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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시커멓게 그을려 얼마나 뜨거웠을까…”

등록 2008-08-20 20:55수정 2008-08-21 08:06

20일 새벽 서울 은평구 대조동의 한 나이트 클럽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다 순직한 소방관들의 빈소가 마련된 신촌 연세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한 유가족이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새벽 서울 은평구 대조동의 한 나이트 클럽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다 순직한 소방관들의 빈소가 마련된 신촌 연세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한 유가족이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은평구 나이트클럽 화재’ 소방관 3명 참변
진압 앞장섰다 무너진 천장에 깔려
유족·동료들 빈소앞 ‘통곡의 하루’

“시커멓게 그을려서 얼마나 엄마를 불렀을까, 얼마나 뜨거웠을까.”

20일 새벽 서울 은평구의 한 나이트클럽 화재를 진압하다 숨진 세 소방관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사고 소식을 듣고 달려온 유족들은 몸을 가누지 못한 채 바닥에 쓰러져 통곡했고, 이를 지켜보는 동료 소방관들은 입술을 굳게 다문 채 연신 눈물을 훔쳤다.

장례식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김규재(41) 소방장의 부인 문아무개(40)씨는 넋을 잃은 듯 “아니야” “아니야”라는 말만 되뇌였다. “아이들한테는 아빠한테 사고가 났다고만 했는데 ….” 문씨는 11살, 13살짜리 두 아들 생각에 복받친 듯 통곡했다. 김 소방장과 함께 사는 노모는 “우리 둘째 아들이 얼마나 착한데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냐”며 주변 사람을 끌어안고 몸부림쳤다.

“차라리 나를 데려가지, 왜 죽을 곳으로 걔를 보냈냐. 난 이제 아들도 딸도 없다.” 변재우(35) 소방사의 어머니 최매자(67)씨는 빈소로 가는 도중 여러 차례 병원 바닥에 주저앉았다. 최씨는 지난해 남편을 잃고 얼마 뒤 딸도 심장마비로 세상을 뜨자 변 소방사와 단둘이 살아왔다. 이날 사고로 마지막 남은 혈육마저 잃은 것이다. 최씨는 “내 새끼 언제 만날까”라는 말을 계속 읖조렸다.

20일 새벽 불이 난 서울 은평구 대조동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소방관들이 화재 진압을 하고 있다. 독자 김정호씨 제공
20일 새벽 불이 난 서울 은평구 대조동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소방관들이 화재 진압을 하고 있다. 독자 김정호씨 제공

순직한 조기현(45) 소방장은 친형이 동대문소방서에서 근무하는 ‘형제 소방관’이다. 빈소를 찾은 형은 십수년을 서로 의지하며 살아온 동생의 갑작스런 죽음이 믿기지 않는 듯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며 고개를 떨어뜨렸다. 조씨의 다른 유족은 “형의 권유로 동생이 소방관의 길을 선택했기 때문에 고통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동료 소방관 강동수(43)씨는 “사건 당일 조 선배는 ‘보험이 만기가 됐다’고 자랑하며 매우 들떠 있었다. 보험금 타서 여든살 노모한테 맛있는 거 사주겠다고 했는데 …”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날 새벽 5시25분께 일어난 불은 3층 건물 2·3층을 모두 태운 뒤 1시간30분 만에 진화됐다. 이날 순직한 세 명의 소방관은 맨 먼저 화재 현장에 들어갔다 변을 당했다. 건물 외벽을 뚫고 2층으로 진입했는데, 천장이 조명장치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고 동료들은 전했다.

한편, 이날 오후 1시께 빈소를 찾은 오세훈 서울시장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며 “피해에 대한 적극적인 보상 조치를 취함과 동시에 서울시 차원에서 유족의 생계에 지장이 없도록 배려하겠다”고 말했다.

소방방재청은 순직한 세명의 소방관들을 1계급 특별승진시키고 옥조근정훈장을 수여하는 한편 국립묘지에 안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황춘화 기자, 송지혜 인턴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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