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메인작가 김은희씨 인터뷰
“빈슨 어머니 ‘vCJD 의심’ 10번이나 언급해
자료 중 조중동 ‘광우병 경고’기사도 상당수”
“빈슨 어머니 ‘vCJD 의심’ 10번이나 언급해
자료 중 조중동 ‘광우병 경고’기사도 상당수”
“시사 프로의 생명은 ‘관점’과 ‘맥락’에 맞게 정보를 취사선택하는 겁니다. 피디수첩은 다우너 소(주저앉는 소)의 동영상과 광우병 간의 상관관계를 다루거나 아레사 빈슨이란 한 여성의 인간광우병 가능성을 추적하는 과학 다큐가 아닙니다. ‘다우너소 동영상’의 핵심은 허술한 미국의 검역시스템이고, 아레사 빈슨 인터뷰의 핵심은 진단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협상이 타결됐다는 겁니다.”
시사프로는 과학다큐와 달리 관점과 맥락이 생명
미국산 소의 광우병 위험성을 보도한 <문화방송> ‘피디수첩’ 광우병 편의 메인작가 김은희씨는 “피디수첩은 ‘과학 다큐’가 아니라 ‘시사프로그램’”이라는 점을 누누히 강조했다. 시사프로그램만 10년째로 베테랑 프리랜서 작가인 김씨는 광우병 편을 끝으로 피디수첩을 떠나 지금은 문화방송 간판 다큐멘터리인 ‘엠비시 스페셜’을 집필하고 있다. 6월 방영된 엠비시 스페셜 ‘밥 한 공기’로 김씨는 ‘이달의 피디상’을 지난 27일 피디와 공동수상하기도 했다. 문화방송 공채 작가 출신인 그는 노동강도가 세기로 이름난 피디수첩에서 작가생활을 시작해 ‘우리시대, 이제는 말할 수 있다’ 휴먼다큐 ‘희로애락’ ‘사과나무’ 등을 거쳐 2년전 다시 피디수첩에 합류했다. 밤샘작업에 이골이 난 그이지만 이 프로그램만큼 인생에서 힘들었던 방송은 없었다고 한다. “시간에 쫓기고 자료도 방대하고 취재량도 엄청났지요.” 넋두리를 쏟아내는 그는 “악재란 악재는 다 겪은 프로”였다며 저간의 말못할 고초를 드러냈다.
누락 지적 부분들은 필수가 아닌 사족
그는 30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피디수첩이 의도적으로 취재내용을 왜곡했다는 검찰 주장은 시사프로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검찰의 ‘관점’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씨는 “그 ‘관점’이란 협상과정의 문제점에 초점을 맞춘 ‘피디수첩의 관점’을 희석시키려는 ‘검찰의 관점’을 드러낸 결과”라고 말했다. 예컨대, 다우너 소의 여러 증상 등 검찰이 누락했다고 지적한 부분들은 과학다큐가 아니라면 꼭 들어가지 않아도 되는 사족이라는 설명이다. ‘2급 리콜’인데 그냥 ‘리콜’로 보도해 왜곡이라는 검찰 주장에 대해서도 김씨는 “2급이 들어가면 그게 뭔지 또 설명이 들어가야 한다. 이 대목의 핵심은 위험성 때문에 사상 최대의 대규모 리콜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시엔엔> 여론조사에 대해 다우너 소 도축 동영상 방영 직후 이뤄졌다는 설명이 빠진 대목에 대해서도 같은 논리로 반박했다. “시사프로의 나레이션은 영상 길이에 맞춰야 하므로 전달하고자 하는 최대한의 간략한 핵심만 남길 수밖에 없습니다.” 빈슨 사인의 다른 가능성을 누락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피디수첩은 빈슨의 죽음을 다룬 특집이 아니다”며 큰 줄기를 봐야 한다고 했다. 중요한 건 ‘미국에서 한 젊은 여성이 사망했는데 사인이 인간광우병일 가능성이 있다’라는 ‘사실’이며 가능성이 크든 작든 그 ‘사실’을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다른 사인을 거론하는 검찰의 관점은 ‘인간 광우병 가능성을 최대한 낮추려고 하는 시각’이 전제해야만 가능”하다고 했다. “미국인이라면 사인이 부디 인간 광우병이 아니길 바라겠지만 우리는 반대로 ‘그럴 가능성’에 주목하고 협상해야 합니다.” 