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방송〉 김보슬피디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문화방송 로비에서 언론장악저지 구호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검찰 강제구인 대비 ‘합숙’ 들어간 김보슬 피디
정부 협상잘못 인정해놓고 ‘명예훼손’ 말안돼
정부 협상잘못 인정해놓고 ‘명예훼손’ 말안돼
정부와 보수언론으로부터 촛불시위 배후로 ‘공인받은’ <문화방송> 피디수첩 광우병편을 제작한 김보슬(30) 피디는 26일부터 문화방송 노조 사무실에 잠자리를 차렸다. 제작에 함께 참여한 이춘근 피디도 ‘합숙’에 동참했다.
두 사람은 지난 18일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오는 28일 검찰에 출두하라는 3차 소환장을 받았다. 하지만 나가지 않을 방침이다. 이에 따라 강제 구인에 대비해 노조의 보호 아래 들어간 것이다. 26일부터 문화방송 사옥 로비에는 노조가 조직한 직원사수대 30명이 교대로 경계를 서고 있다.
김 피디는 25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검찰 수사와 조중동 공세의 진짜 의도는 문화방송 민영화라고 단언했다. 피디수첩을 흠집내는 속내는 ‘이런 엉터리 방송을 하는 문화방송에게 새 주인을 찾아줘야 한다’는 논리를 포장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그는 검찰의 피디수첩 수사를 ‘코미디’로 규정했다. “3차 소환장을 봤어요. 검찰 직인 위에 ‘로본 빈슨’(로빈 빈슨의 오기)이라는 오타가 쾅 찍혀 있는데 웃음이 터지더라고요. 프로그램을 가장 잘 아는 메인작가가 비로소 세번째 소환장에 포함됐어요. 김 작가가 언론에 노출되면서 그제서야 검찰이 ‘존재’를 포착하게 된 거죠. 제작에 관여한 ‘제3의 피디’가 있는데, 이 친구는 소환 대상에 오르지도 않았습니다. 제작진이 누군지 기초관계도 모르고 어떻게 수사를 한 걸까요?”
그는 협상 내용에 대해 대통령이 두 차례나 사과한 마당에 검찰이 한국 쪽 협상 담당자의 명예훼손 혐의로 수사를 벌이고 있는 일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협상 과정 보도가 잘못됐다면, 혹시라도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과 민동석 전 차관보의 명예훼손이라는 인과관계가 성립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협상 잘못은 그들이 인정한 내용입니다. 씨제이디(CJD), 브이씨제이디(vCJD) 논란이 이 분들의 명예와 무슨 상관이 있는지 ….”
검찰의 취재원본 요구에 대해서는 “달걀을 갖고 메추리알을 만들려는 꼼수”라고 비판했다. 취재 원본에는 검찰이 제기한 의혹을 해소시켜주는 많은 내용이 들어있지만 언론의 자유 원칙을 훼손시킬 수 없기 때문에 결코 주지 않겠다고 했다. “대한민국 검찰의 수사력이라면, 미국 아레사 빈슨 어머니와 휴메인 소사이어티에 전화 두 통 걸면 알 수 있는 일이죠.”
지난 16일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인 ‘불만 제로’팀으로 자리를 옮긴 김 피디는 3년 전 피디수첩의 황우석 관련 프로그램 조연출도 맡았다. “지금은 정부와 조중동이 만든 프레임에 갇혀서 본질이 완전히 묻혀버렸지만, 황우석 때는 본말이 전도되는 일은 없었습니다.”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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