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구라 기조(49·인간환경학연구과·사진)
‘촛불집회’ 분석한 오구라 기조 교토대 교수
한국철학 박사 출신…도쿄신문 게재
“일본에선 상상 못하는 놀이터의 느낌” “한국의 촛불집회는 유교의 전통에 따른 내발적이고 특이한 한국적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도 이를 바탕으로 급진적인 민주주의 실천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교토대학원 오구라 기조(49·인간환경학연구과·사진) 교수가 지난 6월30일치 <도쿄신문> 석간에 발표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집회에서 본 한국형 민주주의’로 눈길을 끌고 있다. “조선왕조에서 성균관이라는 국립중앙유교대학의 엘리트들은 왕에게 직소할 일이 있으면 광화문에 모여 데모를 해 잘못한 왕을 바로잡았으며, 그런 전통은 지금도 살아 있다”고 지적한 그는 이 글에서 유교적 전통과 함께 반미, 멀티튜드, 휴대전화 등의 키워드를 통해 한국의 촛불시위를 분석했다. 1988~96년 서울대에서 한국철학과 한국문화사회론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오구라 교수는 <엔에이치케이>(NHK) 한글강좌 강사를 지내 일본에서 한국 전문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최근 전화 인터뷰에서 그는 “일본의 유교는 혁명사상이 없는 데 비해 한국의 유교 전통은 윗사람이 도덕성이 없을 때 타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인의 질서적인 세계관에서는 어떤 관계이든 윗사람에게 도덕성을 요구한다. 즉, 한국 사람에게 미국의 존재는 너무 크니까, 큰 영향력을 주는 존재이니까 도덕성을 가져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이다.” 반면 일본의 젊은이들은 미국의 존재에 대해 공기처럼 당연하게 생각한다고 말한 그는 이런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일본의 정치의식은 바뀔 수 없다고 우려했다. 구체적으로 일본이 한국으로부터 무엇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우리도 한국을 본받아 반미와 반권력의 행동을 일으키자’는 좌파의 주장은 난센스다. 개인적으로 일본인들은 유교나 기독교 사상보다는 다양한 신의 존재를 인정하는 애니미즘적 심성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따라서 이런 마음을 살리면서 민주주의를 만들어갔으면 한다.”
2000년 남북 정상회담 이후부터 한국의 역동성에서 배우자고 제안해 왔다는 그는 “대통령을 취임 100일도 전에 물러나라는 것은 미성숙한 민주주의로 보이지만 역설적으로 그 때문에 급진적인 새로운 민주주의 실험의 장이 되고 있다. 즉, 중고생들이 어른들이 뽑은 `부도덕한’ 대통령에 대해 소박한 도덕 공격을 통해서 새로운 ‘룰’ 만들기를 시작했다”고 긍정적인 해석도 덧붙였다. 그는 초기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다종다양한 의지 아래 자연발생적으로 움직였다는 점에서 이탈리아의 좌파 정치철학자 안토니오 네그리가 ‘제국’에 대항하는 개념으로 주창한 `멀티튜드’(다중·지구시민)로 파악하기도 했다. “주부들이 아이들을 유모차에 태우고 나오는 등 예전 민주화 투쟁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 있었다. 일본에서는 상상을 하지 못하는 놀이터에 나오는 듯한 모습이었다”며 “동일한 목적과 조직에 의한 저항운동이 아니란 점에서 촛불집회 참가자는 전형적인 미래형 멀티튜드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최근 휴대전화에 의존한 고독한 젊은이가 무차별적으로 이유 없이 사람들을 해치는 도리마(길거리 악마) 사건을 저질렀다. 한국은 반대로 휴대전화가 연대의 미디어가 되고 인터넷을 통한 시위참여 호소 수단으로 기능했다.” 