미 농무부나 도축업자 쪽 소송에만 신경 썼는데…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가장 크게 신경이 쓰였던 것은 한국의 정부·여당이나 검찰이 아니라 미 농무부나 도축업자 쪽에서 소송을 걸어올 가능성 때문에 바짝 긴장을 했다고 한다. “매일밤 미 농무부, 축산업계, 하원의원들, 보건당국 등을 뚫어보려고 통화를 했지요.” 그래서 어렵고 복잡한 내용을 20일간의 짧은 일정으로 긴급취재하면서도 국제통상변호사의 자문을 꼼꼼히 받았다고 전했다. 처음에는 미국 쇠고기의 안전성 문제만 파고들려고 했다. 사전취재는 담당 피디인 김보슬 피디가 축적해온 산더미 같은 자료로 대신했다. 그는 김 피디의 ‘준비성’과 ‘문제의식’으로 방송이 태어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평소 광우병에 관심이 많았던 김 피디가 지난해부터 관련 책과 다큐 등을 찾아보고 국내 전문가들한테서 정보를 얻으며 ‘준 전문가급’의 지식을 갖추고 있었고, 올초 다우너 소 동영상이 나왔을 때도 미국에 직접 전화해서 알아볼 정도로 열성이었다는 전언이다. 4월8일 총선 바로 다음날 전해진 정부의 미 쇠고기 협상 개시 소식을 김 피디가 예사로이 흘릴 수 없었던 배경이다. 총선 관련 아이템을 준비하고 있던 제작진에게 그가 광우병 아이템을 불쑥 던지면서 ‘고난의 행군’은 시작됐다. “처음에는 정부 협상문제까지 깊이 취재할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미국 쇠고기 안전성 문제에만 초점을 맞췄지요.” 아레사 빈슨 어머니한테 전화하고 미국 현지 카메라맨을 섭외해서 장례식 찍고 국내 전문가들 인터뷰하면서도 우리 정부의 협상 결과가 납득할 만한 수준이면 ‘바로 접자’는 생각이었다. “두 사례를 취재하다보니 ‘미 도축 시스템만 보여준다고 되는 게 아니다, 문제는 우리 정부다’란 깨달음을 얻었죠. 협상과정을 취재하면 할수록 정부의 졸속협상이 드러나는데 그걸 빼고 할 순 없었습니다.” 애초 안전성에 초점 맞췄지만 취재할수록 졸속협상 드러나 취재분량은 점점 늘어났다. ‘앞으로도 마음 놓고 미국산 쇠고기를 먹어도 되는 걸까?’라는 상식적인 물음에 대한 단순한 열정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분량과 시간이었다. 김 작가도 김 피디도 방송 전 일주일 밤낮을 뜬눈이다시피 매달렸다. “김 피디는 스튜디오 멘트 하다가 방송 나갈 때 짬짬이 졸 정도로 체력이 바닥났지요.” 어느 때보다 고된 노동과 온갖 우여곡절로 태어난 방송이 ‘괴담’ ‘왜곡’이라는 공격을 받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더구나 ‘심의’와 ‘제재’와 ‘재판’과 ‘수사’라는 가혹한 운명에 처해질지는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어리둥절한 이 상황에 대해 그는 “어렵고 복잡한 내용을 빼느라 고심한 시간, 국제통상전문변호사에게 감수받는 수고 대신 차라리 번역 감수에나 더 신경 썼어야 했다”며 자탄했다. 검찰은 빈슨 어머니가 ‘CJD’(크로이츠펠트 야코브병)라고 언급한 부분을 vCJD(인간 광우병)로 자막처리한 대목 등에 대해 ‘단순한 오류’ 이상이라고 피디수첩의 왜곡에 무게를 뒀다. 김씨는 “빈슨의 ‘엠아르아이’ 진단명은 vCJD로 추정됐고, 그의 어머니가 말한 부분 중 가장 간결하게 말한 부분을 골라 쓰다 보니 의역을 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정지민씨 전체 150권중 단 몇 권만 보고 논하고 있어 그는 피디수첩의 ‘의도적 오역’을 제기하며 조중동과 함께 왜곡 논란을 증폭시킨 번역가 정지민씨에 대해서도 비판적 태도를 보였다. “정씨는 아레사 빈슨 어머니와 한 인터뷰 테이프 4권 중 1권만을 번역했는데 그가 번역하지 않은 나머지 3권에서 vCJD 의심이라는 언급이 10번 가까이 나왔습니다.” 미국 취재중인 피디가 위성으로 취재영상을 전송하면서 “어머니가 인터뷰 중간중간 vCJD를 CJD라고 표현하는데 그건 vCJD를 말하는 것이니 테이프 볼 때 헷갈리지 마세요”라고 했다는 말도 소개했다. 