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안 보이게 때려’ 명령 저항 못해 양심 하얗게 타”

등록 2008-07-25 17:36수정 2008-07-26 11:32

5월26일 오전 서울 세종로 광화문 사거리 인근에서 열린 미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에서 경찰과 시위대가 충돌하고 있다. 연합뉴스
5월26일 오전 서울 세종로 광화문 사거리 인근에서 열린 미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에서 경찰과 시위대가 충돌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심선언 예정 의경 부모 반대로 회견 무산
‘촛불 특별외박’ 복귀 않고 무기한 농성 계획
촛불집회 진압작전에 투입됐던 현역 의경이 24일 오후 4시 촛불집회 때 전의경 폭력과 전경 내부의 억압적 상황 등과 관련해 양심선언을 할 예정이었으나 부모님의 강력한 반대로 무산됐다.

이날 양심선언을 하기로 한 현역 의경은 중랑경찰서 방범순찰대 소속 이길준(24) 이경. 23일 촛불집회 관련 2박3일 특별외박을 나온 이 이경은 역설적이게도 촛불집회 막느라 고생했다고 받은 특별외박을 나와 ‘진압의 도구로 이용되고 싶지 않아’ 복귀하지 않기로 결심했었다.

앞서 이 이경은 24일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과 가진 인터뷰를 통해 “물대포가 등장한 5월31일 경찰은 물대포를 쏠 명분을 얻기 위해 시위대의 선제공격을 기다렸다”며 “지휘관과 선임들은 의경들에게 ‘때려라. 때리는데 보이지 않게 때려라. 요즘에는 다들 카메라가 있으니 엄하게 찍히지 말고 방패를 살짝 들어 정강이를 차라’ 등의 교육을 시켰다”고 증언한 바 있다.

경찰이 29일 새벽 0시20분께 서울 태평로 한국언론회관 앞에서 곤봉과 방패를 휘두르며 시민들을 향해 달려들고 있다.(왼쪽 사진) 경찰이 놀라 달아나는 시민들을 지하도 들머리까지 쫓아가 방패로 공격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A href=”mailto:hyopd@hani.co.kr”>hyopd@hani.co.kr</A>
경찰이 29일 새벽 0시20분께 서울 태평로 한국언론회관 앞에서 곤봉과 방패를 휘두르며 시민들을 향해 달려들고 있다.(왼쪽 사진) 경찰이 놀라 달아나는 시민들을 지하도 들머리까지 쫓아가 방패로 공격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이 의경은 이날 양심선언에 앞서 발표한 기자회견문에서도 “전의경들이 촛불집회에서 무장을 하지 않은 시민에게 폭력을 행사한 것은 문제”라고 재차 지적했다. 그는 “촛불집회 때 전의경들도 제대로 잠을 재우지도 않고 불규칙한 식사나 적절한 의료조치도 받지 못하는 등 억압적인 환경에 놓여 있었다”며 “전의경들이 행사하는 폭력과 인권탄압뿐만 아니라 전의경들 개개인이 처한 인권침해 상황도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월 입대한 이 이경은 중랑경찰서 방범순찰대에 배치돼 주로 방범업무를 담당해 왔다. 촛불집회가 시작된 후 진압작전에 투입됐고, 특히 경찰의 폭력진압이 심각했던 5월 31일 ~ 6월 1일에는 진압작전 최전선에 투입됐다. 이 이경은 “‘보이지 않게 때리라’는 명령에 저항하지 못하는 자신을 보며 양심이 하얗게 타들어 가는 것을 느꼈다”며 “더 이상 도피가 아니라 저항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양심선언의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기자회견은 취소되긴 했지만 이 이경이 ‘양심선언’을 번복하거나 철회할 의사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이경은 또한 저녁 8시까지 부대에 복귀하지 않으면 처벌을 감수해야 하지만, 기독교회관에 남아 무기한 농성을 벌일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곳은 2003년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며 복귀를 거부했던 강철민 이병이 기자회견을 열고 농성을 벌였던 장소이기도 하다.

한홍구 교수(전의경제도 폐지를 위한 연대 공동대표)는 기자회견이 취소된 뒤 “사랑하는 가족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에 대해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기자회견이 가능하지는 않지만 스스로 복귀하지 않겠다는 게 이 이경의 입장” 이라고 설명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지금처럼 전의경을 앞장 세워 (시민을) 탄압하는 것이 계속되면 불행한 사태가 이어질 것”이라며 “전의경들의 인권도 너무나 소중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폭력진압 방식을 포기하고 국민과의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호소했다.

김미영 황춘화 기자 kimmy@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이름이 백골단이 뭡니까”…윤석열 지지자들도 빠르게 손뗐다 1.

“이름이 백골단이 뭡니까”…윤석열 지지자들도 빠르게 손뗐다

경찰, 윤석열 체포 동원령…조폭·마약사범 잡던 베테랑 1천명 2.

경찰, 윤석열 체포 동원령…조폭·마약사범 잡던 베테랑 1천명

젊은 해병대원 죽음 모욕한 수사 외압 사태…정점엔 윤석열 3.

젊은 해병대원 죽음 모욕한 수사 외압 사태…정점엔 윤석열

“최전방 6명 제압하면 무너진다”…윤석열 체포 ‘장기전’ 시작 4.

“최전방 6명 제압하면 무너진다”…윤석열 체포 ‘장기전’ 시작

군사법원, 박정훈 괘씸죄 수사 지적…부당 명령 배후 ‘VIP 격노’ 의심 5.

군사법원, 박정훈 괘씸죄 수사 지적…부당 명령 배후 ‘VIP 격노’ 의심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