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식품안전 감시단원들이 24일 오전 강서구 화곡동의 한 마트 안 정육점에서 원산지 표시 단속을 하고 있다. 이들은 업소에 비치된 전표·거래 내역서와 실제 진열된 쇠고기의 원산지 표시가 일치하는지를 점검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원산지 표시대책 실효성 의문
국·찌개 등 모든 음식물 확대
식단 바뀔때마다 게시 바꿀 판
국·찌개 등 모든 음식물 확대
식단 바뀔때마다 게시 바꿀 판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맞춰 다음달부터 새로운 원산지 표시 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새 제도는 한마디로 ‘모든 식당과 급식소에서 쇠고기가 들어간 모든 음식은 원산지를 밝혀야 한다’로 요약될 수 있다. ‘나도 모르게 미국산 쇠고기를 먹을지 모른다’는 국민들의 우려를 의식한 조처다.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 방안이 정말 현실성이 있는지를 놓고서는 벌써부터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음식업중앙회에 따르면 전국의 음식점은 60여만개, 이 중 100㎡ 이상 대형업소가 11만7천여개, 100㎡ 이하 소형업소가 48만3천여개에 이른다. 새 원산지 표시 제도는 면적 제한을 없앤데다, 요리 종류도 기존의 구이·찜·탕 등에서 모든 국과 반찬으로 확대됐기 때문에 사실상 60만개 식당이 모두 단속 대상이다. ‘고깃집’뿐 아니라 분식집, 백반집도 단속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정부는 대상 확대에 맞춰 8월까지 한시적으로 농산물품질관리원 특별사법경찰, 지방자치단체 인력, 명예감시원 등으로 구성된 4773명의 단속반을 운영할 계획이다. 하지만 9월 이후 상시단속반은 농관원 직원 112명, 명예감시원 500명 등 657명으로 줄어든다. 657명이 60만개의 식당을 단속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단속 인력 부족도 문제지만 일선 식당 쪽에서도 지키기 힘든 제도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한국음식업중앙회 관계자는 “쇠고기가 조금씩 들어간 국, 나물, 찌개 등까지 어떻게 일일이 원산지를 밝힐 수 있겠느냐”며 “그럼 메뉴가 날마다 바뀌는 백반집이나 한정식집은 날마다 메뉴판·게시판을 바꿔 달아야 한다는 소리냐”고 반문했다.
영세식당 사정을 들여다보면 현실성은 더 떨어진다. 쇠고기를 주요 메뉴로 취급하는 중·대형 식당은 쇠고기 도매상들로부터 고정적으로 물량을 공급받지만 쇠고기를 요리에 소량 쓰는 영세식당들은 그때그때 인근 마트나 정육점, 시장 등에서 사다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음식업중앙회 관계자는 “결국 영세식당은 사용하는 쇠고기 원산지가 수시로 바뀔 수 있는데 그때마다 게시판을 교체할 수 있겠느냐”며 “현실성 있는 방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정육점이나 소형마트 등 유통 단계에서도 원산지 허위 표시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에 유통 단계에서 문제가 일어나면 이런 영세식당들은 결과적으로 허위표시를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정부의 ‘거미줄’식 단속 방안이 겉으로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실효성은 의문스러워 보인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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