그는 “작가는 전체 테이프를 보기 전에 편집구성안을 쓰지 않는다”면서 “정씨가 전체 150권중 단 몇 권만 보고 프로그램을 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프로그램의 어떤 한 부분으로 전체를 재단해선 안 된다는 것은 시사프로그램의 핵심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김씨는 지난 28일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에 “이제 그만 거짓의 상상을 멈추세요”라는 장문의 기고문을 통해 번역자 정지민씨가 제기한 의혹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해 화제를 모았다. “왜 이제서야 나서게 되었냐”는 질문에 그는 핵심을 흐리는 논란의 의도에 휘말리지 않으려고 대응을 자제해 왔다고 말했다. “너무나 당연한 팩트가 왜곡으로 변질되는 상황을 최소한 다른 언론에서라도 걸러줄 줄 알았습니다. “다우너 소와 광우병 연결은 왜곡”이란 주장은 정씨가 하지 않았다면 결코 기사가 될 수 없는 ‘왜곡’이잖아요. 광우병의 과학적 지식에 대한 허무맹랑한 팩트 논란은 자연스레 사그러들줄 알았습니다. 핵심은 정부 협상문제니까요. 그런데 그런 생각이 무참히 깨지고 보니 이미 조중동의 카르텔과 정부, 한나라당, 검찰의 전방위 압박이 피디수첩을 겨누고 있었습니다.” 검찰이 만든다면 어떤 프로그램 나올까 김씨는 “프로그램의 아이템을 짜면서 피디수첩의 김보슬 피디가 광우병 관련 자료를 한아름 던져줬는데, 책 10권 남짓 분량의 자료 중 광우병 위험을 경고한 조중동 기사도 상당수였다”고 털어놓았다. “쇠고기를 두고 ‘좌우’ 이념 구분 없이 위험을 위험이라 말할 수 있고 의심을 의심이라 말할 수 있는 시절이 있었습니다.” 만약 취재원본의 90%를 복원했다는 검찰이나 정부가 프로그램을 만든다면 어떤 프로그램이 나올까. “검찰이나 정부가 만드는 프로그램이 우리가 만든 것과 다를 수는 있겠으나 최소한 우리 정부가 만든 것이 미국이 만든 것과는 달라야 한다고 보는데 과연 그럴까요? 미 농무부의 “쇠고기 안심해”라는 말과 동영상을 공개해 “자국 정부에 국민을 위해 더 안전한 대책을 만들라”는 동물보호단체가 있다면, 우리는 안전하다는 말보다 위험하다는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하고, 우리 정부가 자국민의 입장에서 본다면 당연히 위험성에 주목할 수밖에 없지 않나요?” 방영되고도 바로 잊혀지는 시사프로그램이 많아 만들 당시 “이 주제가 제발 묻히지 않기만을 바랐다”는 그는 검역주권을 환기시키고 추가협상을 이끌어낸 프로그램의 성과는 이미 잊은 듯 했다. “‘완벽하지 못한’ 프로그램으로 피디수첩과 상관없는 촛불 시민들이 매도 당한 데 대해 죄송할 뿐”이라는 말로 그간의 소회를 대신했다.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그는 30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피디수첩이 의도적으로 취재내용을 왜곡했다는 검찰 주장은 시사프로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검찰의 ‘관점’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씨는 “그 ‘관점’이란 협상과정의 문제점에 초점을 맞춘 ‘피디수첩의 관점’을 희석시키려는 ‘검찰의 관점’을 드러낸 결과”라고 말했다. 예컨대, 다우너 소의 여러 증상 등 검찰이 누락했다고 지적한 부분들은 과학다큐가 아니라면 꼭 들어가지 않아도 되는 사족이라는 설명이다. ‘2급 리콜’인데 그냥 ‘리콜’로 보도해 왜곡이라는 검찰 주장에 대해서도 김씨는 “2급이 들어가면 그게 뭔지 또 설명이 들어가야 한다. 이 대목의 핵심은 위험성 때문에 사상 최대의 대규모 리콜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시엔엔> 여론조사에 대해 다우너 소 도축 동영상 방영 직후 이뤄졌다는 설명이 빠진 대목에 대해서도 같은 논리로 반박했다. “시사프로의 나레이션은 영상 길이에 맞춰야 하므로 전달하고자 하는 최대한의 간략한 핵심만 남길 수밖에 없습니다.” 