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라민 너나 먹어‘= 29일 오전 서울 은평구 식품의약품안전청 앞에서 열린 ‘멜라민 오염 중국산 식품에 대한 철저대응 촉구 기자회견‘에서 한 참가자가 정부의 안일한 대응을 질타하는 말들이 적힌 풍선을 모래주머니를 던져 터뜨리고 있다. 연합뉴스
“과자 직접 만들겠다” 홈베이킹 상품 판매 늘어
업계,1차 검사 나오기까진 해명만…불신 키워
업계,1차 검사 나오기까진 해명만…불신 키워
멜라민 파동이 확산되면서 제과업계, 유통업계 등 관련업계는 앞으로 매출감소 등 부정적인 영향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도대체 뭘 먹어야 하느냐”는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고, 아이를 둔 가정에서는 집에서 직접 간식이나 먹거리를 만들어 먹이겠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전체 식품업계에 타격= 이번 파동으로 ‘뭇매’를 맞고 있는 해태제과의 경우 이미지 손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현재 직원 가족들까지 동원해 ‘미사랑’ 회수에 나서고 있다”며 “식약청이 동일한 제품을 별건으로 발표하는 바람에 타격이 더 심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28일 추가 발표된 3건은 기존에 발표된 ‘미사랑 카스타드’와 제조일자만 다른 동일제품이고, ‘미사랑 코코넛’도 사실상 ‘미사랑 카스타드’와 맛만 다른 동일제품이라는 것이다. 그는 “고객들이 우리 회사의 문제라기 보다 ‘중국산’의 문제로 생각해주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오히려 이번 파동이 제과업체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것은 확실해보인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아무리 국내산 제품은 안전하다고 말해도, 소비자들이 아예 과자코너 쪽으로는 발길을 끊어버린다”며 “한동안 매출이 크게 감소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미 할인점 등에서 과자매출이 전주에 비해 줄기 시작했으며 이런 추세는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대형 유통업체들은 지난 26일 밤 식약청이 판매금지 목록을 발표하자 각 매장에 해당 제품들을 철거하도록 지시를 내려보냈다. 자신들이 팔고 있던 과자류 중에 이마트는 10개, 홈플러스와 롯데마트는 각각 9개 제품이 목록에 포함돼있었다고 밝혔다.
■소비자들 불안감 확산=과자류 자체를 사지 않겠다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가공식품 과자 소비가 줄고 있는 대신, 떡·한과 등의 전통 간식, 집에서 직접 빵을 만들 수 있는 홈베이킹 관련 제품, 유기농 먹거리 등은 매출이 늘고 있다.
김윤진(34·영등포구 대림동)씨는 “그동안 4살짜리 딸아이에게 사주었던 초콜릿이 아무래도 찝찝하다”며 “앞으로 과자류는 되도록 사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 기회에 집에서 직접 빵이나 간식을 만들 수 있는 미니오븐을 하나 장만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온라인 오픈마켓 옥션에서는 홈베이킹 관련 상품의 22-26일 판매량이 이전 주(15~19일)에 비해 25%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븐기, 핸드 믹서기, 제빵 믹스제품, 계량컵, 스쿠프 등이 인기 상품이다. 멜라민 성분이 플라스틱 용기를 만드는 데 주로 쓰이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식기류도 중국산이나 플라스틱 재질이 아닌 제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홈베이킹 코너가 평상시보다 3배 가량 매출이 늘어나고 있다”며 “연말까지 유기농 도넛 등 안전한 먹거리와 관련된 상품 비중을 늘리고, 문화센터에서도 ‘홈메이드 베이킹’‘샌드위치만들기’ 등 어린이 간식 관련 강좌를 30%가량 늘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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