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 원용진(사진)
언론학자 ‘소통포럼’ 만든 원용진 교수
강준만·조흡·이창근 교수와 함께 참여
“다툼없는 사회 우울” 형식없는 토론회
강준만·조흡·이창근 교수와 함께 참여
“다툼없는 사회 우울” 형식없는 토론회
“고위 관료나 정치권이 ‘나대로’를 외치면 혈이 막혀 헉헉대는 사회가 됩니다. 그 고통은 결국 대중의 몫이 됩니다. ‘비판’을 ‘적대’라고 사고하는 한 소통은 있을 수 없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한 원용진([사진]·서강대), 강준만(전북대), 조흡(동국대), 이창근(광운대) 교수 4명이 ‘소통포럼’이라는 판을 열었다.
미국 위스콘신대 동문이기도 한 이들은 스무해 남짓 동안 1년에 한 번씩 만나 밤새도록 싸웠다. 서로 차이를 알아가는 과정이 이들에겐 곧 우정의 다지는 시간이 됐다. 원 교수는 이 포럼을 만들게 된 출발점을 이렇게 밝혔다. “좌우상하 사회 곳곳의 막힌 혈도 차이를 넘어서면 뚫리지 않을까.”
지난 6일 강준만 교수의 발제로 ‘우리 시대 소통’의 의미를 나누는 첫 마당을 벌였다. 정해진 형식도, 참가 자격이나 시간 제한도 없다. 조흡 교수가 소장으로 있는 동국대 대중문화연구소에서 행사를 주최한다.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들을 불러 두 달에 한 번씩 경계를 넘는 공개토론 모임을 열 계획이다.
왜 하필 이 시점에 소통포럼일까? 현재 문화연대 집행위원장이자 대중문화 연구의 권위자인 원 교수의 답은 이렇다. “지금은 다들 허무해져 버렸어요. 추석 때 모여 앉아도 정치사회 담론을 입에 올리지 않아요. 못한다는 윽박조차 허무해져 버리는 ‘우울한 답답함’이죠. 소통 봉쇄적인 사회 분위기가 개개인에게 화학작용을 일으킨 결과라고 봅니다. 새로운 해독 촉매제를 써 냄새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17일 서강대 연구실에서 만난 그는 우울한 답답함을 트는 길은 ‘다툼’이 많아지는 것이라고 했다. 수많은 서로 다른 결이 부딪쳐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달 말 차기 언론정보학회장에 선임된 원 교수는 블로그(원용진의 미디어 이야기)를 통해서도 누리꾼들과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
그는 소통의 촉매제를 말과 글이 아닌 ‘태도’로 본다. “눈짓만 봐도 알 것 같은 ‘태도’야말로 소통의 핵심인 ‘공통감각’을 빚어내죠. 게시판에 비판글 올렸다고 인신구속하는, 공권력의 서슬이 희번덕이는 공안정국에서는 이심전심의 공통감각이 깨져 버립니다. 정책도 마찬가지죠. 소통을 부르는 ‘향기’가 없는 일방통행식은 진정성을 얻지 못합니다. 집조차 없는 사람한테 ‘종부세 감면은 좋은 거야’라고 말하는 것처럼.”
그는 또 선출권력에 대한 생산적 비판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책 모순만 지적하는 것은 ‘카타르시스 비평’에 불과하며 생산적 담론만이 소통의 틈을 낼 것”이라고 했다. 이달 초 출범한 ‘미디어 공공성 포럼’을 그는 언론정책 소통을 위한 생산적 담론으로 바라봤다.
11월 초 열릴 두 번째 소통포럼의 주제는 인터넷과 관련한 얘기다. 한국의 포털은 인터넷의 대문으로서 사회적 영향력이 크다. 그렇다고 규제를 하는 게 옳은가. “이익 형량의 원칙을 따져 봅시다. 인터넷 규제의 이익이 큰지, 표현자유의 이익이 큰지 무게를 한번 달아보자고요. 블로거, 정치인, 포털사업자 모두 와서 소통해 보시죠.” “나 같은 50년대생은 이야기가 많은 세대예요. 어린 시절의 기억은 전쟁과 일제 잔재가 공존합니다. 그 시절을 나고 산업화와 군부독재, 민주화를 거쳐 인터넷 시대까지 왔어요. 인생이 오겹 육겹 살입니다. 뽕짝에서 원더걸스까지 부르는 잡설 세대, 얼마나 수다스럽겠어요? 소통포럼은 사적 수다의 공적화라고 볼 수 있지요.” 글·사진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11월 초 열릴 두 번째 소통포럼의 주제는 인터넷과 관련한 얘기다. 한국의 포털은 인터넷의 대문으로서 사회적 영향력이 크다. 그렇다고 규제를 하는 게 옳은가. “이익 형량의 원칙을 따져 봅시다. 인터넷 규제의 이익이 큰지, 표현자유의 이익이 큰지 무게를 한번 달아보자고요. 블로거, 정치인, 포털사업자 모두 와서 소통해 보시죠.” “나 같은 50년대생은 이야기가 많은 세대예요. 어린 시절의 기억은 전쟁과 일제 잔재가 공존합니다. 그 시절을 나고 산업화와 군부독재, 민주화를 거쳐 인터넷 시대까지 왔어요. 인생이 오겹 육겹 살입니다. 뽕짝에서 원더걸스까지 부르는 잡설 세대, 얼마나 수다스럽겠어요? 소통포럼은 사적 수다의 공적화라고 볼 수 있지요.” 글·사진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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