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콩기름 이용연료 제조기 업체
정부 규제에 스스로 검찰고발

법원 “처벌근거 없다” 손들어줘
정부 “안전 문제…법고쳐 금지”

식물성 기름인 ‘바이오디젤’은 환경오염이 거의 없어 차량용 대체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다. 우리 정부도 현재 경유에 바이오디젤 원액을 최대 1%까지 섞어 경유차에 쓸 수 있도록 허용하고 면세혜택까지 주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개인이 바이오디젤을 직접 만들어 자기 차량에 사용하는 행위는 금지해왔다. 바이오디젤을 자기가 사용할 목적으로 만드는 경우에도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석유법)에 따라 지식경제부에 등록해야 하며, 이를 어기면 ‘유사석유 사용’으로 처벌을 받는다. 석유법은 일정 규모 이상의 보관시설과 운반시설을 갖출 경우에만 등록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어, 일반인은 사실상 바이오디젤을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바이오디젤 제조기를 판매하는 한 업체와 직원이 이를 시대착오적 규제라며 스스로를 검찰에 고발한 뒤 법원으로부터 무죄판결을 끌어냈다. ‘나를 고발’한 국민에게 정부가‘굴욕’을 당한 셈이다.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형사3단독 김대현 판사는 “지경부에 등록하지 않고 대두유·폐식용유 등을 이용해 바이오디젤을 만든 뒤 이를 자신들의 차량에 사용한 ㅂ사와 직원 장아무개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고 15일 밝혔다. 법원은 바이오 디젤 등 석유대체연료를 제조하거나 수출·입을 하고자 하는 자는 등록을 해야 하지만, 제3자에게 판매할 목적이 아닌 자기가 사용할 목적으로 제조하는 경우는 처벌할 근거 규정이 없다고 봤다.

앞서 장씨는 지난해 초부터 바이오디젤 제조기를 이용, 한달에 300리터 가량의 바이오디젤을 직접 생산해 100% 바이오디젤을 자신의 차량에 사용해 왔다. 하지만 이에 대한 법 규정이 모호하다고 판단해, 지난해 8월과 10월 두차례에 걸쳐 위법성 여부를 지경부에 질의했다. 지경부는 장씨의 질의에 대해 두차례 모두 “판매를 목적으로 하지 않더라도 바이오디젤을 제조하는 경우 등록을 해야 하며, 등록하지 않고 사용할 경우 처벌받을 수 있다”고 답변했다. 지경부는 또 “등록하지 않은 바이오디젤을 경유제품과 섞어 사용할 경우 유사석유제품 사용행위로 최고 3000만원의 과태료 부과처분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장씨는 이에 반발해 지난해 10월 순천지검에 스스로 처벌을 원하는 고발장을 접수했다. 이에 순천지검은 바이오디젤을 사용한 행위는 빼고, 등록하지 않고 제조한 부분에 대해서만 벌금 50만원에 약식기소 했다.

법원 무죄 판결에도 불구하고 지경부는 법 개정을 통해서라도 이를 계속 금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적정한 품질 및 유통관리를 통해 국민 재산과 생활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바이오디젤을 개인이 만들어 사용할 경우 품질 검증을 할 수 없고, 100% 바이오디젤만을 사용하면 차량에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경부는 최근 차량용 연료로 품질기준을 갖춘 ‘비디(BD)20’(경유에 바이오디젤 20% 섞은 제품)과 ‘비디5’(경유에 바이오디젤을 5% 미만 섞은 제품) 외에는 바이오디젤을 차량용 연료로 사용하는 행위까지 처벌할 수 있도록 석유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ㅂ사 대표 정종호씨는 <한겨레>와 전화통화에서 “지금껏 바이오디젤만을 사용했지만 차량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며 “개인이 바이오디젤을 만들어 사용하는 것을 규제하는 나라는 단 한 곳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