” 그는 3년째 호남살풀이 이수자인 양성희 선생에게 살풀이와 태평무 등 한국춤을 배워 여러차례 자선 공연 무대에 서왔다. 장구 장단에 맞춰 우리 민요를 배우며 ‘한오백년’을 듣는 순간 “한국인 특유의 정과 한을 느꼈다”는 그는 즉석에서 피아노곡으로 편곡해내기도 했다. 2005년 11월 첫 서울 콘서트를 비롯 지금까지 크고 작은 공연에 20회 이상 참여했다. 예술인 부모의 끼를 물려받고 자라 일본 쇼비콘서바토리에서 작곡을 전공한 그가 남편을 만난 것도 성악가이자 화가인 아버지 마키 도루의 그림전 개막식장에서 였다. 테너 파바로티와 함께 아리고 폴라에게 사사를 한 아버지, 피아니스트였던 어머니(지난해 작고)와 함께 그는 28년 동안 해마다 크리스마스 때 도쿄 유명호텔에서 가족 콘서트를 해왔다. 1986년 비엠지(BMG)·빅터음반사에서 첫 시디를 냈던 그는 서울에 오기 전 7년을 머문 런던에서 전설적인 프로그레시브 록밴드 ‘킹 크림슨’의 전 멤버인 데이비드 크로스(전자 바이올리니스트)와 함께 음반을 내고 공연도 했었다. 처음 만났을 때 영어를 못했지만 한 눈에 ‘통했다’는 남편과의 결혼생활과 외교 활동, 10살부터 17살인 2남2녀를 키우는 엄마로서 일상, 거기에 예술가로서 열정적인 활동까지 ‘1인다역’을 해내는 그에게 ‘비결’을 물었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영적인 믿음이랄까요? 한국에 온 순간 실크로드의 냄새를 느꼈던 것처럼, 세상이 하나로 연결돼 있다는 공감이 힘인 것 같아요.” 12월 새 부임지인 모스크바로 옮겨갈 그는 “외교관 부인으로서 몸은 곧 떠나지만 음악가로서는 계속 한국인들과 공감을 나누게 될 것”이라며 굳이 작별 인사를 하지 않았다. 글·사진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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