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 내 최대 규모의 공단인 하남산업단지에 입주해 있는 중소기업들은 대기업들의 납품단가 인하 압력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은 하남산업단지 전경.
위기의 중소기업 (중)
광주 하남·평동 기업도 ‘적자 납품’에 빈사상태
2·3차 협력업체도 연쇄 고통…구조조정 내몰려 “대기업이 오히려 지역경제를 망치고 있다.” 지난 1~2일 만나본 광주 하남·평동 산업단지의 중소기업인들은 납품단가 문제로 그동안 켜켜히 쌓여온 대기업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그들은 “이대로 가면 채 1~2년을 못 버틸 것”이라며 “협력업체 없이 어떻게 대기업이 존재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광주지역 중소 제조업체 상당수는 대기업 협력업체다. 전체 7500여개 가운데 70% 가량이 그런 곳이다. 다른 지역에 견줘 부가가치 창출 효과가 큰 제조업체 비중도 낮은 편이다. 대기업 의존도가 높다보니 경기 하강이나 환율 상승보다 원자재값 상승과 대기업의 납품단가 인하 요구가 이 지역 중소업체의 존립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했다. 한 부품 제조업체 사장은 “원자재값이 지난해보다 적게는 40%, 많게는 300% 가까이 올랐지만 납품단가에는 전혀 반영이 안되고 있다”며 “올해 들어서만 공장가동비와 인건비 부분에서 월 1억원 정도의 손해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공장을 가동하는 것 자체가 적자다”라며 답답한 심경을 전했다. 사실상 이 곳의 거의 모든 협력업체가 이런 어려움에 처해 있다. 대기업의 쥐어짜기식의 납품단가 인하 요구에 협력업체들은 결국 인건비 절감과 인력 구조조정이라는 마지막 카드를 뽑아들 수밖에 없다. ㄴ업체 사장은 “지금 납품단가로는 최저임금도 맞춰주지 못해 용역을 써야 할 형편”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부품을 납품하는 ㄷ업체 김아무개 사장은 “가뜩이나 어려운데 최근 유럽, 미국 등지에서 신차 판매량이 줄면서 지난달부터 물량도 30% 이상 줄었다”며 “같은 부품 협력업체 4군데 가운데 2군데가 이미 폐업을 했고, 우리도 야간·휴일근무를 없앴다”고 했다. 광주·전남지역 중소제조업 가동률은 올 들어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며 지난 7월에는 71.2%까지 떨어졌다. 견디다 못한 협력업체들이 대기업에 항의하고 나섰지만 돌아오는 건 불이익 뿐이었다. 이 지역 최대 대기업 1차 협력사 가운데 하나인 ㄹ업체는 납품단가 인상을 요구하다 신규물량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허울 뿐인 ‘상생협력’에 대한 기대도 접었다. ㅇ사장은 “정기적으로 열리는 대-중소기업 상생협의회에 나가면 협력업체들은 속내도 털어 놓지 못한다”며 “이게 무슨 상생이냐”고 반문했다. 어려운 사정을 아는 대기업 실무자는 협력업체의 납품단가 현실화 요구에 그나마 고개를 끄덕이지만, 막상 위에 보고한 뒤에는 ‘미안하다’는 말만 한다. 이런 악순환은 ‘반대기업 정서’로 쌓여가고 있었다.