빈슨 사인의 다른 가능성을 누락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피디수첩은 빈슨의 죽음을 다룬 특집이 아니다”며 큰 줄기를 봐야 한다고 했다. 중요한 건 ‘미국에서 한 젊은 여성이 사망했는데 사인이 인간광우병일 가능성이 있다’라는 ‘사실’이며 가능성이 크든 작든 그 ‘사실’을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다른 사인을 거론하는 검찰의 관점은 ‘인간 광우병 가능성을 최대한 낮추려고 하는 시각’이 전제해야만 가능”하다고 했다. “미국인이라면 사인이 부디 인간 광우병이 아니길 바라겠지만 우리는 반대로 ‘그럴 가능성’에 주목하고 협상해야 합니다.” 미 농무부나 도축업자 쪽 소송에만 신경 썼는데…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가장 크게 신경이 쓰였던 것은 한국의 정부·여당이나 검찰이 아니라 미 농무부나 도축업자 쪽에서 소송을 걸어올 가능성 때문에 바짝 긴장을 했다고 한다. “매일밤 미 농무부, 축산업계, 하원의원들, 보건당국 등을 뚫어보려고 통화를 했지요.” 그래서 어렵고 복잡한 내용을 20일간의 짧은 일정으로 긴급취재하면서도 국제통상변호사의 자문을 꼼꼼히 받았다고 전했다. 처음에는 미국 쇠고기의 안전성 문제만 파고들려고 했다. 사전취재는 담당 피디인 김보슬 피디가 축적해온 산더미 같은 자료로 대신했다. 그는 김 피디의 ‘준비성’과 ‘문제의식’으로 방송이 태어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평소 광우병에 관심이 많았던 김 피디가 지난해부터 관련 책과 다큐 등을 찾아보고 국내 전문가들한테서 정보를 얻으며 ‘준 전문가급’의 지식을 갖추고 있었고, 올초 다우너 소 동영상이 나왔을 때도 미국에 직접 전화해서 알아볼 정도로 열성이었다는 전언이다. 4월8일 총선 바로 다음날 전해진 정부의 미 쇠고기 협상 개시 소식을 김 피디가 예사로이 흘릴 수 없었던 배경이다. 총선 관련 아이템을 준비하고 있던 제작진에게 그가 광우병 아이템을 불쑥 던지면서 ‘고난의 행군’은 시작됐다. “처음에는 정부 협상문제까지 깊이 취재할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미국 쇠고기 안전성 문제에만 초점을 맞췄지요.” 아레사 빈슨 어머니한테 전화하고 미국 현지 카메라맨을 섭외해서 장례식 찍고 국내 전문가들 인터뷰하면서도 우리 정부의 협상 결과가 납득할 만한 수준이면 ‘바로 접자’는 생각이었다. “두 사례를 취재하다보니 ‘미 도축 시스템만 보여준다고 되는 게 아니다, 문제는 우리 정부다’란 깨달음을 얻었죠. 협상과정을 취재하면 할수록 정부의 졸속협상이 드러나는데 그걸 빼고 할 순 없었습니다.” 애초 안전성에 초점 맞췄지만 취재할수록 졸속협상 드러나 취재분량은 점점 늘어났다. ‘앞으로도 마음 놓고 미국산 쇠고기를 먹어도 되는 걸까?’라는 상식적인 물음에 대한 단순한 열정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분량과 시간이었다. 김 작가도 김 피디도 방송 전 일주일 밤낮을 뜬눈이다시피 매달렸다. “김 피디는 스튜디오 멘트 하다가 방송 나갈 때 짬짬이 졸 정도로 체력이 바닥났지요.” 어느 때보다 고된 노동과 온갖 우여곡절로 태어난 방송이 ‘괴담’ ‘왜곡’이라는 공격을 받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더구나 ‘심의’와 ‘제재’와 ‘재판’과 ‘수사’라는 가혹한 운명에 처해질지는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어리둥절한 이 상황에 대해 그는 “어렵고 복잡한 내용을 빼느라 고심한 시간, 국제통상전문변호사에게 감수받는 수고 대신 차라리 번역 감수에나 더 신경 썼어야 했다”며 자탄했다. 