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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유신정권 향한 예봉 역사에 새기다

등록 2008-07-25 18:51수정 2008-07-25 19:25

문명자(왼쪽 사진) 서방 언론인으로는 처음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 단독 인터뷰(오른쪽 사진)
문명자(왼쪽 사진) 서방 언론인으로는 처음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 단독 인터뷰(오른쪽 사진)
‘김일성 주석 첫 인터뷰’ 재미언론인 문명자씨 별세
정권위협에 망명…실명비판 선도
덩샤오핑 주석도 인터뷰 ‘특종신화’

재미 언론인 문명자(사진)씨가 지난 21일 오전 심장마비로 타계했다. 향년 78살.

문씨는 1980년 미국 여성기자단 단장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해 덩샤오핑 중국 주석과 인터뷰를 했고, 북핵 위기가 고조되던 92년 4월에는 한국인 기자로는 최초로 북한에 들어가 김일성 주석을 단독 인터뷰해 세계적인 관심을 모았다.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직후에는 서방 언론인으로는 처음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 단독 인터뷰(오른쪽 사진)를 해 월간 <말> 8월호에 실었다. 앞서 65년에는 린든 존슨 당시 미국 대통령과의 인연을 바탕으로 한국의 베트남전 전투병력 파병 방침을 전하는 등 굵직굵직한 특종으로 명성을 쌓았다.

언론인으로서 문씨의 삶은 분단과 이념대립, 독재로 얼룩진 우리 현대사의 굴곡과 그대로 맞물린다. 30년 대구에서 난 그는 50년 연세대에 진학하던 해에 한국전쟁이 터지자 일본으로 유학했다. 메이지대학 경제학부를 거쳐 와세다 법학대학원에 재학 중이던 56년 여성지 <여원>의 도쿄 지국장으로 언론계에 입문했으며, 61년 <조선일보> 워싱턴 특파원을 시작으로 <동아일보>, <경향신문> 등의 워싱턴 특파원을 지냈다.

문씨는 73년 <문화방송>(MBC) 특파원 시절 당시 한국정부가 보도통제를 하던 ‘김대중 납치사건’을 보도한 뒤 박정희 정권에 위협을 느껴 미국으로 정치망명을 해야 했다. 그의 망명선언은 당시 미국과 일본의 주요 언론에 소개될 만큼 국제적인 화제가 됐다. 이후 그는 <유에스 아시안뉴스 서비스>라는 통신사를 설립해 활동을 해왔으며 40여년간 백악관을 출입했다. 한국의 역대 독재권력과 수구세력은 국내에서 그의 이름을 언급하는 것조차 금기시했고, ‘반한 인사’에서 나아가 ‘친북 언론인’이란 색깔까지 덧칠했다.

99년 국내에서 발간된 회고록 <내가 본 박정희와 김대중>에서는 5·16 쿠데타, 닉슨 대통령의 박정희 견제, 정일권과 정인숙의 스캔들, 박정희의 스위스은행 비자금, 김형욱과 이후락의 권력암투, 김형욱의 폐차장 살해설, 코리안게이트 로비 사건 등 유신정권의 음습한 뒤풍경을 폭로해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그의 회고록은 익명 비판에 익숙해 있던 한국 사회에 최초로 본격적인 ‘실명 비판’을 도입한 것이기도 했다. 수많은 어둠의 권력자들이 그의 펜끝이 향하는 방향을 주시하며 안절부절못했다.

그는 미국의 정계 인사뿐 아니라 문화예술인 등 각계각층의 유명인사들과도 두터운 친분을 유지했다. ‘줄리 문’이라는 그의 미국 이름은 소설 <대지>로 노벨상을 받은 펄 벅이 지어준 것이다. 펄 벅이 일제 식민치하 조선을 배경으로 쓴 <살아있는 갈대>도 61년 문씨와의 인연을 계기로 한국에서 10여년 간 사회사업을 하는 동안 탄생한 대작이다.


유족으로는 <동양통신> 워싱턴 특파원을 지낸 남편 최동현씨와 1남1녀가 있다. 발인은 25일 오후 8시(현지 시각) 워싱턴 근교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메모리얼에서 열린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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