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상징 의미” 노즐 빼내자
“물리력 행사 안돼” 틀어막아
“물리력 행사 안돼” 틀어막아
“타이어 바람 빼는 게 폭력입니까?”
“우리가 지금까지 왜 비폭력을 외쳤습니까? 끝까지 지킵시다.”
5일 저녁 8시15분께,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 옆에 주차된 전경버스를 사이에 두고 시민들의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촛불집회에 참가한 한 시민이 전경버스 타이어의 노즐을 빼자 ‘칙~’하며 바람이 빠지기 시작했다. 이 소리를 듣고 주변에 있던 예비군과 시민들이 달려와 노즐을 다시 틀어 막았다. 바람 빠지는 소리는 멈췄지만 시민들의 목소리는 점점 커졌다.
촛불집회에 10차례 넘게 나왔다는 김아무개(51)씨는 “바퀴에서 바람을 빼는 건 상징적인 저항의 의미다. 이게 폭력이면 여기에 버스 세워놓고 시민들을 막는 행동이 더 큰 폭력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몇몇 시민들도 “맞아, 맞아”, “나도 전경한테 맞아 다쳤다”, “전경들이 사람들 때리는 거 보고도 그러냐”며 맞장구를 쳤다. 경찰과 밤새 격렬하게 대치했던 일주일 전만해도, 전경버스 타이어 ‘바람 빼기’를 ‘폭력’으로 문제삼는 분위기는 별로 없었다.
바람 빼기를 막아선 한 예비군은 “이렇게 물리력을 행사하는 건 안 된다. 우리가 왜 그렇게 고생해가며 두달 동안 비폭력을 지켜왔느냐”고 되물었다. 주변에서 “비폭력! 비폭력!”을 외치는 구호가 터져나왔다. 재반론이 이어졌다. 한 20대 청년은 “앞에서는 어떻게든 해보겠다고 물대포를 맞는데 뒤에서는 노래하고 술 마시는 게 뭐냐. 폭력은 경찰이 먼저 썼다”고 말했다. 한 50대 남성은 “정부가 단 한 번도 우리 말을 듣지 않는데 이제 어떡할거냐. 비폭력으로만 가면 계속 대안은 없는 거 아니냐”며 답답해했다.
30여분이 넘는 논쟁 끝에 결국 시민들은 ‘바람 빼기’를 중단하고 거리행진을 위해 자리를 떴다. 이날 밤 경찰이 바리케이드용으로 전경버스를 세워둔 서울 도심 곳곳에서 비슷한 논쟁이 잇따랐다.
송경화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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