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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놀부심보’ 조합에 터전 뺏긴 순화동 주민들

등록 2008-08-04 19:46수정 2008-08-04 20:43

동의없이 평수늘려 인가받고 추가 분담금 요구
법원 “무효” 판결뒤 공사 중단된채 법정투쟁만
개발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재개발 조합의 꼼수와 관리·감독 기관의 방치로 주민들이 40년 넘게 살아온 땅에서 쫓겨날 처지에 놓였다. 조합이 주민들의 동의 없이 작은 평수 아파트를 없애고 큰 평수로만 짓겠다고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탓에, 상당수 주민들은 추가 분담금을 내지 못해 거리로 내몰렸다.

2004년 도시환경정비사업 지역으로 지정된 서울시 중구 순화 제1-1구역의 갈등은 2005년 조합이 주민들(조합원)의 동의 없이 30평형을 없애고 46~81평형으로 변경해 시행인가를 받으면서 시작됐다. 30평형대를 중심으로 138세대를 짓겠다던 애초의 사업 계획과 다른 인가였다. 30평형대가 사라진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서는 최소 4억이 넘는 추가 분담금을 내야했고, 이에 따라 80세대 가운데 30세대는 분양신청을 하지 못했다. 이 30세대는 이 지역에서 40년 이상 살았던 이들이 대부분이다. 주민 강혜영(가명·40)씨는 “지난 3월 두 아들의 중·고등학교 입학식날 새벽 용역직원들이 들이닥쳐 철거를 시작했다”면서 “조합이 꼼수로 대평 평수를 늘려 이익을 많이 남기려는 바람에, 추가 분담금을 낼 수 없는 우리는 40년 넘게 산 곳에서 쫓겨나게 생겼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조합은 “서울시 건축심의위에서 ‘환기, 통풍, 채광에 문제가 있으니 한 층에 4세대로 설계를 변경하라’는 행정지도를 받았고, 한 층 5세대에서 4세대로 줄이다보니 30평형대가 사라진 것”이라고 서울시에 책임을 돌렸다. 하지만 서울시는 “주택규모는 사업 시행자(조합)가 선택하는 사항이며 한 층에 4세대를 배치하라고 행정지도를 한 적이 없다”고 반박하는 등 책임공방이 벌어졌다.

결국 주민들은 지난해 조합을 상대로 소송을 냈고, 법원은 “(주민들이 처음 작성한) 동의서 내용으로는 얼마의 추가 분담금이 드는지 등을 알 수 없어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 요구하는 동의서의 조건을 갖추지 못했으므로 조합 자체가 무효”라고 판결했다. 결국 조합의 직무와 공사는 모두 중단됐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연합 도시개혁센터 부장은 “이익을 많이 남기려는 조합의 꼼수 때문에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이들이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는 사례”라며 “적절한 감독이 불가능한 현행 규정 때문에 앞으로도 이런 피해는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현행 법은 정비계획을 수립하기 앞서 주민들의 동의를 받기 때문에 재개발 지역의 주민들은 분양을 받기 위해 얼마의 돈을 내야하는지 전혀 알 수 없는 구조”라며 “사업계획이 구체화된 뒤에 주민 동의를 받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이런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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