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0월중 고시개정키로…업체들 “영업비밀 침해”
정부가 정유업체별로 주유소에 공급하는 석유제품 가격을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유사간 가격 경쟁을 유도해 기름값을 인하시켜 보겠다는 것이다.
지식경제부 고위관계자는 20일 “국회 민생안전대책특위의 요구를 받아들여 석유제품의 정유사별 주유소 공급가격을 공개할 계획”이라며 “9~10월 중에 ‘석유류 가격표시제 등 실시요령’ 고시를 개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는 국내 정유 4사의 평균 주유소 공급가격만을 일주일 단위로 공개하고 있다. 지난 4월 주유소별 판매가격 공개가 주유소들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면, 이번 방안은 정유사들을 겨냥한 것이다.
현재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석유제품 가격 차이는 리터당 20~30원에 불과해 당장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혜택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정유사간 경쟁 확대로 가격인하 폭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또 가격 공개로 정유사들이 부당 이익을 취하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정유사들은 반발하고 있다. 가격정보는 공개할 수 없는 기업의 가장 큰 영업비밀이라는 이유에서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이런 식이라면 정유사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도 다 원가를 공개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문제의 소지가 큰 만큼 정부가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유사들은 또 주유소별로 공급가격을 달리하고 있어 평균 공급가격이 공개되면 이보다 비싼 가격에 석유제품을 공급받는 주유소의 항의가 이어질 것으로 우려한다.
반면, 주유소협회 쪽은 이 방안을 반기고 있다. 양재억 주유소협회 전무는 “정유사들의 공급가격이 세부적으로 공개되면 주유소뿐 아니라 다른 수요처에서도 더 낮은 가격을 요구하면서 가격인하 경쟁이 붙을 것”이라며 “과점 사업자인 정유사들간 경쟁을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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