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피해 여성과 시민단체 인사들로 구성된 ‘민들레 순례단‘ 회원 40여 명이 22일 오전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에 있는 성매매 집결지에서 화재로 목숨을 잃은 성매매 여성들을 위로하는 추모제를 열고 있다. 지난 17일부터 전국을 순회하며 성매매 금지 캠페인을 벌여온 순례단은23일 청계광장에서 성매매 집결지 폐쇄를 위한 집회를 연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일시적인 단속이 ‘풍선효과’ 불러
고리 끊으려면 ‘건물주처벌’ 필수
고리 끊으려면 ‘건물주처벌’ 필수
‘성매매 방지 및 피해자 보호법’(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지난 2004년, 정부는 이른바 ‘9월 참사’라고 불릴 만큼 대대적인 특별단속을 펼치며 성매매 근절을 예고했다. 4년이 지난 지금 무엇이 달라졌을까?
■ 실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2007년 성매매업소 실태조사’를 보면, 지난해 전국의 성매매 집결지는 39곳으로 2002년에 견줘 30곳이 줄었다. 성매매업소는 1443곳으로 2002년보다 1295곳이 줄었다. 대표적인 성매매 집결지였던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의 경우 2004년 246곳에서 2008년 현재 32곳으로 대폭 줄었다. 성매매가 사회적 범죄라는 국민적 공감대도 높아졌다. 여성부의 올해 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 10명 가운데 8명(79.6%)이 ‘성매매는 범죄’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5년보다 25.8%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성매매 집결지와 업소 수는 줄었지만, ‘돈만 주면 언제든’ 성을 사고팔 수 있는 현실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실제 성매매 사범은 2006년 3만4795명, 2007년 3만9236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올 상반기에도 2만명이 넘는 성매매 사범이 경찰에 적발됐다. 성매매 집결지 위주의 단속만으론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점을 방증하는 셈이다.
지난 7월 경찰이 ‘성매매와의 전쟁’을 선포한 서울 동대문 장안대로변 집결지의 경우, 두 달여 동안 대형 업소의 대부분인 15곳이 단속을 맞았지만 불법 영업과 음성적인 성매매 알선은 계속되고 있다. 일부 업주들은 ‘룸살롱’이나 ‘단란주점’ 등으로 업종을 변경해 편법 영업을 하고 있고, 경찰 단속을 피해 다른 지역에서 ‘신장개업’을 한 경우도 적지 않다. 이곳에서 안마시술소를 운영하는 한 업주는 “단속을 피해 강남 등지에 오피스텔을 빌리거나, 인터넷과 전화를 이용해 성매매를 알선하는 업주들이 꽤 된다”고 말했다.
성매매 업주들 사이에선 ‘소나기만 피하면 된다’는 생존 논리가 강하게 자리잡고 있다. 경찰이 22일 대규모 2차 단속을 예고한 데 대해서도 “시간이 지나면 잠잠해질” 이벤트성으로 일축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장안동에서 안마시술소를 운영하는 박아무개(40)씨는 “경찰 단속이 느슨해질 때까지 다른 곳에서 가게를 운영하다가 다시 돌아올 것”이라며 “일부 업소들은 이미 서울시내 여관촌 등으로 이동해 영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업주들이 경찰 상납 장부를 공개하지 않는 건 계속해서 장안동에서 영업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실효성 높이려면
전문가들은 성매매특별법이 효과를 거두려면 성매매 업주와 건물주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 19일 발표한 ‘2007년 성매매업소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수사기관이 성매매 사건에 적용한 법률은 ‘단순 성매매 알선’(제19조)이 91.7%로 나타난 데 견줘 ‘성매매 강요’(제18조), ‘성매매 광고’(제20조)는 각각 1.9%, 2.0%로 낮게 나타났다. 성매매특별법에 ‘강요’와 ‘광고’ 규정이 강화됐지만, 실제로는 이전처럼 ‘단순 알선’ 행위로 처벌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이다. 업주들의 불법 수익에 대한 몰수·추징이나, 성매매업소의 입주를 묵과하는 건물주에 대한 처벌도 미약한 것으로 지적된다. 한 성매매 업주는 “건물주들이 업소에 대한 지분을 갖고 있는 경우도 많은데, 성매매 사실을 몰랐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성매매 혐의 피의자 중 건물주는 0.5%에 불과했다. 경찰의 단속 외에 성매매 여성의 보호·자활을 담당하는 여성부, 업소 폐쇄 등의 행정처분을 맡는 지자체간 유기적인 공조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고, ‘인형방’ 등 신종 성매매 업태를 규제할 수 있는 법 규정이 미흡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정미례 성매매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연대 대표는 “건물주 처벌이나 불법수익 몰수, 주무부서의 공조 등은 지속적인 성매매 공급을 차단하기 위해 꼭 필요한 조처”라며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성매매의 중간 착취고리를 끊는 방향으로 법 집행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황춘화 최원형 기자 sflower@hani.co.kr [한겨레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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