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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부유층 위해 제주영리학교 허용”

등록 2008-09-07 22:02

권영길 의원, 용역보고서 공개…외국기관 특혜 논란
국제학교 확대·영리행위 허용…“공교육 흔들어” 비판
정부가 조기 유학 수요를 흡수하고자 추진 중인 제주 영어교육도시 사업에서 애초 계획을 바꿔 ‘영리학교’를 허용한 것은 외국 명문 사학들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은 7일 국무총리실 등이 추진하고 있는 제주 영어교육도시 기본방안 개선안의 기초자료가 된 ‘제주 영어교육도시 조성사업 계획수립 용역 보고서’를 공개하고, “영리학교 허용은 외국 교육기관의 돈벌이를 보장해 주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이 지난 4월 완성한 이 보고서는 국외 명문 보딩스쿨(사립 기숙학교)과 국제학교 그룹 17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의향조사를 근거로, 영어교육도시에 들어설 학교에 대해서는 학교 운영 수익을 본국으로 송금할 수 있도록 하고 영리법인의 학교 설립도 허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보고서는 “(영어교육도시에 들어설 국제학교의) 잠재 공급자 확대를 위해 국내 학교법인·영리법인까지 (국제학교) 설립 허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또 학부모 69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수요조사를 근거로 1년짜리 영어전용 학교보다는 연계 진학이 가능한 국제계열 정규학교를 세워야 한다고 제안했다. 설문 자료를 보면, 대상자 690명 중 64.5%가 월 소득이 500만원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소득자의 요구 위주로 수요를 산정한 것이다.

이 보고서의 제안은 고스란히 정부의 개선안에 반영됐다. 지난해 9월 발표된 제주 영어교육도시 기본방안은 1년 과정의 영어전용 학교 11곳(초등학교 7곳, 중학교 4곳)과 국제고 1곳을 설립한다는 내용이며, 영리학교도 허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보고서를 토대로 지난 6월 마련된 기본방안 개선안에서는 상급학교 진학 연계성을 고려해 정규 교육과정의 국제학교 12곳(초등학교 4곳, 중학교 5곳, 고교 3곳)을 세우기로 했다. 외국 교육기관의 과실 송금도 허용했다. 이어 7월31일 입법예고된 ‘제주특별자치도의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에서는 국내외 영리법인도 국제학교를 설립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권 의원은 “이 보고서는 정부가 일부 부유층과 외국 명문 사학의 이익을 위해 공교육 제도의 근간을 흔들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한만중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정책실장은 “제주에서 영리학교와 이윤 송금이 허용되면 전국 3곳의 경제자유구역과 23개에 이르는 교육특구에서도 앞다퉈 영리학교 설립을 시도하게 될 것”이라며 “교육이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는 불행한 사태가 빚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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