검찰은 빈슨 어머니가 ‘CJD’(크로이츠펠트 야코브병)라고 언급한 부분을 vCJD(인간 광우병)로 자막처리한 대목 등에 대해 ‘단순한 오류’ 이상이라고 피디수첩의 왜곡에 무게를 뒀다. 김씨는 “빈슨의 ‘엠아르아이’ 진단명은 vCJD로 추정됐고, 그의 어머니가 말한 부분 중 가장 간결하게 말한 부분을 골라 쓰다 보니 의역을 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정지민씨 전체 150권중 단 몇 권만 보고 논하고 있어 그는 피디수첩의 ‘의도적 오역’을 제기하며 조중동과 함께 왜곡 논란을 증폭시킨 번역가 정지민씨에 대해서도 비판적 태도를 보였다. “정씨는 아레사 빈슨 어머니와 한 인터뷰 테이프 4권 중 1권만을 번역했는데 그가 번역하지 않은 나머지 3권에서 vCJD 의심이라는 언급이 10번 가까이 나왔습니다.” 미국 취재중인 피디가 위성으로 취재영상을 전송하면서 “어머니가 인터뷰 중간중간 vCJD를 CJD라고 표현하는데 그건 vCJD를 말하는 것이니 테이프 볼 때 헷갈리지 마세요”라고 했다는 말도 소개했다. 그는 “작가는 전체 테이프를 보기 전에 편집구성안을 쓰지 않는다”면서 “정씨가 전체 150권중 단 몇 권만 보고 프로그램을 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프로그램의 어떤 한 부분으로 전체를 재단해선 안 된다는 것은 시사프로그램의 핵심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김씨는 지난 28일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에 “이제 그만 거짓의 상상을 멈추세요”라는 장문의 기고문을 통해 번역자 정지민씨가 제기한 의혹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해 화제를 모았다. “왜 이제서야 나서게 되었냐”는 질문에 그는 핵심을 흐리는 논란의 의도에 휘말리지 않으려고 대응을 자제해 왔다고 말했다. “너무나 당연한 팩트가 왜곡으로 변질되는 상황을 최소한 다른 언론에서라도 걸러줄 줄 알았습니다. “다우너 소와 광우병 연결은 왜곡”이란 주장은 정씨가 하지 않았다면 결코 기사가 될 수 없는 ‘왜곡’이잖아요. 광우병의 과학적 지식에 대한 허무맹랑한 팩트 논란은 자연스레 사그러들줄 알았습니다. 핵심은 정부 협상문제니까요. 그런데 그런 생각이 무참히 깨지고 보니 이미 조중동의 카르텔과 정부, 한나라당, 검찰의 전방위 압박이 피디수첩을 겨누고 있었습니다.” 검찰이 만든다면 어떤 프로그램 나올까 김씨는 “프로그램의 아이템을 짜면서 피디수첩의 김보슬 피디가 광우병 관련 자료를 한아름 던져줬는데, 책 10권 남짓 분량의 자료 중 광우병 위험을 경고한 조중동 기사도 상당수였다”고 털어놓았다. “쇠고기를 두고 ‘좌우’ 이념 구분 없이 위험을 위험이라 말할 수 있고 의심을 의심이라 말할 수 있는 시절이 있었습니다.” 만약 취재원본의 90%를 복원했다는 검찰이나 정부가 프로그램을 만든다면 어떤 프로그램이 나올까. “검찰이나 정부가 만드는 프로그램이 우리가 만든 것과 다를 수는 있겠으나 최소한 우리 정부가 만든 것이 미국이 만든 것과는 달라야 한다고 보는데 과연 그럴까요? 미 농무부의 “쇠고기 안심해”라는 말과 동영상을 공개해 “자국 정부에 국민을 위해 더 안전한 대책을 만들라”는 동물보호단체가 있다면, 우리는 안전하다는 말보다 위험하다는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하고, 우리 정부가 자국민의 입장에서 본다면 당연히 위험성에 주목할 수밖에 없지 않나요?” 방영되고도 바로 잊혀지는 시사프로그램이 많아 만들 당시 “이 주제가 제발 묻히지 않기만을 바랐다”는 그는 검역주권을 환기시키고 추가협상을 이끌어낸 프로그램의 성과는 이미 잊은 듯 했다. “‘완벽하지 못한’ 프로그램으로 피디수첩과 상관없는 촛불 시민들이 매도 당한 데 대해 죄송할 뿐”이라는 말로 그간의 소회를 대신했다.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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