그는 일본에서 휴대전화와 인터넷은 포스트모던(탈근대)의 미디어이지만, 한국에서는 가족들의 유대를 강화하거나(프리모던) 정치적 주체성과 공공성을 발휘하는(모던) 기능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일본에선 상상 못하는 놀이터의 느낌” “한국의 촛불집회는 유교의 전통에 따른 내발적이고 특이한 한국적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도 이를 바탕으로 급진적인 민주주의 실천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교토대학원 오구라 기조(49·인간환경학연구과·사진) 교수가 지난 6월30일치 <도쿄신문> 석간에 발표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집회에서 본 한국형 민주주의’로 눈길을 끌고 있다. “조선왕조에서 성균관이라는 국립중앙유교대학의 엘리트들은 왕에게 직소할 일이 있으면 광화문에 모여 데모를 해 잘못한 왕을 바로잡았으며, 그런 전통은 지금도 살아 있다”고 지적한 그는 이 글에서 유교적 전통과 함께 반미, 멀티튜드, 휴대전화 등의 키워드를 통해 한국의 촛불시위를 분석했다. 1988~96년 서울대에서 한국철학과 한국문화사회론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오구라 교수는 <엔에이치케이>(NHK) 한글강좌 강사를 지내 일본에서 한국 전문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최근 전화 인터뷰에서 그는 “일본의 유교는 혁명사상이 없는 데 비해 한국의 유교 전통은 윗사람이 도덕성이 없을 때 타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인의 질서적인 세계관에서는 어떤 관계이든 윗사람에게 도덕성을 요구한다. 즉, 한국 사람에게 미국의 존재는 너무 크니까, 큰 영향력을 주는 존재이니까 도덕성을 가져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이다.” 반면 일본의 젊은이들은 미국의 존재에 대해 공기처럼 당연하게 생각한다고 말한 그는 이런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일본의 정치의식은 바뀔 수 없다고 우려했다. 구체적으로 일본이 한국으로부터 무엇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우리도 한국을 본받아 반미와 반권력의 행동을 일으키자’는 좌파의 주장은 난센스다. 개인적으로 일본인들은 유교나 기독교 사상보다는 다양한 신의 존재를 인정하는 애니미즘적 심성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따라서 이런 마음을 살리면서 민주주의를 만들어갔으면 한다.”
2000년 남북 정상회담 이후부터 한국의 역동성에서 배우자고 제안해 왔다는 그는 “대통령을 취임 100일도 전에 물러나라는 것은 미성숙한 민주주의로 보이지만 역설적으로 그 때문에 급진적인 새로운 민주주의 실험의 장이 되고 있다. 즉, 중고생들이 어른들이 뽑은 `부도덕한’ 대통령에 대해 소박한 도덕 공격을 통해서 새로운 ‘룰’ 만들기를 시작했다”고 긍정적인 해석도 덧붙였다. 그는 초기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다종다양한 의지 아래 자연발생적으로 움직였다는 점에서 이탈리아의 좌파 정치철학자 안토니오 네그리가 ‘제국’에 대항하는 개념으로 주창한 `멀티튜드’(다중·지구시민)로 파악하기도 했다. “주부들이 아이들을 유모차에 태우고 나오는 등 예전 민주화 투쟁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 있었다. 일본에서는 상상을 하지 못하는 놀이터에 나오는 듯한 모습이었다”며 “동일한 목적과 조직에 의한 저항운동이 아니란 점에서 촛불집회 참가자는 전형적인 미래형 멀티튜드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최근 휴대전화에 의존한 고독한 젊은이가 무차별적으로 이유 없이 사람들을 해치는 도리마(길거리 악마) 사건을 저질렀다. 한국은 반대로 휴대전화가 연대의 미디어가 되고 인터넷을 통한 시위참여 호소 수단으로 기능했다.” 그는 일본에서 휴대전화와 인터넷은 포스트모던(탈근대)의 미디어이지만, 한국에서는 가족들의 유대를 강화하거나(프리모던) 정치적 주체성과 공공성을 발휘하는(모던) 기능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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