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송형근 재일한국민주통일연합(한통련) 부의장 등 한통련 인사 7명이 지난 15∼16일 북한 금강산에서 열린 ‘6·15 민족통일대회’를 한국을 경유해 참가하려고 했으나 당국이 지금까지의 태도를 바꿔 ‘반국가단체’라는 이유로 입국을 불허했다. 재일 한국인 신분으로 모두 한국 여권을 소지한 이들은 한국행 경유를 포기하고 베이징을 통해서 행사에 참가했다.

송세일 한통련 사무총장은 24일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제3국을 통해 행사장인 금강산에 가는 것보다는 조국인 한국을 통해서 들어가는 게 의미가 있다고 판단해 남쪽위원회를 통해 신청을 했으나 지난달 28일 당국이 반국가단체라는 이유로 불허했다”고 밝혔다.

송 총장은 “신청한 7명은 과거에 아무런 조건 없이 한국을 방문했던 사람들로 이명박 정부가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문제 삼는 것은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정부 당국은 반국가단체와 이적단체의 북한 방문을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한 ‘사회문화 대북 교류 승인 업무처리 지침’을 적용해 한통련의 방북을 불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통련 인사들은 2002, 2004년 노무현 정부 시절 대규모로 방문단까지 꾸려 아무런 조건 없이 한국을 방문한데다 자신들이 구명운동을 펼쳤던 김대중 전 대통령을 면담하는 등 사실상 명예회복을 한 상태라는 게 한통련 쪽 주장이다. 또 한통련 인사 10여명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지난 4월 제주도 4·3 사건 행사 때도 ‘무사히’ 참가한 바 있어 당국이 갑자기 태도를 바꾼 이유가 논란이 되고 있다.

국정원 관계자는 “한통련은 아직 반국가단체에서 해제되지 않았기 때문에 한통련 관계자가 한국에서 북한으로 가는 것은 허가되지 않았다”며 “또 한통련의 핵심 인사 한두 명은 한국에 들어올 경우 과거 사건과 관련해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과거 한통련 핵심 인사가 방한 때 아무런 조사를 받지 않은 것은 북한과의 관계 때문에 제한적으로 이뤄진 것이지 이들에게 면죄부를 준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통련의 반국가단체 혐의는 1978년 재일동포 김정사씨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문에 근거한다. 그러나 국방부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재일동포 간첩단사건 조사에서 “일부 북한에 대한 고무 찬양은 있었지만 간첩행위로 보기 어렵다”며 조작사건이라고 발표했다. 진상규명위는 고문에 의해 허위자백했다는 김정사씨의 주장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인정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