1차 협력업체들의 어려움은 고스란히 2·3차 협력업체들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ㄱ업체는 지난달 협력업체 대금결제를 다음달로 미뤘다. 어음 만기일은 다시 늘고, 할인율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행 전남본부가 조사한 9월 지역제조업체의 자금사정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65로 8월의 74는 물론 올 들어 사정이 가장 안좋았던 7월의 69보다 더 나빠졌다. 반면 자금수요 지수는 137로 전월의 128보다 더 높아졌다. 자금난은 심한데 비용은 더 커졌다는 얘기다. 취약한 기술력과 지나친 대기업 의존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중소기업중앙회 광주지역본부 관계자는 “눈높이에 맞는 생산성이나 기술력을 지닌 기업이 없어 다른 지역보다 납품단가를 낮게 책정할 수밖에 없다”는 한 대기업 임원의 말을 전하며, “기술력과 생산성 향상을 통한 원가절감과 거래처 다변화 노력을 게을리한 건 반성할 부분이다”고 지적했다. 꾸준한 기술개발로 올 들어 수출 비중을 60%까지 늘리면서 대기업 의존도를 줄여나간 금형제조업체인 ㅎ사는 최근의 오히려 환차익을 누리며 일본쪽에 새로운 거래선을 뚫기도 했다. 광주/글·사진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2·3차 협력업체도 연쇄 고통…구조조정 내몰려 “대기업이 오히려 지역경제를 망치고 있다.” 지난 1~2일 만나본 광주 하남·평동 산업단지의 중소기업인들은 납품단가 문제로 그동안 켜켜히 쌓여온 대기업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그들은 “이대로 가면 채 1~2년을 못 버틸 것”이라며 “협력업체 없이 어떻게 대기업이 존재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광주지역 중소 제조업체 상당수는 대기업 협력업체다. 전체 7500여개 가운데 70% 가량이 그런 곳이다. 다른 지역에 견줘 부가가치 창출 효과가 큰 제조업체 비중도 낮은 편이다. 대기업 의존도가 높다보니 경기 하강이나 환율 상승보다 원자재값 상승과 대기업의 납품단가 인하 요구가 이 지역 중소업체의 존립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했다. 한 부품 제조업체 사장은 “원자재값이 지난해보다 적게는 40%, 많게는 300% 가까이 올랐지만 납품단가에는 전혀 반영이 안되고 있다”며 “올해 들어서만 공장가동비와 인건비 부분에서 월 1억원 정도의 손해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공장을 가동하는 것 자체가 적자다”라며 답답한 심경을 전했다. 사실상 이 곳의 거의 모든 협력업체가 이런 어려움에 처해 있다. 대기업의 쥐어짜기식의 납품단가 인하 요구에 협력업체들은 결국 인건비 절감과 인력 구조조정이라는 마지막 카드를 뽑아들 수밖에 없다. ㄴ업체 사장은 “지금 납품단가로는 최저임금도 맞춰주지 못해 용역을 써야 할 형편”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부품을 납품하는 ㄷ업체 김아무개 사장은 “가뜩이나 어려운데 최근 유럽, 미국 등지에서 신차 판매량이 줄면서 지난달부터 물량도 30% 이상 줄었다”며 “같은 부품 협력업체 4군데 가운데 2군데가 이미 폐업을 했고, 우리도 야간·휴일근무를 없앴다”고 했다. 광주·전남지역 중소제조업 가동률은 올 들어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며 지난 7월에는 71.2%까지 떨어졌다. 견디다 못한 협력업체들이 대기업에 항의하고 나섰지만 돌아오는 건 불이익 뿐이었다. 이 지역 최대 대기업 1차 협력사 가운데 하나인 ㄹ업체는 납품단가 인상을 요구하다 신규물량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허울 뿐인 ‘상생협력’에 대한 기대도 접었다. ㅇ사장은 “정기적으로 열리는 대-중소기업 상생협의회에 나가면 협력업체들은 속내도 털어 놓지 못한다”며 “이게 무슨 상생이냐”고 반문했다. 어려운 사정을 아는 대기업 실무자는 협력업체의 납품단가 현실화 요구에 그나마 고개를 끄덕이지만, 막상 위에 보고한 뒤에는 ‘미안하다’는 말만 한다. 이런 악순환은 ‘반대기업 정서’로 쌓여가고 있었다.
1차 협력업체들의 어려움은 고스란히 2·3차 협력업체들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ㄱ업체는 지난달 협력업체 대금결제를 다음달로 미뤘다. 어음 만기일은 다시 늘고, 할인율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행 전남본부가 조사한 9월 지역제조업체의 자금사정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65로 8월의 74는 물론 올 들어 사정이 가장 안좋았던 7월의 69보다 더 나빠졌다. 반면 자금수요 지수는 137로 전월의 128보다 더 높아졌다. 자금난은 심한데 비용은 더 커졌다는 얘기다. 취약한 기술력과 지나친 대기업 의존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중소기업중앙회 광주지역본부 관계자는 “눈높이에 맞는 생산성이나 기술력을 지닌 기업이 없어 다른 지역보다 납품단가를 낮게 책정할 수밖에 없다”는 한 대기업 임원의 말을 전하며, “기술력과 생산성 향상을 통한 원가절감과 거래처 다변화 노력을 게을리한 건 반성할 부분이다”고 지적했다. 꾸준한 기술개발로 올 들어 수출 비중을 60%까지 늘리면서 대기업 의존도를 줄여나간 금형제조업체인 ㅎ사는 최근의 오히려 환차익을 누리며 일본쪽에 새로운 거래선을 뚫기도 했다. 광주/글·사진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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