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s일산종합사회복지관 주최로 지난 5~6일 경기도 가평의 청심청소년수련원에서 열린 ‘1070 조손 가정 캠프’에 참가한 조부모와 손자녀들이 강당에서 마련된 대화의 시간에 참여해 손을 맞잡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유상석 인턴기자
조손가정 아이들의 특별한 여름캠프
심리치료 연극이 끝난 뒤 꽉 막힌 마음의 문 열어
심리치료 연극이 끝난 뒤 꽉 막힌 마음의 문 열어
지난 5일 밤, 경기 가평의 청심청소년수련원에서는 특별한 ‘여름 캠프’가 열렸다. 할머니 10명, 할아버지 1명 그리고 초등학생과 미취학 아동 18명이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방학을 맞아 엄마, 아빠 품을 떠나 할머니 할아버지와 떠나는 신나는 캠프는 아니었다. 일산종합사회복지관이 마련한 이 캠프에 참여한 이들은 경제적 어려움이나 가족 해체로 조부모가 손자녀를 돌보는 이른바 ‘조손 가정’ 구성원들이었다.
어둠이 깔리면서, 조부모와 아이들은 각각 따로 심리치료 시간을 가졌다. “누가 여러분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인가요?” 아이들은 동화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읽은 뒤 누가 자신에게 나무같은 존재인지 질문을 받았다.
“선생님, 아빠, 엄마…” 아이들은 여전히 함께 생활하지 않는 엄마, 아빠라는 대답을 했다. 10여분이 지나서야 아이들의 입에서 “할머니, 할아버지”라는 말이 뒤늦게 나왔다.
같은 시각, 조부모들은 자신의 행복점수를 매기며 가슴에 쌓였던 원망을 털어놓았다. 최저점인 2점을 준 임옥분(55·가명)씨는 “아이들이 내게 꽥꽥 소리를 질러댈 때면 가슴이 먹먹해진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임씨의 두 손자, 손녀는 엄마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 할머니와 사는데, 둘 다 발육 장애와 인지 장애를 겪고 있다. 정영숙(74·가명)씨는 부모의 이혼과 가출로 생후 4개월께부터 키워온 손자 민욱이(10·가명)를 볼 때면 한숨이 나온다. 기초생활수급자에 대한 정부 지원금 등으로 생활하는 탓에, 민욱이에게 관심을 쏟기가 힘겹기도 하다. 정씨는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 말도 안하고 컴퓨터만 해…, 밥상을 컴퓨터 앞에 차려줘도 밥을 안 먹어. 제발 말 좀 잘 들었으면…”하고 넋두리를 늘어 놓았다.
조손 가정은 이렇듯 경제적 어려움 뿐 아니라 가족 사이의 큰 세대 격차로 가족 간의 대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통계청의 2005년 인구총조사를 보면 조손가정은 전국적으로 5만8101가구로 10년 전 3만 5194가구에 견줘 65%나 증가했다.
이 때문에 이날 캠프는 편지쓰기와 대화의 시간, 사회극 등을 통해 그 동안 벽을 쌓아왔던 조부모와 손자녀 사이 마음의 거리를 좁히는 데 집중됐다. 손을 꼭 붙들게 하고, 서로가 쑥쓰러워 말하지 못했던 “사랑한다”는 말을 되도록 많이 했다. 어색해 하던 아이들과 할머니, 할아버지의 표정도 점차 밝아졌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 같은 할머니, 할아버지 고맙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손자녀들은 할머니 앞에서 ‘아낌없이 주는 나무’ 연극을 선보이고 큰 소리로 외쳤다.
캠프 마지막 시간엔, 정윤이(9)가 “짜파게티 끓여줘서 고맙습니다”라며 편지를 읽어내려갔다. “할머니 말 안들어서 죄송해요” 민욱이 역시 작은 목소리로 편지를 읽어 내렸다. 이어 손자녀들이 달려가 조부모의 얼굴에 사랑하는 만큼 하트모양 스티커를 붙였다. 12살 철민이와 11살 주은이를 키우고 있는 이금자(71·가명)씨는 창문에 비친 얼굴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 황춘화 기자, 유상석 인턴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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